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동 무기수출이 호황이다. 세계를 무장시키는 군수업체들의 경쟁에는 뜻밖의 동반자가 있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다. BY MINA KIMES
램버트-세인트루이스 Lambert-St. Louis 국제공항 외곽.
베이지색의 을씨년스러운 공장 내부에 있는 보잉의 F-15 생산라인은 작년 이맘때 폐쇄 직전 상태였다. F-15 전투기는 구소련의 미그기를 앞지를 목적으로 1970년대 처음 설계된 구형 기종이었다. 보다 새로운 경쟁기종들에 뒤처진 지 오래였고, 미군도 2001년 이후론 이 기종을 새로 구입한 적이 없다. 몇 년 전 생산이 줄어들던 무렵 한국과 싱가포르로부터 주문이 들어와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다. 그 이후엔 한 달에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 정치인들은 보잉이 생산라인을 폐쇄하면 수백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 후 지난여름 변화가 목격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계약 건에 대한 무성했던 소문의 실체가 드러났다. 보잉의 직원들은 이 계약과 관련해 군수 업체 소식지들이 전하는 인터넷 뉴스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들은 구매 의사를 밝힌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이며, 제시된 주문물량이 84대 신규 구입과 구형 기종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포함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임을 알게 되었다. 10월에는 무기수출을 관리 감독하는 미 국방부가 아파치 공격용 헬리콥터 70기와 F-15 편대를 포함하는 600억 달러 규모의 무기구매 계약을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최근 들어 최대 규모의 해외 무기수출이었고 이로서 F-15 생산라인은 2018년까지 가동하게 되었다. F-15 기종의 수명은 이보다 더 오래 연장될 수도 있다. 보잉의 한 임원은 이 건 외에도 대기중인 해외 구매자가 두 군데 더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 소식에 대한 소감을 묻자 항공기 정비공인 데일 라우어 Dale Lauer(52)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 무기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해외수요 급증으로 F-15 등 한때 구 형으로 치부됐던 미국의 무기 시스템들이 과거보다 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최대 1,030억 달러 규모의 무기수출 계획을 의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1995년에서 2005년까지의 연평균 수출규모 130억 달러에 비하면 가히 비약적인 증가라고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마일즈 월튼 Myles Walton은 분석했다. 체결된 물량 기준으로 보면 2000년 이후 세 배나 증가했다.
보잉, 레이시온 Raytheon, 록히드 마틴 등 초대형 군수업체들이 자금력이 풍부한(때론 미국이 자금을 지원한) 해외 고객에 대해 마케팅 강화에 힘쓰고 있다. 게다가 지금 이들은 뜻밖의 우군으로 미 대통령을 만났다. 베테랑 국방 컨설턴트 로렌 톰슨 Loren Thompson은 "오바마는 역대 민주당 대통령 중에서 무기 수출에 대해 가장 관대하다" 고 말한다. 군축운동연합 Arms Control Association의 제프 에이브럼슨 Jeff Abramson은 "오바마 표 무기 장터가 열렸다" 고 표현하기도 한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무기수출 붐이 단지 늘어난 수요 때문이라 고 말한다. 실제 미국산 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사우디건과 같은 대규모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최근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도와 진행중인 4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의 무기 수출 규제 관련 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을 강행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미국산 무기 판매에 대한 감독이 느슨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해외 무기판매 활성화는 수출증대는 물론 20 만 명이 넘는 군수산업 인력 유지라는 국내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무기수출은 교묘하면서도 강력한 외교의 한 형태다. 다시 말해 동맹국을 무장함으로써 미국은 중동과 한반도 같은 긴장지역에서 세계경찰 임무의 짐을 나누어지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무기 수출은 오바마 행정부, 특히 국무부와 국방부의 무기 구매국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한 정도로 상승시킨다.
하지만 비판적인 진영에선 일부 국가, 특히 미국산 무기가 넘쳐나고 정권교체의 불씨가 피어나는 중동국가에 첨단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현재 동맹국에 국한하여 무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개별 국가의 정권은 튀니지나 이집트의 경우에서 보듯이 쉽게 바뀔 수 있다. 86 년간 왕실이 정권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조차도 정권교체는 일어날 수 있다.
일단 우방이 적국이 되면 수출된 무기는 당연히 미국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란 국왕이 폐위되기 전인 1970년대에 미국 정부는 24대의 F-14 전투기를 이란에 판매했다. 이후 미국은 F-14 부품들을 조직적으로 파기하여 부품이 이란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무기확산 감시 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무기 수출량이 줄어 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론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국방 컨설턴트 톰슨은 수출이 늘어난 원인을 대체로 경기침체에서 찾았다.
수출 덕분에 가동되고 있는 보잉의 F-15나 하푼 미사일, 아파치 헬리콥터 등의 생산라인은 수천 개의 고연봉, 첨단기술 일자리를 유지시키고 있다. 톰슨은 대통령이 무기수출을 지원하는 데엔 다른 목적도 개입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무기 제공은 미국의 동맹체계와 일자리 유지, 그리고 미국의 국제적 역할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임무에 관한 문제다"라고 말한다.
보잉과 같은 군수업체들은 정치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업장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보잉은 20개가 넘는 주에 공장시설을 갖고 있고, 수십 개 지역구에 소규모 하청업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심장부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Arlington이다. 그곳에서 그들의 젖줄인 정부구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알링턴에선 말끔한 정장차림의 임원들이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나란히 걷는다. 대다수의 장교들이 제대 후 곧바로 군수업체로 스카우트되는데, 보잉의 군 항공사업 본부장인 제프리 콜러 Jeffery Kohler 소장도 과거 국방부에서 무기수출 감독기관을 이끌었다.
본사를 다른 지역에 두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하나같이 워싱턴 DC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업계 총매출의 80~90%가 국방 조달물량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거래 실적도 좋다. 미 정 부의 국방예산(7,000억 달러)은 2001년 이후 2배로 늘어 전 세계 국가 국방비 총합에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의회도 지난 12월에 2011년도 국방예산 7,250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국방예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알링턴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두 지역에서 전쟁이 끝나가고 있고, 정부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방부 회계감사원 로버트 헤일 Robert Hale의 말에 따르면 "수도꼭지를 서서히 잠그는 것" 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 장관 로버트 게이츠 Robert Gates가 향후 몇 년간 국방예산을 상향 요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군수산업 애널리스트들은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 방크의 애널리스트 월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무기 구매예산이 향후 10 년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틸 그룹 Teal Group의 우주항공 산업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아불라피아 Richard Aboulafia는 "현재 정부의 무기조달이 정점에 와있다. 지금이 최고상태이지만 앞으론 줄어들 게 분명하다" 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잉 등 군수업체들은 미국의 타업종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해외 무기판매는 금상첨화 같은 존재였지만 이젠 업계 성장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최근 하니웰 Honeywell은 새로운 해외판매 조직을 신설했다(유럽 군수업체 EADS는 아시아 사업본부 신설을 구상 중이다). 또한 많은 기업이 해외부문 성장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현재 매출의 14%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록히드 마틴은 2012년까지 그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 보잉의 군수사업본부는 현재의 17% 해외 판매비중을 25%로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같은 수치는 60%가량의 매출을 해외판매로 올리고 있는 나이키나 P&G 같은 다국적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델리나 두바이로 건너가 방문영업을 할 수 없는 군수업체들의 특성상 이런 기업들과 상황이 같을 순 없다. 무기제조업체들은 해외에 무기를 판매하기 전에 미 국무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국방부를 통해 소위 말하는 '대외 군사 판매제도 FMS' 의 조정도 이루어진다(일반적으로 해당업체들은 신규 허가 승인신청 때 의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수출 기대치보다 목표치를 30~50% 정도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의회에 신고된 1,030억 달러의 수출물량도 실제 판매액은 500억~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 임원들은 군수산업이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화에 대해 시큰둥해 했다고 말한다. 미국방위산업 업체 레이시온 Raytheon의 해외사업본부장 톰 컬리건 Tom Culligan은 "처음 입사한 후 몇 년간은 고위 임직원을 해외로 출장 보내기가 여간 힘든 시기가 아니었다. 리야드 출장 때문에 주말을 헌납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사우디아라비아에선 한 주의 업무가 토요일에 시작한다).
현재 레이시온은 매출의 23%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대형업체 가운 데 이 부문 1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레이시온이 대당 1억 달러에 달하는 전투기에 비해 저렴한 품목, 즉 미사일, 성능 업그레이드, 레이더 등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레이시온이 판매하는 고가의 장비가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요격에 쓰이는 레이더 유도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다.
컬리건에 의하면 2년 전 UAE로부터 수주를 받은 덕분에 패트리어트 생산라인을 재가동했고, 디지털 레이더 프로세서와 같은 새로운 성능을 추가해 더 많은 해외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레이시온 재무최고책임자 CFO에 따르면 이 업체의 지난 4분기 국내 매출부문은 1%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판매는 11~12% 늘었다.
공교롭게도 미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찾는 국가는 구매 자금이 풍부 한 중동의 산유국이다. 2006년부터 2009까지 대외 군사 판매승인의 50%가 중동 국가와의 거래였다고 미 의회 조사국은 분석한다. 이 기간 동안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데 사우디아라비아는 130억 달러, UAE는 110억 달러를 지출했다. 자국 석유자원을 이용해 경제적 도약을 이루려는 이라크도 부상하는 신규 고객 중 하나다.
대형 군수업체들이 너도나도 중동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사우디 수주의 가장 큰 수혜자인 보잉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보잉 의 해외사업개발본부장인 마크 크로넨버그 Mark Kronenberg는 이 지역의 무기구입열풍도 다른 업종의 제품 생명주기(메인 서버 교체나 자동차의 엔진 교체 등)와 같은 맥락의 자연스러운 무기체계 교체의 결과라고 설명한 다. "중동에서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은 호황을 맞이한 때는 90년대 초반 이었다. 중동 각국이 20년이 지나 무기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론 약화된 이라크middot;예멘발테러위협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는 군수업체 임원들이 걸 프지역에서 '위험한 이웃'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란이다. 압둘 칼렉 압둘라 Abdulkhaleq Abdulla UAE 대학 정치학 교수는 "이란이 타격 능력 강화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듣는다" 고 주장한다. 그는 UAE 같은 주변 약소국들이 그에 상응하는 국방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 정부는 최근의 사우디 수주건을 이란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길 꺼리고 있지만(판매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미 국무부 차관 보 앤드류 샤피로 Andrew Shapiro는 관련 질문들을 교묘하게 피했다) 2003 년부터 2007년까지 국무부에서 무기거래를 담당했던 그레고리 수찬 Gregory Suchan은 양자간 연관성은 명백하다고 말한다. 현재 컨설턴트로 일 하는 수찬은 F-15 수주건이 진행되기 시작한 건 이란이 UN의 핵개발프로그램 중단 요구를 거부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수년에 걸친 정치적 노력이 필요했다. 로비 스트들은 비록 아직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지만, 주요 군사물자 거래를 중단시킬 권한을 가진 의회를 설득해야 했다. 지금까지 큰 논란의 대상이 된 거래는 소수였지만, 이들은 모두 대사우디아라비아 수출에 관한 것이었다. 1981년 AWACS 정찰기가 그랬다. 1986년 하푼 미사일 수출과 2007 년 통합정밀직격무기 JDAMmiddot;Joint Direct Attack Munition 수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의 협조도 구해야 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주변국에 대한 군사력 우위 보장을 약속해왔다. 정부 당국은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우연히도 해외 무기판매 체결과 이스라엘에 대한 양보가 시 기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JDAM 판매가 발표된 2007년,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군사 원조비를 25% 인상된 30억 달러로 증가 시켰다. F-15 판매계약 성사에 대한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10월에 이스라엘은 록히드의 최첨단 전투기 F-35 20대를 주문했다.
위키리크스가 2009년 여름 공개한 외교부 정보보고에는 대사우디아라비아 F-15 판매를 둘러싼 협상 상황이 나타나 있는데, 이에 따르면 결국 판매될 F-15에서 장거리 공격무기 시스템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때문에 10월 말 판매 계약이 발표됐을 땐 친 이스라엘 로비그룹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의회가 무기판매 중단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30일 시한을 불과 9일 앞둔 지난 11월 10일, 몇몇 하원의원들은 해당 계약과 관련된 질의서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 장관과 게이츠 국방 장관에게 제출했다. 에이브럼슨 Abramson은 이를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제스처'라고 개탄했다. 그리고 거래는 별 무리 없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에이브럼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사우디아바리바와의 거래에 대해 우려했다. 국무부가 테러조직에 대한 자금지원과 인권탄압을 이유로 비난 했던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판매되는 장비의 유용성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새로 배치되는 공격용 항공기가 예멘의 테러리스트들을 위축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정작 중요 한 이란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뉴아메리카재단 New America Foundation의 군수 및 안보담당 정책국장 윌리엄 하텅 William Hartung은 "이번 계약으로 이란에 '너희들은 구석에 몰렸다' 라는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 순수하게 군사적으로 계산해 보면 이번 계약 논리는 정말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고 주장했다.
다른 비판가들은 무기판매가 미국이 동맹국과 추는 아슬아슬하고 복잡한 춤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좌파 성향 미국진보센터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에서 초빙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전 국방부차관보 로렌스 코브 Lawrence Korb는 미국이 재래식 무기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판매함으로써 그 나라의 핵무장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부정적인 면이 없을 수 있나? 당연히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익이 더 많다" 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모든 무기판매에 대해 사전에 지역역학구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9월에 나온 미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의무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보고서는 몇몇 무기판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부족하고 문서보관 상태도 매우 부실하다고 국방부를 질타했다. 일부 수출 승인 건의 경우 동일 계약을 중복해 계산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중동에 대한 무기 판매 규모는 파악할 수조차 없다고 결론 내었다.
세인트루이스로 향하기 며칠 전 나는 조지아 주 매리 에타 Marietta에 들렀다. 여기엔 록히드 마틴의 항공기 제조공장이 있다. 12월 16일, 록히드 마틴은 C-130J 슈퍼 허큘리스 Super Hercules 전투기 6대(총 9억 달러 규모)의 인도 수출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 행사를 가졌다.
관중 속엔 인도 조종사 몇 명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이 제트기를 몰고 본국으로 돌아 가기 위해 리틀록에 있는 공군 기지에서 수개월간 비행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미국과 인도의 국가가 연주된 후, 우리는 요란한 록 음악에 맞춰 C-130J기가 여러 번 이착륙하는 동영상을 감상했다. 이 행사의 VIP였던 국무부 부차관보 베스 매코믹 Beth McCormick이 짧게 연설을 했다. 국무부 무기 이전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매코믹은 미국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모든 군수무기를 감독한다.
매코믹은 해군 준장 자스비르 왈리아 Jasbir Walia에게 거대한 열쇠를 넘겼다. 자스비르 준장은 양국간 공군 관련 거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갑자기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들릴 법한 클래식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격납고 문이 천천히 열리며 인도의 휘장으로 치장한 C-130J가 자욱한 연기 속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낙하산 부대원들을 공수해온 C-130J는 둥글둥글하고 큰 덩치에 날렵한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기묘하게 순수한 천사 같은 인상을 주었다.
C-130J의 인도 수출은 록히드 마틴의 한 임원이 일전에 내게 말했듯 이 인도와의 관계 정립을 위한 완벽한 거래였다. 매끄럽게 실행되었고 전 혀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인도는 주로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해왔다. 1998년 인도가 일련의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은 인도의 미국 산 무기 수입을 금지했는데, 2001년 부시 대통령이 금수조치를 해제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자 인도의 무기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주문은 대형 전술 화물 수송기로 험난한 지형에서도 이륙할 수 있고 대륙간 비행도 가능한 C-130J였다. 2009년에는 인도 공군이 보잉에 8대 의 초계기를 주문했고, 총 거래 규모는 21억 달러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월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10대의 보잉 C-17 수송기(41억 달러 상당) 판매하는 가계약을 따냈다. 또 인도는 2010년 22대의 보잉 헬리콥터를 구매하겠다는 요청서를 보내왔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향후 10 년간 신무기 구입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잉과 록히드는 126대의 전투기를 인도에 공급하는 계약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판매 총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계약은 군비 경쟁 사상 최대의 무기 수출 계약으로 평가된다.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고 왈리아 준장은 말한다.
"양 국이 모두 시험과정에 있다." 국무부 관리 매코믹도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그녀는 말한다. "인도와 협력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인도 가 세계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 나설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군사력 강화 stepping up 또는 군 출신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부담 공 유 burden sharing는 미국산 무기로 동맹국들을 무장시키는 것이 결국 미군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것이라는 논리의 표현이다. "중동 국가들은 미군이 점진적으로 전쟁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두바이에 있는 걸프 연구 센터 Gulf Research Center의 수석 고문인 무스타파 알라니 Mustafa Alani의 말이다. "미국은 자국이 맡고 있는 방위 책임 중 일부를 해당 지역 국가 에 이양하려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무기 수출 거래 중 대부분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 실현될 것이다." 다른 주요 고려사항은 바로 '호환성 interoperability' 이다. 이것은 무기 수출국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기도 하다. 일례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모두 터키에 40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발사기를 수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오직 레이시온 Raytheon의 패트리어트 시스템만이 해당 지역의 다른 미국산 발사기들과 끊임없이 호환될 수 있다.
정부 관리들은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기 수출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국방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이 효과적인 미끼라고 설명한다. 간단히 말해 대규모 계약을 통해 미국산 무기를 구입한 국가들은 거래 전후에 미국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를 떠난 뒤 몇 주 후, 인도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다. 두 국가는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이 자국 무기 구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해당 국가 지도자들의 권력을 강화시킨다는 인식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매코믹에게 최근 맺어진 일련의 무기수출계약 이면에 자리 잡은 중대한 정책적 목표가 있는지 물었더니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우리가 무슨 거창한 성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우리는 단순히 수요에 부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다수의 외교채널 전보는 오랫동안 군수 전문가들이 의심해온 점을 확인시켜준다. 외국과의 비밀 거래에서 미국 관리들이 사실상 미국산 무기의 영업사원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 전보들은 이런 마케팅 과정을 "옹호 advocacy"라고 이름 붙였다. 2009 년 11월 브라질리아에서 전해진 한 전보는 어떻게 한 미국 외교관이 미국산 제트기를 구입하도록 브라질 정부를 압박했는지 서술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미국 외교관의 압박은 옹호 마케팅의 존재를 재확인하며 더욱 부각시켰다 그는 미국무기를 선택하면 미국과 브라질의 군사적middot;통상적 관계가 더욱 증진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 장관의 지난해 터키 방문에 대해서 한 외교관이 보낸 전보는 '취득 옹호 Acquisition Advocacy'라는 제목으로 레이시온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홍보하기 위한 게이츠의 노력을 서술하고 있다. "미국 국방 장관은 '성능 면에 선 PAC-3를 따라 올 무기가 없다' 고 강조했다."(국무부 대변인은 이 전보 들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심지어 의회의원들까지도 무기 판매를 위한 노력에 동원된다. 인도 뉴델리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10년 2월 존 케리 John Kerry(매사추세츠 주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전보에 애처로운 요청을 실었다. "기회를 참작해 인도의 미국 무기 구입을 승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미국과 인도 양국 의 국방 관계와 지속적인 무기 판매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아마도 '무기 옹호' 판매의 가장 충격적인 일화는 2008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보내온 전보일 듯하다. 이 전보는 스웨덴의 사브 Saab 가 생산한 전투기 그리펜 Gripen 대신 록히드 마틴의 합동 타격 전투기 JSFmiddot;Joint Strike Fighter를 구입하도록 미국 대사관이 노르웨이를 압박했다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전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가 작성한 이 전보는 마치 록히드 마틴의 영업 매뉴얼을 방불케 한다.
"노르웨이 담당팀은 일년 넘게 JSF와 동고동락했다. 숨이 멎을 듯한 아슬아슬한 과정을 수없이 거쳐 결국 성공을 일구어냈다." 그는 무기 판매를 촉진하고자 하는 다른 외교관들에게 유용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록히드 마틴과 협력해 무기 구입의 어떤 측면을 강조할 것인지 결정하라", "록히드 마틴과 공동으로 압박 전략을 개발하라", "항공기를 화제로 삼을 기회를 만들어라" 등등. 국무부 대변인은 한 이메일에서 "대내외 경제 안보와 번영 증진은 미국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요소이며 따라서 국무부의 임무에도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고 적었다.
'무기 옹호' 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무기 확산 반대론자들은 오랫동안 미국의 외교관들이 마치 군수업체들의 영업사원처럼 행동한다는 비난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일부는 현 정부가 무기 홍보 활동을 더욱 공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 미국 군수업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 대사관들이 협조를 잘 안 해준다며 투덜거렸다." 국방 컨설턴트 톰슨 Thompson은 말한다. "이제는 다르다. 미국 대사관들은 미국의 무기 수출 증진을 위해 국방부와 손발을 맞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무기 감시단체들은 이는 단지 무기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현 정부의 공격적 노력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현 대통령이 규제와 정책 면에서 미국산 무기 수출에 그렇게 열성적이고, 또 그의 국가 안보 정책에서 무기 수출을 핵심으로 삼는다는 점이 내게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국제 무기 거래 The International Arms Trade' 의 저자 레이첼 스톨 Rachel Stohl의 말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해외 무기 수출의 대폭적인 증가 외에도 그녀는 지난 9월 미국이 거의 감독을 받지 않고 영국과 호주에 무기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조약과, 수단과 차드 Chad 같은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아동군인방지법 Child Soldiers Prevention Act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월 권리를 포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무기 동맹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을 둔다는 것은 사실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된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미 국방부는 의회에 중동에 대한 1,8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승인된 1,000억 달러 규모보다 많다). 아래는 그중 가장 값비싼 무기들이다.
무기 수출 반대론자들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부분은 수출 통제 개혁이라는 불안한 계획이다. 이 발의는 미국 정계 외부에선 거의 관심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대통령이 해외 무기 판매 관련 법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꾸준히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단 2년 만에 미국의 무기 수출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일련의 광범위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현행제도하에서 국무부는 실탄과 같은 군사적 목적에만 사용되는 모든 무기의 수출을 승인받아야 한다. 기계 장치처럼 군사적middot;상업적 목적에 모두 이용될 수 있는 물품은 상무부가 규제한다. 이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은 중국에 팔 수 있지만 군용 물품은 수출할 수 없다. 군 수업체들은 매년 나사못이나 심지어 문의 걸쇠에 이르기까지 수천 가지 제품에 대해 군용제품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선적, 배달과정에서 지연으로 이어져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그래서 구매자들이 다른 국가 제품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내부관계자들은 게이츠 장관의 열정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군수산업의 '크라운 주얼 Crown jewel' (*역주: 회사의 가 장 가치 있는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군용 물품과 이중 사용 물품 목록 두 가지를 모두 수정하기를 원한다. 정부가 내세운 목적은 스텔스기와 같 은 최첨단 무기들에 대한 보안과 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지난 12월 정부는 탱크와 관련 물품에 대한 군용 물품 목록 수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 수정안은 기존 목록에 있던 물품의 74%를 없애 보다 간단하게 수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감시단체들은 상무부가 규제하는 목록에 더 많은 물품을 올리면 무기 수출이 더욱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 중국이나 이란 같은 국가의 손에 (미국산 무기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술이 도둑맞을 수 있 고 이 도둑맞은 기술은 경쟁 국가나 적대국의 무기 체계를 향상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국과학자연합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에서 무기수 출감시를 총괄하고 있는 매튜 슈뢰더 Matthew Schroeder의 말이다. 보수 정치인들의 입장은 갈려 있다. 일부는 규제 완화를 선호하고 다른 이들은 국가 안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재계는 한 마음 한 뜻으로 개혁을 지지한다. 의회 기록에 따르면 보잉과 록히드, 레이시온 등 수많은 군수업체들이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리들은 개혁안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개혁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선전하면서도 단순히 금전적 목적을 위해 개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 관리는 "이 개혁은 무엇보다도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군수업체들은 개혁안이 통과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게 확실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까지 미국의 수출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로 새롭게 구성된 대통령 수출위원회 President's Export Council 회의에서 개혁안 중 가장 최근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위원회 의장이 누구였을까? 바로 보잉의 CEO 짐맥너니 Jim McNerney였다.
세인트루이스 이야기는 아직까진 해피엔딩이다. 지난 해 그 공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공장은 무척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립라인 근로자들이 비계 scaffolding (*역주: 건축공사 때에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와 굴착기 날개를 삼삼오오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대사우디아라비아 무기 수출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찬사가 무색하게 F-15기 생산 공장의 공장장인 댄 쉘 Dan Schell은 직원들이 별로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미국의 항공업계 근로자 수는 지난 20 년간 40% 감소했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군수업체들은 생산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신속하게 이전했다. 그중 일부는 수출 계약서 상에 실제 외주생산에 대 한 조항이 있는 경우였다. 수출하기로 한 제품의 제조 및 생산을 수입국 가 제조업체에 하도급을 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삽입된 것이다. 이 조항은 "상쇄조항 offsets" 이라고 불린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계약을 보다 쉽게 성사시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거의 주 목을 받지 못한 상무부의 한 보고서는 2009년에 맺은 총 22억 달러 규모의 상쇄조항 거래로 인해 미국에서 창출되지 못한 일자리가 1만 개 이상 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군수업체의 경영자들은 상쇄조항이 없었더라도 비용 절감을 위해 외 국 제조업체들에 외주생산을 맡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인 경쟁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고 말한다. 미국에 이어 영원한 무기수출 2인자인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같은 미국이 절대 무기를 팔지 않을 것 같은 국가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자국이 처음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 비행을 마친 중국은 러시아산 무기의 복제품을 개발하는 데 일가견이 있음을 이미 입증했다.
오바마 대통령 외에도 자국 기업들을 위해 로비를 하는 국가 지도자들은 세계에 얼마든지 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를 떠나자마자 인도로 달려가 각자 자국산 무기 판매에 열을 올렸다. 보잉의 임원 제프 존슨 Jeff Johnson은 만약 보잉이 부품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F-15전투기 생산 라인은 이미 수년 전에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관건은 비즈니스다."
하지만 군수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비즈니스다. 무 엇보다 군수산업에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들 민간 기업들에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수천 억 달러를 지원하고, 기업들은 이 지원금을 활용해 전 세계가 탐내는 최고 제품을 생산한다. 기업들은 다시 미국에 좋은 일자리 수천 개를 창출함으로써 자신들이 받은 지원금을 미국 경제로 환원한다. 최근 미국의 군비 지출액은 치솟았지만 이런 종류의 일자리 들은 계속 줄어왔다.
다른 산업과 달리 군수 업체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그렇다. 미국은 군사 원조를 가장 많이 해주는 이집트와 예멘 등 중동 국가들에 수십 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보냈다. 하지만 세계 권력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보다 평화로운 시기에 협상한 대중동지역 무기 수출 계약을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현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심지어 온건한 비둘기파 대통령들도 무기 수출이 가져다 주는 이익에는 굴복한 바 있다. 카터 대통령은 어떠했나. 그는 1976년 유세 연설을 하면서 무기 수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우리는 이렇게 구린내 나는 사업을 냉소 적인 입장에서 정당화한다. 폭력의 수단을 배분함으로써 세계 폭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합리화적인 이유를 대며. 그러나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선도 국가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전쟁에 필요한 무기 판매를 선도하는 세계 최대 무기 판매상이 되어야 하는가?" 그로부터 2년 후 카터는 중동에 200대의 전투기를 수출했다.
그들의 항거와 우리의 무기
무기 수입국 정부가 통제력을 잃으면 우리의 무기는 어떻게 되는가?
1월 말 카이로에서 첫 번째 시위가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는 자국을 중립적 방관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그러나 미국산 무기는 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TV 채널들은 제너럴다이내믹스 General Dynamics 상표가 선명한 M1A1 에이브럼즈 Abrams 전투 탱크가 타 탱크와 확연히 구별되는 포탑을 전방으로 곧추세우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을 중계했다.
이집트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미국산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록히드 마틴의 F-16전투기는 거리 위를 저공 비행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수십 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국가들에게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지원했다.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받고 있는 이집트는 2009년 F-16기 24대를 포함해 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입했다.
최근 축출된 튀니지 정권은 2009년 미국 국방부로부터 1,500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입했으며, 바로 얼마 전 국왕이 내각을 해산시킨 요르단은 미국 무기 구입에 4억 3,1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예멘은 자체적으로 무기를 구입할 여유는 없었지만 무기조달을 멈추진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예멘에 1억 5,000만 달러 상당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고, 미군은 최근 추가 군사 원조에 대한 요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혁명의 물결이 중동 지역을 휩쓸면서 중동에 있는 미국산 무기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무기 확산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무기를 일단 수출하면 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상실한다고 지적한다. 튀니지의 경우처럼 정권이 전복되면 다음 정권은 이전 정권이 구입한 무기를 그대로 승계받는다. 미국산 무기가 미국을 적대시하는 정권 손에 손쉽게 들어간 가장 악명 높은 예는 바로 이란 사태다. 1970년대 미국은 수십 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이란의 왕 샤 Shah 에게 판매했으나, 이 무기들은 1979년 그대로 아야톨라 호메이니 Ayatollah Khomeini (*역주: 이란 회교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의 손에 들어갔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집트에 무기를 공급해 왔고 이는 향후 골칫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활용 방법에 따라 외교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카이로에서 시위가 발생한 직후 백악관은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집트 군은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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