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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샤워기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때를 미는 행위는 사람에게 왠지 모를 청결함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

그렇다면 목욕탕을 가지 않고도 집에서 샤워를 하면서 때를 밀 수 있다면 어떨까. 2003년 서울 강동구의 성 모씨는 이런 상상을 구체화시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때 미는 샤워기’로 명명된 이 아이템은 샤워기에 때밀이 수건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세척모를 부착한 제품이다. 내장형 모터를 통해 이를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해 사용자는 샤워와 동시에 손쉽게 때를 밀 수 있다. 출원인은 또 세척모에 액상비누를 공급하는 장치를 별도로 구비, 비누칠과 때밀이, 샤워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때를 미는 유일한 나라로서 때밀이 관광까지 성행했을 만큼 때를 미는 행위가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이 제품은 바쁜 일상에 목욕탕을 자주 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도 이에 동의했는지 실용신안 등록을 허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출원인의 등록료 불납으로 권리가 소멸된 상태다. 잘은 몰라도 굳이 샤워기에까지 때미는 장치를 설치할 만큼 적극적으로 때를 밀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또한 때를 너무 자주 밀면 피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도 실용신안 포기에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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