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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통의동 브릭웰 '골목·안과 밖 연결하는 도심 속 작은 정원'

[통의동 브릭웰]

백송터와 연결된 공간

건물 관통 중정 만들고 1층 필로티 설계

모든 층에 발코니 만들어...공간감 시원

누구든 들어와 쉴 수 있게 정원도 오픈

변화무쌍한 벽돌 시공

두꺼운 벽돌 한장을 세장으로 얇게 잘라

강관에 벽돌 꿰는 독특한 시공법 첫 적용

쌓는 방식 등 다양화...외벽 단조로움 피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통의동 브릭웰 전경. 외관을 둘러싼 벽돌과 건물이 품고 있는 원통형 중정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뒷골목을 걷다 보면 ‘통의동 백송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백송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워 한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991년 벼락에 맞아 고사했다. 지금은 나무가 잘려나가고 남은 거대한 둥치와 새로 심은 2세대 백송 3그루, 그리고 백송터 안내 표지판이 남아 백송의 흔적을 지키고 있다.

최근 이 백송터와 맞닿은 부지에 4층 높이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백송터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형태의 건물을 요구했다. 건축가는 이를 반영해 백송터와 이어진 중정을 품은 건물을 구상해냈다. 하늘을 향해 뻥 뚫린 원통 형태의 중정이 마치 우물을 연상시키는 형태였다. 그래서 이 건물에는 벽돌 우물, 통의동 ‘브릭웰(brickwel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지면적 560㎡에 불과한 작은 건물이지만 통의동 브릭웰은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건물 내부 어디에서도 중정이 보이고 발코니를 통해 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백송터와 연결된 작은 정원이자 샛길>

경복궁 담장 건너편, 대림미술관 근처에 새로 들어선 통의동 브릭웰을 최근 찾았다. 미색 벽돌로 외벽을 마감한 건물에 1층은 필로티 형태로 설계해 작은 정원을 마련해뒀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4층 건물을 관통하는 둥그런 아트리움과 뻥 뚫린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지 면적 560㎡, 4층 규모의 건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1층부터 4층까지 건물을 관통하는 원형 중정. 행인들이 자연스럽게 걷다가 들를 수 있도록 만든 도심속 쉼터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건축물이 위치한 통의동 35-17은 경복궁의 서측 담장으로부터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통의동 35번지 일대는 영조의 ‘잠저(국왕이 즉위하기 전에 거주하던 사저)’였던 ‘창의궁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35번지 중에서도 35-17번지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동아일보를 거쳐 현 건축주에게 소유권이 이관됐다. 이 부지의 가장 큰 특징은 20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골목 끝 작은 쉼터인 백송터와 면해 있다는 것이었다. 건축주는 처음부터 이 백송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건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반영해 브릭웰은 건물을 관통하는 중정을 만들고 1층을 필로티로 설계해 백송터를 향해 열려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백송터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중정을 넘어 뒤편으로 백송터까지 시야가 툭 트이면서 건물 규모에 비해 크고 시원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1층 중정은 누구든 골목을 걷다가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샘물이자 샛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정에는 각종 나무와 관목, 아담한 연못이 마련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벽돌과 벽돌 사이의 간격을 다양하게 조정해 외벽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벽돌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변해 더욱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1층에서 시작된 중정은 4층 건물 꼭대기까지 둥그런 원통형으로 뻥 뚫려 있다. 통의동 브릭웰의 내부는 이 중정을 중심축으로 삼아 디자인됐다. 매 층마다 중정과 연결된 발코니를 만들어 언제, 어느 층에서든 정원과 백송터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부에는 벽을 최대한 없애 어느 위치에서도 중정이 보인다. 나선형의 계단참 역시 난간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계단을 오르면서도 중정이 보인다.

그야말로 중정을 위한, 중정에 의한 건물인 셈이다. 각 층마다 보이는 정원과 외부 풍경이 다른 점도 매력적이다.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이면 2층 발코니에서는 손을 뻗어 잎사귀를 만져볼 수 있다. 3층에서는 멀리 인왕산의 산세가 보인다.



원통형 중정의 형태에 맞춰 나선형으로 설계한 계단참. 계단 난간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계단을 오가면서도 중정이 보이도록 했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쌓고 세우고 꿰고…변화무쌍한 벽돌 시공

중정과 더불어 이 건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벽돌’이다. 통의동 브릭웰의 건물 구조는 일반적인 철골 콘크리트이지만 외벽은 모두 벽돌이 감싸고 있다. 백송터를 고려한 설계와 더불어 건축주가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 바로 외장재를 벽돌로 사용해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통의동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의 이치훈 소장은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 중 하나인 벽돌은 세월이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편”이라며 “벽돌이라는 익숙한 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벽돌을 쌓는 방법, 배치하는 방식 등을 다양화해 단조로움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통의동 브릭웰에는 다양한 벽돌 시공법이 적용됐다. 강관에 벽돌을 꿰는 새로운 시공법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4층 천장의 모습. /사진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실제로 통의동 브릭웰의 외벽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분별로 달리 적용한 시공 방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습식’과 ‘건식’ 시공의 차이다. 통상 벽돌 건물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콘크리트를 발라 고정시킨다. 통의동 브릭웰의 벽돌 외벽 일부분 역시 습식으로 시공됐지만 일부분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공간이 비어 있다. 바로 건식 시공이다.

건식 시공에서 벽돌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철제 ‘강관’이다. 벽돌 안쪽에는 구멍이 있는데 강관을 이 구멍에 끼워 벽돌을 줄줄이 꿰는 방식이다. 이 건식 시공법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는 바로 4층 천장이다. 박공 형태로 모두 건식 벽돌 시공으로 완성됐다. 이 소장은 “강관에 벽돌을 꿰는 방식은 통의동 브릭웰에 처음으로 적용된 시공법”이라며 “건물 자체가 원형이고, 새로운 시공법까지 쓰다 보니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습식과 건식 외에도 벽돌을 가로로 쌓았는지 세로로 쌓았는지, 그리고 벽돌과 벽돌 사이에 틈을 얼마나 뒀는지, 그 틈으로 빛이 어떻게 새어들어 오는지 등. 건축 전문가가 아닌 누구라도 눈으로 쉽게 건축 공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통의동 브릭웰의 매력적인 감상 포인트다. 참고로 유난히 얇은 통의동 브릭웰의 벽돌은 원래 두꺼운 벽돌 한 장을 세 장으로 얇게 잘라 만든 것이라고 한다.

통의동 브릭웰은 원래 건축주의 사옥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당분간은 전시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그라운드시소’라는 이름으로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 중인 전시 제작사 ‘미디어앤아트’가 임차하고 있다. 통의동 브릭웰 역시 그라운드시소서촌’으로 내년 3월까지 인기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이 진행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통의동 브릭웰이 본래 목적인 사옥이 되면 외부인이 내부까지 들어가 보기는 어렵다. 전시장으로 운영되는 동안 통의동 브릭웰을 방문해 전시와 더불어 건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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