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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자시계 팔아요"

극초단파를 이용해 세슘(Cs)과 같은 원자를 자극, 일정하게 나오는 고유 진동수로 1초를 몇 백만 분의 1 단위까지 정밀히 측정할 수 있는 원자시계.

특히 세슘 원자시계의 경우 진동수가 매초 91억 9,263만 1,770번으로 그 오차가 약 1억년당 1초에 불과한 초정밀 시계다. 주로 위성 등에 탑재돼 시간을 재는 역할을 수행한다.

1967년 제13회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세슘원자시계를 국제표준시계로 채택한 이래 원자시계는 그 정밀도를 높여 오차를 보정하거나 크기를 소형화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기존 원자시계보다 100배나 더 작은 초소형 원자시계가 시중에 선을 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기·정확성·저전력 자랑

그 주인공은 영국 드레이퍼연구소와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NL)가 공동 개발한 ‘칩 스케일 원자시계(Chip Scale Atomic Clock, CSAC)’.

두 기관이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CSAC는 기존 원자시계와 비교해 크기가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길이 1.5인치(3.81㎝), 두께 0.5인치(1.27 ㎝)에 무게 35g, 부피 16㏄로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원자시계 발진기(oscillator) 칩이다. 기존 원자시 계 발진기는 석영에 기반한 기술을 이용하지만 이번 CSAC는 석영 대신 반도체를 사용했다.

SNL의 설명에 의하면 휴대폰처럼 위성으로부터 GPS 신호를 받아 시간을 표시하는 기기에 CSAC를 채용하면 GPS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석영 기반 제품보다 정확도도 10배 이상 높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CSAC는 전력소비량이 약 115㎽에 지나지 않는다. 이 역시 일반 원자시계보다 100배 적은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원자시계가 전원 공급을 자동차용 대형 축전지에 의존했다면 CSAC는 AA 건전지 크기의 축전지만으로 충분하다.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수직 공진 표면 발광 레이저 다이오드(Vertical Cavity Surface Emitting Laser, VCSEL)’. VCSEL은 말 그대로 수직 방향으로 빛이 나오는 초소형 반도체 레이저를 말하며 이를 활용해 칩의 고밀도 집적이 가능하다.

기존 원자시계의 경우 루비듐 램프를 플라즈마 상태로 변환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지만 VCSEL을 이용하면 수천 배 이상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상업 및 군사 장비에 유용

그렇다면 이토록 작은 원자시계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가장 유용한 분야는 정확한 시간 조정을 요하는 군사 장비다. 가령 휴대형 폭발물 교란기, 무인항공기(UAV), 인명 구조용 통신장비, 군사용 휴대형 GPS 단말기 등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DARPA가 2001년부터 진행된 CSAC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개 DARPA가 지원한 기술은 군사용 장치로 활용되므로 민간 분야에서의 상업화 속도가 더디게 마련인데 CSAC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제품화가 이뤄졌다는 게 특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CSAC 속 세슘 원자는 드레이퍼연구소에서 개발한 쌀 조각 크기의 소형 용기에 담겨 있으며 SNL의 VCSEL 광선 빔에 의해 시간 정보를 측정한다.



또한 세계적인 원자시계 제작사 시메트리콤이 전자회로를 설계했고 이 부품들을 다시 드레이퍼연구소에서 조립, 완벽한 기능을 갖춘 시계로 탄생했다.

‘SA.45s’라는 원자시계다운(?) 모델명을 가진 이 특별한 시계는 출시 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하나 심해에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가장 중요한(?) 판매 가격은 초소형 모델부터 1,500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AC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구입을 원한다면 DARPA 홈페이지(www. darpa.mil)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다.

▩ 한국형 세슘 원자시계

우리나라는 총 9대의 원자시계가 있다. 이 중 5대가 세슘 원자시계다.

원자시계가 표준시계라고는 하지만 세슘 원자의 고유 진동수가 빛·온도·중력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 탓에 아주 미세한 오차는 있다. 때문에 매달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상용 세슘 원자시계의 오차를 보정해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이런 오차를 보정할 때 쓰일 만큼 정확도가 높은 실험실용 세슘 원자시계 ‘크리스-1(KRISS-1)’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기존 세슘 원자시계보다 10배나 정확하다.

세슘의 에너지 상태에 영향을 받는 기존 방식보다 정확도가 높은 광펌핑 방식(optical pumping)을 이용, 강제적으로 일정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크리스-1 기술의 핵심. 100조 분의 1초까지 정확한 크리스-1은 한차원 높은 정밀성이 요구되는 우주 탐사 등에 이용될 수 있다.

현재 표준연 시간주파수연구실은 크리스-1 성능 개선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 원자시계 4대 천왕

세슘 시계
극초단파를 사용해 세슘 원자를 자극
오차: 1억년당 1초
진동수: 초당 90억 회
원자수: 1,000만개

스트론튬 시계
레이저를 사용해 스트론튬 원자를 자극
오차: 3억년당 1초
진동수: 초당 430조 회
원자수: 2,000개

수은 이온 시계
레이저를 사용해 수은 이온을 자극
오차: 10억년당 1초
진동수: 초당 405억 회
원자수: 1개

양자 논리 시계
레이저를 사용해 알루미늄 원자를 자극하면 베릴륨 원자가 그 자극을 기록.
오차: 37억년당 1초
진동수: 1,100조 회
원자수: 2개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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