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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혜진, 다시 찾은 배우의 길...“삶이 연기에 녹아들다”

‘기생충’ 통해 깨달음 얻어

“그동안 모두의 애간장을 태웠다”

“‘기생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2016년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 에서 ‘현실 엄마’를 연기했던 장혜진은 딸을 사랑하지만 아이가 겪는 감정의 격랑에는 무덤덤한 엄마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주목받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엄마로 등장했다. 이번엔 ‘박력 있고 다부진 엄마’이다. 생활연기 한가운데서 뿜어져 나오는 충숙의 힘과 박력은 ‘기생충’이란 영화의 결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한국영화 최초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데 이어 개봉 25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장혜진은 “저보다 제 주변인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준 영화이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친척, 친구들한테 문자는 물론 전화가 수시로 온다. 저보다 본인들이 더 좋아해주고 있다. 내가 이만큼 울고 있으면, 자기들이 더 운다. 이제서야 사람 노릇을 하는구나 싶다. 제가 그동안 모두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할까. 하하하.”

영화 속엔 상생 공생의 삶을 원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기생의 처지로 내몰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기생충’은 같이 잘 살고 싶어도, 같이 잘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그리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웃음과 공포와 슬픔을 담은 희비극이다.

남편 기택 역의 송강호를 타박하고 쩔쩔매게 만드는 장면들을 실감 나게 그려줄 배우가 필요했던 봉준호 감독은 장혜진으로 ‘기생충’의 전원백수 4인 가족을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과 인연은 ‘살인의 추억’(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혜진은 “‘살인의 추억’ 때 연락을 주셨는데, (배우 일이 아닌)다른 일을 하고 있어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도 “생계를 내팽개치고 올 만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단다.



그렇게 인연이 빗겨가는 듯 했으나, 만날 인연은 결국 만나게 된다. 봉준호 감독이 ‘우리들’을 보고 출연을 제안 한 것. 장혜진은 ‘기생충’의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 엄마 충숙이 되기 위해 15kg을 증량했다. 갑작스런 체중 증량으로 무릎 통증을 겪기도 했지만 즐거운 현장이었다. 체중 증량보다 힘들었던 건 본능적으로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층숙이란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저와 충숙의 결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충숙은 운동선수 출신인 만큼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다. 나랑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실 저는 말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다. 자금 저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적극적이다. 충숙과 나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는 걸 알아챘고, 점점 충숙을 이해했다. 슛이 들어가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상황에 몰두 했다.“

충숙과 배우 장혜진의 삶 사이엔 공통점이 있었다. 운동선수로서 최고를 꿈꾸던 충숙은 결국 운동을 그만둔다. 장혜진 역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고자 했으나 ‘마음이 강퍅해져’ 연기를 그만두게 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장혜진은 1998년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이후 약 10년간 공백 기간을 갖 는다. 아니 연기를 그만두고 연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을 통해 다시 연기자의 길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충숙은 최고를 꿈꾸던 운동선수지만, 은메달에서 멈추고 운동을 그만둔 뒤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그것은 연기를 포기하고 결혼한 저의 모습과 비슷했다. 충숙의 마음도 저와 비슷했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



배우 꿈이 사라진 건 ‘마음의 가난’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달라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의 가난함’은 연기하는 행복감을 빼앗아 갔다. 그렇게 10년간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직에 도전했고, 학원에서 애들도 가르치며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밀양’ 이창동 감독의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됐다. ‘너의 삶이 너의 연기가 될 건데, 감정이 충만해졌다. 연기 해도 되겠다’고. 그는 “연기하면서 행복하다는 걸 ‘밀양’으로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마음의 가난’은 결국 배우로서 자양분이 됐다.





“‘밀양’ 오디션을 갔는데, ‘박하사탕’ 때 오디션에 사용된 대본을 주셨다. 그래서 ‘이거 박하사탕 때 오디션 대본 아닌가요?’ 했더니 감독님이 절 기억해 내셨다. 그때 감독님이 ‘너 감정이 충만해 졌다. 연기 해도 되겠다’ 그러시는 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짧은 슬픔. 긴 행복’ 이러시면서 저를 다독거려주셨다. 다시 연기하면서 피가 싹 도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는 스스로 즐거워서 연기를 했다. 단역을 10년 동안 해도 힘들지 않았다. 좀처럼 기회지 오지 않고,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촬영장에 젖먹이 아이를 데려가도 된다고 허락하는 현장만 갔다. 영화 ‘어른도감’엔 실제로 그의 둘째가 등장한다.

10년 동안 단역 기회만 오다가 ‘기생충’으로 드디어 행운의 기회가 터졌다. 이에 장혜진은 “기회가 터졌나요? 하하하”라며 화통하게 웃는다.

”사람에게 기회는 공평하게 오지만 그 시기는 다 다른 것 같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기회를 알아채는 것도 능력이겠죠. 놓치고 난 뒤 ‘그게 기회였구나’라고 알게 되기도 한다. 저는 스스로가 아닌, 주변에서 만들어준 기회 덕을 많이 봤기에 감사함이 크다. “

장혜진은 “큰애를 분장실이나 객석에 놔두고 공연 연습을 한 적이 참 많았다“고 했다.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된 첫째는 이제 그 누구보다 배우 장혜진을 응원하는 1호 팬이 됐다.

이창동 감독의 예언처럼, 장혜진의 삶은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장혜진은 ”‘엄마 장혜진보다 배우 장혜진으로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딸의 말에 뭉클했다“며 “다시 연기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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