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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보트

외계 행성에서 해양 탐사 임무를 수행하라

2006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토성탐사선 카시니호는 표면온도가 -180℃에 이르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액체 에탄과 액체 메탄으로 이뤄진 바다를 발견했다. 이는 지구 밖에서 존재가 확인된 최초이자 현존 유일의 액체다.

특히 카시니호의 레이더에 포착된 바다 중 몇몇은 그 크기가 우리나라 남한 면적에 육박할 만큼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타이탄의 대기가 매우 짙고 구름이 많아 시각적으로는 그 모습을 명확히 보기 어렵다.

따라서 NASA는 현재 이곳에 '타이탄바다탐사선(TiME)'이라 명명된 해양탐사선 발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지난 5월 TiME 프로젝트팀은 외계 행성에서 수행되는 인류 최초의 해양탐사를 위해 NASA와 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예정대로라면 TiME를 실은 캡슐은 2016년 지구로부터 12억 8,740만㎞ 이상 떨어진 타이탄으로 발사된다.

그리고 2023년경 타이탄 최대의 호수와 바다가 인접해 있는 북극 지역에 안착한 뒤 사진 촬영, 기상 데이터 수집, 바다 수심 측정, 샘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때 TiME 캡슐은 자체 추진기능이 없는 탓에 수면 위에 뜬 상태로 바람에 밀려다니며 타이탄의 바다를 탐사하게 된다.

다만 2020년대 중반에 이르면 타이탄은 햇빛이 비치지 않는 토성의 뒷면으로 들어가면서 10여 년에 걸친 긴 겨울을 맞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구와의 통신도 불가능하다. NASA는 2035년 이후에야 TiME 캡슐과의 통신이 재개돼 데이터를 다시 전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TiME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자이자 행성 지질학자인 엘렌 스토판 박사는 타이탄의 바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매우 많다. "그곳에도 아지랑이나 해무가 있을까요. 바닷물은 맑을까요. 아니면 흐릴까요. 혹시 지구의 바다처럼 거품도 떠다닐까요. 탐사선을 보내지 않으면 이런 의문들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TiME를 통해 타이탄의 바다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도 있을까. NASA에 의하면 타이탄의 하늘에 떠다니는 메탄구름에서는 종종 탄화수소 비가 내린다.

이 비는 바닷물을 보충해주는 한편 지구의 비가 그러하듯 육지에 풍화작용도 일으킨다. 하지만 생명체 발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TiME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존스홉킨스대학 물리학자 랄프 로렌츠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주지하다시피 생명체의 생존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타이탄의 온도는 너무 낮습니다. TiME 프로젝트는 생명체 탐사가 아니라 분자들의 형성과 진화 과정, 더 나아가 생명체의 등장 과정을 한층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주탐사 경쟁자

내년 NASA는 다음의 3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선정, 필요한 연구자금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화성의 생성과정을 밝히기 위한 탐사선 발사, 근지구 혜성에 착륙하는 '코멧 호퍼(comet hopper)', 그리고 TiME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GMS 프로젝트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화성의 내부구조 및 구성성분을 분석, 그 지질학적 역사를 상세히 알려줄 '지구물리학 모니터링 스테이션(GMS)'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코멧 호퍼 프로젝트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는 하나의 혜성에 수차례 착륙선을 보내 얼음으로 이뤄진 혜성이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TiME 프로젝트

대기권 진입
TiME 캡슐은 행성의 중력을 활용, 속도를 높이는 '중력 도움(gravity assist)' 기술을 사용해 7년여의 비행 끝에 타이탄에 도달한다. 이후 열 차폐막을 펼쳐 질소와 메탄으로 이뤄진 타이탄의 대기권에 돌입한다.

수상 착륙
지표면 160㎞ 상공에서 낙하산이 전개된다. 착륙지점인 리지아해(Ligeia Mare)에 안착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캡슐의 카메라가 타이탄의 바다 풍경을 촬영하며 내장 온도계와 기압계는 기상테이터를 측정한다.

표류 탐사
착륙 후 캡슐에 내장된 질량분석계가 바다의 표본을 채집,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다. 음파탐지기는 수심을 측정한다.
자체 동력이 없기 때문에 캡슐은 물결과 바람에 밀려 표류하는 형태로 탐사를 진행한다. 탐사기간 동안 탄화수소 비를 맞는 이색적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해안으로 떠밀려 올라와 옴짝달싹 못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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