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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반도체에 가려진 한국경제의 '민낯'.. 수출↑고용·소비↓

삼성·하이닉스, 반도체 설비에 연간 수십조원 투자

직접 고용창출 효과는 수천명 선에 그쳐

장치산업 특성상 고용유발계수 낮아

소비, 고용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취업자수 15만명 증가도 요원





“올해 우리 경제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재차 확대되면서 소위 반도체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 금융통화위원은 반도체 경기 호황이 경제현상에 대한 ‘오판’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또다른 금융통화위원은 “국내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호전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성장 모멘텀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올 1월 취업자수가 전년 대비 98만2,000면 감소하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수출 등 일부 지표만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수출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경제 상황은 ‘V자 반등’을 기대할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석달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 같은 수출 호조의 민낯이 바로 드러납니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2%포인트 상승한 19.3%에 달합니다. 특히 지난 1월 수출액(480억1,200만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지만 전년과 올해 반도체 수출액을 제외한 수치를 단순 비교할 경우 수출 상승률은 9.3%에 그칩니다.

특히 한국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업체가 사실상 독과점 하고 있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통계청의 광업제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반도체 출하액은 130조5,260억원이며, 생산액에서 원재료비 등 주요중간투입비를 제외한 부가가치는 87조8,930억입니다. 반도체 출하액 중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7%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의 또다른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출하액 중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불과하며, 화학 사업 또한 31%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문제는 이 같은 반도체의 높은 부가가치 창출 효과에도 불과하고, 고용유발계수가 크게 낮아 일자리 창출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소비 활성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 설비에만 32조9,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습니다. 지난 2019년 투자액(약 22조6,00억원) 대비 투자액을 50% 이상 늘렸습니다. 반면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인력은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동안 3,729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한국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SK하이닉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해 10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설비투자를 단행한 SK하이닉스는 2019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관련 인력이 657명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지난 2018년 기준 1.60에 불과합니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몇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되는 지를 알려주는 수치로, 반도체 산업에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일자리가 1.6개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수치는 서비스업(9.41)은 물론 제조업(4.68) 평균과 비교해도 크게 낮습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2014년 2.95에서 4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로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고용 시장은 여전히 혹한기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업은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은 사상 첫 마이너스 기록하며 2.0% 감소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매출이 급감한 숙박·음식점(-18.5%), 운수·창고(-14.2%), 예술·스포츠·여가(-33.0%) 등의 감소 폭이 컸습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는 카드대란 당시인 2003년(-3.1%) 이후 17년 만에 최대 폭인 0.2% 감소했습니다.

경기 불황에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는 와중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저축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며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를 부추깁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저축률은 전년 대비 4.2%포인트 높은 10.2% 수준입니다. 저축률이 두자릿수대를 기록하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21년만입니다.

정부가 올해 GDP 목표는 달성하더라도 일자리 창출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연말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3.2%, 취업자 수 증가폭은 15만 명으로 각각 전망한 바 있습니다. 반면 올 1월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어섰으며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늘어난 5.7%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정부소비’를 5.0% 늘리며 지난해 GDP 성장률을 -1.0%로 방어하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도 수십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꾀하고 있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민간 일자리는 늘어나기 힘든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코로나에 따른 언택트 수요 확산으로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반도체 시장은 활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이 반도체 산업의 ‘온기’로 수출과 투자 부문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여타 부문의 부진으로 소비와 고용이 2년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경제의 ‘민낯’을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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