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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리·보험사 40세 직원도 희망퇴직…유통가는 로봇이 대체

■비대면이 불붙인 3040 퇴직시대…서비스업 일자리 지각변동

금융권 '디지털 강화' 맞물려

은행 점포 2년새 500곳 줄어

올해만 최소 4,400여명 짐싸

유통가도 온라인 퍼스트 가속

키오스크·무인매장 등 전면에

젊은 직원들 '내 일' 찾아 떠나





희망퇴직 연령이 30~40대로 낮아지고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비대면’ 영업 활성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전 업권이 대면 채널보다는 비대면 채널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늘 해오던 대규모 인력 채용 대신 개발자 등 특정 직군의 인력 확보에 더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다.

◇은행, 대리도 희망퇴직 포함…40세 보험사 직원 떠나기도=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 중 짐을 싸는 30~40대 젊은 직원들도 심심찮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희망퇴직자는 800명으로 지난 2020년(462명)보다 300명 넘게 늘었다. 올해는 희망퇴직 신청 연령대를 1965~1973년생으로 낮춰 만 48세까지 신청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해 총 350명이 은행을 떠났다. 우리은행도 1월 말 기준 468명이 짐을 싸 2020년(326명)과 비교하면 희망퇴직자가 1년 새 100명 넘게 늘었다. 특히 BNK부산은행은 차장급과 대리급 이하인 1982년생 이후 직원들까지 포함해 희망퇴직의 연령대를 낮췄다. 국내 소매금융 철수 결정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은 신청자만 2,300여 명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최소 4,400명 넘게 은행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6월 KB손해보험의 희망퇴직자 101명 중 대부분이 40대 중반 이상이지만 1981년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올해 한 해 상시특별퇴직을 시행한다.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날수록 회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도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금융권에서 희망퇴직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도 한목소리로 ‘디지털 강화’를 외치고 나선 상황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향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특별한 고객 경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면 영업을 하는 은행 점포 수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 소외 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은행 점포 수는 2017년 말 3,861곳에서 2020년 3,546곳으로 315곳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166곳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이상 대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시중은행들도 신규 채용 방식을 바꿨다. 매년 상반기나 하반기 해오던 공개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바꾸거나 정보기술(IT) 직군을 집중적으로 뽑는 방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 4곳의 신규 채용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2,332명에서 2021년에는 1,140명(국민·우리는 예정치)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기업은행은 올해 100명을 뽑는 하반기 신입 행원 공개 채용에서 디지털 분야는 두 자릿수를 채용했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은 “고객을 대면하는 리테일은 모바일로 대체되다 보니 리테일 쪽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글로벌 은행들은 전 직원의 15~20%가 IT 직군 직원들인 반면 국내 은행은 10%가 채 안 되다 보니 IT 인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과 IT가 대체하는 유통 업계 일자리=유통 업계의 일자리 감소는 ‘온라인 퍼스트’라는 유통 업계의 트렌드 전환에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 수단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막대한 고정비를 쏟으면서도 적자를 보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를 남겨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정국도 이를 가속화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한 희망퇴직에 500여 명이 신청했다. GS리테일도 10월 재직 20년 차 이상이거나 1975년 이전 출생한 차장·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1,9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구조 조정 정책에 따라 줄어든 일자리의 80%가 판매직·캐셔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통 업계가 감축한 일자리는 로봇과 기술이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의 첫 무인 매장인 ‘언커먼스토어’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오픈했다. 편의점 4사도 무인 매장을 경쟁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품 업계 역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키오스크나 로봇 등을 배치해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유통 업계의 수요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난 반면 온라인 매출은 같은 기간 16.1% 증가했다. e커머스 업계를 이끌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 등이 개발자 중심의 인력 구조로 빠르게 치고나간 점도 유통 업계의 개발자 모시기 전쟁을 가속화했다. 최근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롯데온의 경우 IT, 사용자경험(UX) 직군의 경력 개발자를, 11번가도 검색 서비스와 광고 플랫폼, 간편 결제 플랫폼 엔지니어 등 개발자 채용이 대부분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인사·재무·홍보 등 경영 지원의 신규 채용 수요는 씨가 마른 반면 e커머스를 위한 개발자 직군만 사이닝 보너스 등 웃돈을 주고서라도 채용하려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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