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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급속 숙성 머신

수년이나 걸렸던 숙성 효과가 단 몇 시간 만에 나타난다.

위스키 한 통을 증류하는 데는 48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좋은 맛을 내도록 숙성시키는 데는 10년이 필요하다. 이 시간 동안 위스키는 술통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끊임없이 화학적 변화를 겪으며 감칠맛을 낸다.

예를 들어 잘 숙성되지 않은 위스키는 맛이 부드럽지 않다. 메탄올, 부탄올처럼 분자의 크기가 큰 알코올 성분 때문이다. 숙성시에는 내부를 태운 참나무 재질의 술통이 체의 역할을 하면서 이들을 걸러내지만 여기에는 몇 년이 소요된다.

또한 숙취 두통을 유발하는 이소프로필알코올 등 위스키를 구성하는 여러 화합물은 지방산과 반응, 에스테르를 생성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요한다. 에스테르는 술의 향기와 풍미를 결정짓는 성분이다.

결국 좋은 위스키는 곧 오래된 위스키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미국 기준 4년산 버번 위스키는 병당 20달러 정도지만 10년 이상된 것은 200달러나 된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싼 값에 좋은 위스키를 마시고 싶을 것이다. 그런 데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은퇴한 화학자 오빌 타일러 박사가 위스키의 급속 숙성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자신의 '테라퓨어(Terrapure)' 공정을 거치면 단 몇 시간 만에 수년간 숙성시킨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의 고객은 50개사에 이른다.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 체인점들이며 자체 위스키 브랜드에 테라퓨어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공정의 효과에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이에 파퓰러사이언스는 타일러 박사 연구팀에 4개월간 숙성시킨 위스키 샘플을 주고 급속 숙성을 요청했다. 몇몇 증류주 공장에서는 숙성 속도 향상을 위해 일반적인 것보다 작은 술통을 쓴다.

위스키와 술통의 접촉 면적을 늘려 더 활발한 상호작용을 꾀하기 위함이다. 이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숙성이 덜 된 알코올 특유의 독하고 쓴맛까지는 숨기기 힘들다.

이 점에서 테라퓨어는 작은 술통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해준다. 이 공정에서는 덜 숙성된 위스키를 산소가 공급되는 챔버에 넣고 강력한 초음파 에너지를 가한다. 그러면 산소와 술이 섞이면서 에스테르화가 이뤄진다. 타일러의 주장으로는 테라퓨어를 통해 보드카는 6시간, 그보다 독한 술도 12시간이면 웬만큼 숙성이 가능하다.

샘플을 보낸 지 1주일 뒤 테라센티아의 최고 경영자 얼 휴렛이 급속 숙성시킨 샘플을 직접 들고 왔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이것과 원래의 샘플을 비교해봤다. 일단 색깔은 동일했다. 하지만 원래의 샘플은 술꾼들에게 나는 바닐라 향이 입안에 남는 반면 숙성시킨 것은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지방산이 만들어낸 글리세리드 분자들 덕택인지 알코올 성분이 떫은맛을 내며 기화돼 날아가는 대신 혀 위에 오래 풍미를 남겼다. 거친 맛도 거의 사라졌다. 12시간의 작업 치고는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다.

"과학자들을 작은 우리 속에 집어넣고 연구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스토리를 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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