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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 삭스가 정치권을 맘대로 주무르는 실상

by Dan Primack, 포춘 칼럼니스트


오바마 대통령이 도드 프랭크 금융 개혁법안의 제 619조인 볼커 룰에 서명한 지 어느덧 2년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에 월가 은행가들이 얻은 중요한 교훈 하나가 있다: 정치권이 원하는 것을 너무 빨리 들어주지 말라는 점이다.

볼커 룰은 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같은 분야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은행의 존립 목적을 회사전용계정(proprietary and principal account)을 통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데 두자는 아이디어다.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는 (이론적으로) 또 다른 리먼 브라더스 식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도 논란을 빚었지만, 사실상 도드 프랭크법의 단어 하나하나가 논란이었다. 금융업계의 반대 목소리(echo chamber) *역주: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구성원들끼리 '반향실(echo chamber)' 역할을 해서 자기들이 가진 신념이나 우려를 키운다는 뜻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커 룰은 합리적인 안전장치처럼 보였다. 그 결과 2010년 7월 미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일부 조항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희석됐다. 예컨대, 정치권과 금융감독기관이 최종 내용을 확정하는 데 2년의 유예 기간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많은 은행들이 곧바로 정비에 나서면서 사모펀드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시켰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바클레이즈, 그리고 로이드 같은 국내외 은행들이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매각해야 했지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경영 불확실성보다는 일찌감치 정부 지침을 따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금융감독기관은 이들 은행의 신중한 결정에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암묵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 여러 차례 마감시한을 놓치면서 여전히 볼커 룰의 최종안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예정된 법 시행일로부터 7개월이 훌쩍 지났다. 비록 게으름을 피우는 '법 입안자'들이 당장 내일 자신들의 의무를 완수한다 해도, 볼커 룰은 2014년까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더라도, 너무나 많은 면제조항과 기간연장이 포함될 것이라 예상된다. 은행들이 앞으로 10년 이상 기존 사모펀드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볼커 룰: 2024년 이후 있을지도 모를 금융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다.' 매우 기억하기 쉬운 문구다. 왜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조인식에서 이 슬로건을 범퍼 스티커에 붙이도록 나눠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은행 같은 스마트 머니 Smart Money *역주: 투자 및 투자자본 업계는 사모펀드 관련 볼커 룰을 아예 무시했거나, 아니면 단지 미래 투자 활동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골드만 삭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2007년 GS 캐피털 파트너스 VI로 불리는 203억 달러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은행과 은행 직원들이 투자한 대략 90억 달러가 이 펀드에 포함됐다(너무 큰 금액이라 볼커 룰 규정에 어긋난다). 골드만 삭스는 이 펀드 투자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볼커 룰이 최종 확정되면, 펀드 청산에 필요한 기간 연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도드 프랭크 법이 서명된 이후 골드만 삭스는 에너지 펀드, 중국 위안화 표시 펀드, 그리고 부동산 메자닌 펀드 mezzanine fund *역주: BW, CB, 후순위채에 투자하는 간접펀드 등 세 개의 신규 펀드를 조성했다. 골드만 삭스는 이들 펀드가 볼커 룰 초안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펀드의 기간 연장을 요청하거나 분사를 통해 펀드 청산을 늦출 수 있다.

다시 말해, 골드만 삭스는 볼커 룰이 금지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 활동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볼커 룰에 서명할 때, 골드만 삭스가 어떠한 펀드 조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이 회사의 수익은 크게 늘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상장 기업 주가가 오르며 자금 회수에 필요한 유리한 출구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반면 미 의회를 통과한 볼커 룰이 그대로 시행될 거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지난 3년간 사모펀드를 청산한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은 정반대의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볼커 룰은 전혀 엉뚱한 이유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볼커 룰은 애초에는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문제를 수습하려는 월가의 무모한 투자 문화를 규제하고자 만든 법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 공무원들의 태만함을 교묘하게 악용한 은행들을 봐주면서, 다음에도 비슷한 행위를 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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