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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 사이언스의 ‘쉬운 과학’만들기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에 ‘털이 없다’는 말을 즐겨 하곤 한다. 모든 블랙홀의 모양이 한결같이 칠흑처럼 검고 완벽한 구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티븐 호킹박사는 1970년대 이미 이를 증명해냈다. 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털없는 이론’이라 부르기도 했다.

CERN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소속으로 영국의 퀸메리 대학에 재직 중인 로베르토 엠파란과 하비 리올에 따르면, 블랙 홀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 다를지 모른다. 이 두 학자는 앞으로 수년 안에 조그만 도넛 모양의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시공간의 속성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에 불을 당겼던 블랙홀이 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된다. 사실 과학자들이 그런 블랙홀을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우리가 사는 곳이 4차원 이상의 우주라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런 블랙홀을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주 멀리 있는 가스와 먼지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과 달리, 인간이 만드는 블랙홀 도넛은 원자핵 한개 크기보다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우주 속에 있는 블랙홀은 태양의 1억배 만한 크기까지 있다). 우선 물리학자들은 거대한 입자 가속기 내부에서 블랙홀을 생성시켜야 할 것이다. 이 가속기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관 모양 기관으로 조그만 물질 조각들을 안으로 들여보내 엄청난 에너지로 서로 충돌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는 현재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는 CERN에 있는데, 현재 2006년 완성을 목표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이런 극미한 크기의 블랙홀들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장애물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에 적어도 1차원을 더하지 않고서는 블랙홀 도넛을 만들어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차원은 모두 네 종류가 있다. 그 중 세 종류는 공간과 관련된 것(좌우와 상하, 전후)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과 관련된 것이다. 다섯 번째 차원은 그것이 정확히 어떤 방향인지는 몰라도 공간 속의 어떤 다른 지점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 다섯 번째 차원이 mm 크기보다 지극히 작다는 점이다. 이보다 크다면 지금까지 발견 못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언젠가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4차원보다 많은 차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그러한 발견으로 털북숭이 블랙홀말고도 이를 뛰어넘는 많은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우선 일례로, 초끈 이론(우주의 모든 것들이 진동하는 조그만 줄들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이론) 같은 경우, 그 이론이 성립하려면 10차원의 존재를 상정해야 한다. 그 꼬마 도넛이 만들어진다면, 끈 이론의 주창자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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