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마크 속 청와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버추얼팀 인터뷰



“어린이날을 열흘 앞둔 지난 4월25일,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코로나19로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지 못하게 됐으니, ‘마인크래프트’로 이를 대신해보면 어떻겠냐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제안이었습니다. 그날 바로 청와대 답사가 이뤄졌습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청와대가 어린이들에게 보낸 ‘랜선 초대장’이 올해 어린이날을 뜨겁게 달궜다.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제작된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로 만나는 청와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9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 개발사 ‘모장(Mojang)’이 2011년 출시한 뒤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장이 넘게 팔린 역대 최다 판매 비디오 게임이다.

청와대와 MCN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협업을 통해 지난 5일 어린이날 공개한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로 만나는 청와대’ 영상 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게임 속에서 어린이들과 만났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게임이라는 형식을 택한 것뿐 아니라 콘텐츠 내용도 다소 파격적이었다. 254만 구독자를 보유한 ‘초통령’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샌드박스네트워크 공동 창업자)가 초청장을 받고 어린이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다. 청와대를 지키는 포도대장이 국악으로 편곡된 지코의 ‘아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마인크래프트 속 캐릭터로 분해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실제로 청와대 내에 전시 중인 ‘금수강산도’, ‘통영항’ 같은 작품은 물론 대통령 부부의 반려묘 ‘찡찡이’와 반려견 ‘마루’도 등장한다.

평소 MCN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즐겨보는 기자는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신선한 민관(?) 콜라보가 가능했던 건지. 실제 청와대와 싱크로율이 높은 ‘가상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사소하게는 청와대 맵을 뜯어보니 지붕에서 ‘금괴’가 나왔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등등. 그래서 샌드박스를 찾아가 콜라보의 주역인 ‘버추얼팀’을 직접 만나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샌드박스 버추얼팀과의 인터뷰. 답변에는 황호찬 버추얼팀 리드(팀장), 김지영 PD, 범하영 PM이 참여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사옥에서 만난 버추얼팀 소속 김지영(왼쪽) PD, 황호찬(가운데) 팀장, 범하영 PM. /오지현기자


―‘버추얼’이라는 분야,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데요.

“버추얼(Virtual)이란 쉽게 말해 사람의 모습을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가상의 캐릭터, 아바타로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형태입니다. ‘하츠네 미쿠’ 같은 일본풍 오타쿠 캐릭터를 많이 생각하시는데 샌드박스의 ‘도차비&호요리’ 같은 종합 게이머, 마인크래프트 중심의 키즈 유튜버 ‘도티TV’, 애니메이션을 내세운 ‘장삐쭈’, 뮤직 콘텐츠가 중심인 ‘아뽀키’를 모두 포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상 청와대 초청 영상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콜라보는 어떻게 성사됐나요.

“청와대에서 먼저 매년 어린이날 하던 초청 이벤트를 코로나 여파로 못 하게 됐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요. ‘마크’ 하면 샌드박스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연락을 주신 것 같습니다. 국내 초등학생 인구가 270만 정도인데 도티TV ‘유니크 오디언스(순수 독자)’ 규모와 일치합니다. 초등학생들은 거의 다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거나 플레이 영상을 보고 있는 셈이죠. 제작시일이 길지 않아 그날로 청와대를 방문했고, 협력사를 포함해 27명 정도가 투입됐습니다.”

가상 청와대 맵 속에서 구현된 청와대 본관과 ‘금수강산도’. 어린이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어떤 기술을 통해 게임 내 청와대 구현이 가능했나요.

“마인크래프트는 ‘1X1’의 레고블록 세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3D 구현 기술이 들어갔는데, 하나는 ‘아머러스 워크숍’이라는 게임 자체 모드입니다. 3D 건축 블록을 쌓으면 축소가 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3D 리소스는 외부에서 별도 툴로 제작한 다음에 임포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아무 노래’ 챌린지처럼 원래 뻣뻣하게 움직이는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동작은 마인크래프트 소스를 ‘시네마 4D’라는 애니메이션 툴로 내보내 제작했습니다.”

아머러스 워크숍(Armourer‘s Worshop)은 무기, 갑옷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의 모드 종류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모드를 적용해 게임 콘텐츠를 무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청와대와 싱크로율이 대단했습니다. 건물 구조나 소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 건가요.

“특별히 신경 쓴 게 청와대 내 그림, 태극기나 청와대 깃발 같은 소품의 디테일한 구현이었습니다. 청와대 답사 때 특별한 패스를 받아 휴대폰으로 내부를 촬영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보안절차를 거친 영상과 사진을 참고자료로 활용해 고증했습니다. 사진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요. 자세히 보시면 청와대 본관에 있는 샹들리에나 자개장의 디테일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나중에 청와대에서도 ‘이 정도 퀄리티로 나올 줄 몰랐다’며 고마워하시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 내에 금괴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커뮤니티 캡쳐


―맵이 오픈소스로 일반에 공개되면서 지붕 밑에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의도치 않은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건축가가 철근이나 콘크리트를 사용하듯이, 마인크래프트 내에서는 눈에 띌 수 있게 다이아몬드나 금 블록을 사용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쉽게 구분하려는 용도도 있고요. 배포 과정에서 저희는 사람들이 TNT 폭탄으로 청와대를 날릴 거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 했습니다.(웃음) 최초에는 자바 에디션으로 공개를 했는데, 이후 배포한 베드락 버전이나 모바일 버전에서는 확인이 불가하게 수정됐습니다.”

―제작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다면요.

“무엇보다 우리 청와대에 마인크래프트를 할 줄 아는 분이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에서 청와대 쪽에서 등장인물이 입은 스킨을 직접 수정해서 보내주시기도 했거든요. 또 어린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손을 씻는 장면이라든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지하철 방역 장면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 모습에 성인분들도 ‘마음이 찡했다’는 반응이 많아서 뿌듯했습니다.”

황호찬(오른쪽) 샌드박스네트워크 버추얼팀 팀장이 마인크래프트로 가상 청와대를 제작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지현기자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콘텐츠와의 접목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샌드박스 버추얼팀은 ‘펭수’나 ‘핑크퐁’처럼 파급력 있는 한국형 버추얼 캐릭터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크리에이터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출판이나 머천다이즈 사업과 연계에 ‘원소스 멀티유즈’ 형태로 확장 가능합니다.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특히 마인크래프트는 ‘레이 트레이싱’ 기술 도입을 통해 코딩교육, 식물·수중생물 관찰 교육 등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제작사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교육용 에디션’을 통해 소프트웨어, 수학, 역사 교육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 교육용 에디션’을 출시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와 협업해 게임 내 빛 반사 효과를 현실적으로 끌어올린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접목하기도 했다.

황호찬 팀장은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청와대라는 조직에서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라며 “마인크래프트로 나올 수 있는 콘텐츠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람 있게 작업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샌드박스네트워크 버추얼팀 인터뷰는 서울경제 유튜브 채널 ‘서울경제썸’에도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