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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별난 마케팅, 4가지 철학으로 독창성 꾀한다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③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성공한 브랜드 경영 사례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된다. 현대카드의 경영철학은 ‘현대카드스러움’이다. 이를 모든 기업 활동에 적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카드스러운 고민과 결정 과정을 거쳐 탄생한 슈퍼시리즈는 우리나라 기업 마케팅의 한 획을 긋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Make your rule’ 현대카드의 광고 카피다. 이 광고에서 현대카드는 성실, 노력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 통념’만으로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다. 광고 속 어디에도 카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달콤한 말이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흑백 화면 속엔 복서의 힘겨운 게임과 삶에 대한 쓴 충고만이 담겨 있다.

이 광고의 마무리 멘트인 ‘네 생각, 네 방식대로 너만의 게임을 뛰어라’라는 말이 현대카드의 모토다. 현대카드는 자사의 기업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브랜드 전체에 투영한 기업이다. 상품과 서비스, 이벤트는 물론 세부적인 기업문화까지 경영 전반의 모든 것들이 ‘현대카드스러운가?’라는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

과거 기업들은 광고나 홍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업 이미지를 왜곡해 선전했다. 소비자는 제한된 수단을 통해서만 기업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었고, 기업은 이 제한된 수단을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실상이야 어떻든 기업의 ‘소비자 속이기’가 가능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좋은 척’ 하는 기업과 ‘좋은’ 기업을 구별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와 SNS 콘텐츠가 발달하면서 기업이 광고와 홍보로 만든 매트릭스 세계가 붕괴된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대외 홍보용 기업 이미지’ 너머의 ‘기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브랜드 이미지 전략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현대카드의 핵심가치를 정의하고 모든 부분에 이 가치를 융화시켜야 했다. 이때 전면에 내세웠던 개념이 ‘현대카드스러움’이다. 현대카드스러움이란 현대카드의 4가지 철학인 ‘전략의 집중, 혁신, 속도, 끊임없는 변화’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현대카드스러움은 상품과 서비스, 이벤트 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모든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카드의 상품 라인업은 간결하고 체계적이다. 카드 종류를 확인하려면 인터넷에서 수십 페이지를 클릭해야 하는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카드의 핵심상품은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 한 장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심플한 카드 스타일과 간결한 서비스 체계는 ‘현대카드’ 하면 생각나는 첫 이미지가 됐다.

현대카드는 앞면의 ‘○○’ 명칭만 확인하면 제공되는 서비스와 혜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명칭의 첫 알파벳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제공되는 핵심 서비스를 표현하고, 알파벳 뒤의 아라비아숫자는 혜택의 수준을 나타낸다.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가 표기되지 않은 베이직 라인과 컬러카드는 이들과 구별되는 스페셜 카드다. 베이직 라인은 조건 없는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이고, 컬러카드는 프리미엄 카드다.

현대카드의 서비스는 그 자체로 혁신의 역사다. 2003년 5월 현대카드M을 출시하며 국내 카드 업계 최초로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인 ‘세이브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2006년 8월엔 토털 금융서비스 공간 ‘파이낸스샵’을 오픈했다. 역시나 국내 카드 업계 최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끈 베스트 상품 브랜드도 상당하다. 여우카드, The Black, My Business O, MY COMPANY 등이 그것이다.

이벤트 분야에서 평가 받는 현대카드의 위상은 상상이상이다. 현대카드 ‘슈퍼시리즈(Super Series)?는 우리나라 스포츠 및 문화 마케팅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슈퍼토크로 구성된 슈퍼시리즈는 각 이벤트의 특성과 전체 브랜드의 조화로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2005년 9월 현대카드가 ‘슈퍼매치 01’이라는 타이틀로 테니스 대결을 개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세계 최고의 여자 테니스 스타였던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 간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 간 대결이 사실로 확인된 이후에는 이벤트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테니스라는 종목이 대중성이 떨어지는 비인기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매치는 현대카드 내에서 치밀히 기획된 이벤트였다. 남들이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매치는 ‘현대카드스러움’이 아니었다. 의외이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테니스는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는 아니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았다. 유럽의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즐겨했던 스포츠란 점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도 갖고 있었다.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테니스 경기가 열린 적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매치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좌석이 매진됐고, 공중파 중계를 통해 수백억 원의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사람들은 놀랐다. 매치 자체도 의외였고 초대된 선수들 역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이 매치의 주관사는 엉뚱하게도 카드사였다. 이때부터 현대카드는 의외의 이벤트와 경영활동으로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게 됐다. 현대카드스러움이 브랜드 경영에 녹아든 결과였다.

2009년 12월에 열린 아홉 번째 슈퍼매치도 현대카드의 현대카드스러운 면목을 잘 보여준다. 대상 종목은 스노보드 점프였다. 당시 해외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스포츠 종목 카테고리에 이름조차 없을 정도로 저변이 부족했다. 게다가 더 현대카드스러웠던 점은 개최 장소가 강원도 스키장이 아닌 서울 한복판 광화문이었다는 점이다. 대회 성공 여부보다 대회 개최 여부가 더 궁금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했다.

혹시 했더니 역시였다. 현대카드는 광화문 광장에 높이 34m, 길이 100m의 대형 스노보드 점프대를 쌓아 올렸다. 이틀간의 대회는 성황리에 끝마쳤고, 대회 영상은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방송을 탔다. 이 이벤트는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화두와 맞물리면서 홍보 효과가 배가 됐다. 현대카드 슈퍼매치의 성공비결은 역발상 전략과 과감한 실행으로 요약된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지만, 흥행 잠재력이 큰 종목들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 의외의 종목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흥행을 견인했다. 인기 스포츠 중심의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슈퍼매치로 ‘별난 카드사, 혁신적인 카드사’ 이미지를 얻은 현대카드의 다음 선택은 슈퍼콘서트였다. 상대적으로 여성 팬의 수가 적은 슈퍼매치(스포츠)를 문화 공연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의도였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 공연 애호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이유였다.

전문 공연기획사도 아닌 카드사가 초대형 콘서트를 기획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또다시 술렁였다. 하지만 슈퍼매치 01 때와는 다른, 일종의 기대감이 주를 이뤘다. 사람들은 슈퍼매치의 성공을 계기로 ‘현대카드는 특별하다, 현대카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이번엔 어떤 것들로 우릴 놀라게 할까’ 하는 기대를 했다.

현대카드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동안 슈퍼콘서트에 초대된 이들 중 몇몇을 나열해본다. 비욘세, 플라시도 도밍고, 빈 필하모닉, 조수미, 휘트니 휴스턴, 어셔, 스티비 원더, 스팅, 마룬5, 레이디 가가, 에미넴 등.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초호화캐스팅이다.

현대카드는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이벤트를 단순히 홍보효과로만 그치게 하지 않았다. 이벤트 및 문화공연 결제에 현대카드 할인 혜택 서비스를 내놓았다. 쇼핑이나 주유, 금융 등에 특화된 카드는 있지만 문화공연에 특화된 카드는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생활 체감도가 높지는 않지만 문화 이벤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서비스 출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서비스에서 현대카드는 각 카드별 특화 혜택은 물론, 전 고객에게 슈퍼시리즈 할인 혜택을 적용했다. 현대카드가 문화공연 애호가들의 필수 아이템이 된 배경이다.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현대카드는 또 다른 뭔가를 찾았다. 두 시리즈가 사람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켜 주긴 했지만 지적인 영감을 제시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다. 현대카드는 바로 새로운 이벤트 기획에 돌입했다.

2010년 10월. 현대카드는 슈퍼시리즈의 세 번째 브랜드로 슈퍼토크 이벤트를 선보였다. 슈퍼토크는 문화와 예술,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철학과 지식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카드는 슈퍼토크로 슈퍼시리즈 브랜드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스포츠, 문화, 영감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춘 것이다.

슈퍼토크는 일반 강연과 차별화되는 시도를 했다. 슈퍼토크에서 ‘토크’는 말로 제한되지 않는다. 뮤지션은 관객들과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었고, 무용가는 몸짓으로 소통할 수도 있었다.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토크 형식에 무한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슈퍼토크는 현대카드스러운 독특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최근 현대카드의 화두는 ‘익스프레션(Expression)’이다. 현대카드가 말하는 익스프레션이란 ‘모든 활동에 현대카드 고유의 정체성과 전략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슈퍼’ 시리즈가 현대카드의 현대카드스러움을 대중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었다면, 익스프레션은 현대카드스러움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대카드는 전통적인 영역의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기업문화, 공간 디자인, 문화 활동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익스프레션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새롭게 개척한 영역에서도 ‘현대카드스러움’이라는 현대카드의 정체성과 핵심가치가 충실히 구현됐다. 성공적인 브랜드 경영을 이야기할 때 현대카드가 성공의 표본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전방위적인 익스프레션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사람들은 뜻밖의 상황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현대카드는 고객들이 ‘설마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왔다. 지금도 경천동지할 일을 준비 중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현대카드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말한다.

“광고의 시대가 가고 ‘전방위적 표현’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포장된 광고로는 기업 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없죠. 이벤트, 서비스, 제품, 디자인, 공간, 문화 등 접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통일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만의 철학과 방향, 스토리가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현대카드가 현대카드스러워져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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