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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패러다임 혁신의 核 무선 전력 전송

에디슨의 라이벌로 알려진 천재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순간이동 실험, 입자광선무기 등 지금의 관점에서 봐도 당혹스럽고 황망한 기술들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황당해 보이는 그의 이런 기술 중에서 눈부신 과학 발전을 토대로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도 상당수 있다. 특히 무선 전력 전송은 그 백미라 할 수 있다.


김청한 기자 best@hmgp.co.kr

우주 인공위성 발전소
무선 전력 전송은 인류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다. 테슬라가 계획한 테슬라 타워 이외에도 이의 실현을 위한 인류의 시도는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60년대부터 계획한 ‘태양 전력 위성(Sun Power Satellite)’이 대표적 사례. 이는 태양전지를 장착한 인공위성이 지구궤도상에서 전력을 생산, 고출력 마이크로파로 지상에 전송하는 개념이다.

지난 2008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오는 2030년까지 우주공간에 태양광 발전용 인공위성을 띄울 계획을 천명했다. ‘우주태양발전시스템(SSPS) 프로젝트’ 로 명명된 이 계획의 핵심은 적도 3만6,000㎞ 상공의 정지 궤도에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 이 위성은 궤도 진입 후 길이 2.4㎞의 태양전지 패널을 펼쳐 태양 에너지를 수집, 저장하게 된다.

JAXA 역시 생산된 전력의 지구 전송에는 극초단파를 선택했다. 극초단파는 비와 구름을 통과할 수 있고 무선전파 등에 의한 간섭도 받지 않아 생산된 에너지의 대부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JAXA는 SSPS를 통해 약 50만 가구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1기가와트(G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석탄발전소 전력 생산량의 2배에 달하는 발전량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기술적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인체 유해성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위성에서 전송한 극 초단파가 자칫 사람을 맞추기라도 하면 통구이 바비큐가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이 우주무기로 용도 변경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넋빠진 과학자들의 흰 소리는 결코 아니다. 이미 원거리 전송, 방사형 근거리 전송, 자기공명 방식 근거리 전송, 접촉식 전송 등 다양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개발돼 있으며 관련기술의 연구개발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와이트리시티의 등장
현재 가장 유력한 기술은 방사형 근거리 전송. 무선인식 (RFID) 전자태그로 대변되는 이 기술은 수m 내외의 거리에서 수십 ㎒~수 ㎓의 전력을 저출력 전송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만큼 전력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낭비되는 전력도 많다는 게 상용화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대 전자정보통신대학 전자공학부 에너지-IT융합연구센터 장병준 센터장은 “방사형 무선전력 전송은 말 그대로 방사형으로 에너지를 전송하기 때문에 어디에 있든 전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 지점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기에 의미 없이 사라지는 에너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렇게 전송된 에너지는 구의 형태로 날아가므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면적도 넓어진다. 그래서 전력 전송 효율은 거리의 제곱으로 낮아진다. 장 센터장은 “이로 인해 방사형은 유통,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이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쓰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접촉식 전송도 교통카드, 무선면도기 충전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는 있지만 방사형처럼 전송거리가 수㎝ 이하여서 우리 주변의 모든 전선을 사라지게 할 진정한 무선 전송 기 술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이 기술적 난제가 많은 무선 전력 전송에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2007년 MIT 물리학과 마린 솔랴시치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비방사 자기공명 방식이다. 송신 코일에 일정한 자기장을 유도, 수신 코일과 공진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두 개의 구리 코일을 같은 자장에서 공명하도록 파장을 맞춘 뒤 하나는 전원에 연결하고 다른 하나는 60W 전구에 연결해 전류를 흘렸다. 그러자 2m 떨어진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에너지의 전송률은 1m 거리에서 90%, 2m에서는 40%로 측정됐다.

이 방식의 메리트는 두 공진체 사이에 나무, 금속, 전자 제품 등의 방해물이 있어도 전력 전송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물질들은 자기공명에 쓰인 전기장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탓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무선 전기(wireless electricity)의 약자인 ‘와이트리시티(WiTricity)’로 명명, 특허를 등록하고 동명의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아직 전력 효율 상승 및 공진기 소형화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방이나 차고의 건너편에 위치한 전자기기에 3,000W의 전기를 무선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트리시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은 하나 둘이 아니다.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전기 자동차다.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전기차에 적용되면 최대 단점으로 지목되는 긴 배터리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와이트리시티는 현재 델파이, 토요타 등 다양한 업체와 손잡고 공동으로 전기차용 무선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카이스트가 이와 유사한 개념의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독자 개발, 2010년 3월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치열한 글로벌 특허 전쟁
물론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서도 무선 전력 전송과 관련된 연구와 특허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최근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폭제가 됐다. 장 센터장은 “무선 전력 전송은 IT 기술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핵으로 평가 받는다”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배터리 충전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해줄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상용화가 가장 임박한 기업으로 GM을 들 수 있다. GM은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무선충전매트를 채용한 시보레 볼트 전기차를 선보였다. 또한 내년 출시되는 차량의 일부에 이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모바일 전자부품업체 세이코 엡손도 무라타제작소와 손 잡고 무선 급속 충전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전력 전송 효율 70%의 전송코일과 리튬이온 2차 전지를 조합, 단시간 충전을 구현하고자 한다.

모바일과 컴퓨팅 업계의 거두가 된 애플도 지난 6월 독자적 방식의 무선충전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무선 전력 전송의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 기술은 가정용 PC 및 TV 전원에 USB를 연결하면 1m 내의 모든 애플 기기를 동시 충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무선 전력 전송 분야에서 취득한 특허만 47건이나 된다. 덧붙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3월 자기공명형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자기 공진기를 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축소하고 고효율의 송수신 회로를 탑재, 휴대기기에의 적용성을 높였다는 것이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와이트리시티 작동 메커니즘





1. 벽 소켓에 부착된 회로(A)가 표준형 60㎐ 전류를 10㎒로 변환시켜 이것을 전송 코일(B)에 보낸다. 전송 코일 내부의 진동 전류가 코일에서 10㎒의 자장이 형성되도록 한다.

2. 수신 코일(C)은 발신 코일과 똑같은 크기며 같은 주파수로 공명, 자기감응을 해 발신 코일의 자장에서 에너지를 끌어오게 된다.

3. 진동 자장의 에너지는 수신 코일의 전류를 유도해 전구를 밝힌다.


기술적 과제 해결해야
이렇게 장밋빛 미래와는 달리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데는 몇 가지 장벽이 있다. 우선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해서는 무선 주파수가 필요하지만 세계적으로 이 기술을 위해 특별하게 할당해놓은 주파수 대역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위해 2010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도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이동통신의 주파수 대역인 800㎒에서 5㎓ 사이의 주파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다각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무선 전력 전송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사실상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문제점은 역시 기술적 한계일 것이다. 장 센터장은 “무선 전력 전송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TV, 가전제품, 자동차, 모바일 기기에 관련장치를 내장시켜야 하는데 현 기술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무선 전력 전송은 거리가 멀어져도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관건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장 센터장은 “현재 많이 쓰이는 자기공명 방식의 경우 매우 높은 Q 펙터 값을 유지해야 수m까지 전력이 전달된다” 며 “실제 전력을 사용하는 기기 내의 동작 환경에서 주변 도체의 영향으로 이를 담보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요구되고 있는 것이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한 전력 소자의 개발이다.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십 ㎒ 주파수에서 동작하는 대전력 스위칭 소자가 필요한 반면 현재 있는 대부분의 대전력 스위칭 소자들은 수십 ㎒ 주파수에서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특성이 있다는 것. 마이크로파 소자를 가지고 주파수를 낮춰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때는 비용적 문제가 도출된다.

한편 유도결합 방식은 자기공명 방식과 달리 주파수가 낮아 상대적으로 상용화에 유리한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재 전송거리가 수 ㎜에 불과하며 이를 수십 ㎝ 이상 올리려면 자기공명 방식과 같은 공진 특성을 이용해야 한다.

이토록 무수한 기술적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들 말고도 첨단 의학기술로 각광 받는 바이오 메디컬 임플란트 등 활용 분야가 사실상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전자 분야 컨설팅 전문 기업 IMS(Intex Management Service)의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이용한 무선 충전기 시장만 오는 2014년까지 약 4조9,000억원, 2019년에는 16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한계를 딛고 힘찬 도약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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