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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기업: 윙쉽테크놀러지

강소형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강소형 중소기업들의 존재 없이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이나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파퓰러사이언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부응하고 기존과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Ⅴ. 윙쉽테크놀러지㈜ : 차세대 위그선 종결자

배를 타고 부산에서 일본까지 1시간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은 쾌속선을 이용해도 3시간 이상은 걸리지만 바다 위를 나는 배라고 불리는 ‘위그선(WIG ship)’이 실용화 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대전 유성에 본사를 둔 윙쉽테크놀러지는 차세대 해상운송수단으로 부상한 이 위그선의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50인승 상용 위그선의 이수(離水)에 성공하는 등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열매를 국민과 함께

“지금 같은 공항의 모습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항공기 운항도 바다에서 이뤄졌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것은 공기의 힘이나 물의 힘에 관련돼 있죠. 항공기술과 조선기술이 상당히 유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위그선의 모습은 ‘바다 위를 나는 배’라는 수식과 달리 항공기의 모습에 가깝다. 윙쉽테크놀러지의 강창구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 위그선을 접할 때 느끼는 이 같은 의아스러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위그선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구소련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돼 실전 배치되기도 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가 상용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에 선뜻 나선 곳은 지금껏 없었다. 중대형 위그선을 상용화하려면 기술력은 물론 자본력과 법제도, 인프라, 자국 내 활용성 등 다양한 여건이 성숙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부족하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윙쉽테크놀러지가 50인승 위그선의 상용 운항에 성공한다면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위그선 상용화 사례가 되는 셈이다.

윙쉽크테놀러지의 설립은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실용화 해보자는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2005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위그선 기술을 연구하던 위그선실용화사업단 소속 연구진 13명에게 그동안 연구개발한 내용을 산업화해 그 결실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특명이 떨어진 것. 해양연이 위그선 기술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구소련 붕괴 이후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보유했던 각종 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그동안 1인승·4인승·20인승 등 다양한 종류의 시험선이 개발됐다.

이후 관련기술 연구가 무르익자 세계 각국의 연구현황을 살피며 우리나라에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 기술인지 결정해야 했고 러시아보다는 독일의 기술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다.
“‘Wing-ing Ground’의 약자인 위그선은 글자 그대로 수면 위를 달리는 선박입니다. 물과 가까울수록 안정성과 효율이 뛰어나요. 이 점에서 당시 러시아보다 독일의 기술이 더 나았습니다.”



훌륭한 기술진의 하모니

기업 설립 후 강 대표는 연구 인력의 확보라는 난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고속선과 항공기 기술을 융합시켜 위그선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야 했던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도 없었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창의적 연구자들을 알음알음 영입해 회사를 꾸려갔다.

“항공과 조선이라는 매우 전문적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서 유치한다는 게 사실상 말처럼 쉽지 않았죠. 그나마 특례 보충역 제도를 통해 젊은 나이의 창의적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생산인력의 경우 윙쉽테크놀러지 제2기지라고 할 수 있는 군산 지역에서 해결했다. 현대중공업이라는 굴지의 조선사가 터를 잡고 있어 조선산업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었고, 다양한 조선해양계열 학과를 운용 중인 군장대학교 덕분에 전문인력도 상대적으로 풍부했다. 여기에다 국내 알루미늄 고속선 분야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군산조선소 박경희 소장도 회사에 합류했다. 이렇게 각 분야의 인력들이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 상용 위그선이라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윙쉽테크놀러지는 위그선에 더해 초고속 선박 분야 전반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세계적 전문가 집단이라 자부합니다. 위그선 분야로 국한하면 20여명의 기술진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직이랍니다.”

고난의 터널 지나 상용화로

하지만 우수한 연구진만 가지고 상용화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위그선 자체가 지금껏 없었던 신천지를 개척하는 것이었기에 법령과 규제의 미비에 따른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2010년 초반까지도 위그선 관련 법규정이 전혀 없었을 정도다. 위그선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아 관계 기관을 찾아다니며 수백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기도 했다.

또한 위그선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 투자자를 포함해 사업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위그선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생산기지와 설비, 원자재 등에 많은 비용투자가 필요했지만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어렵게 얼마간의 투자를 받아 제작에 나섰더라도 사소한 문제 하나로 모두 뜯어내고 다시 제작하기 일쑤였어요. 항공기나 선박이나 워낙 사람의 손을 많이 거쳐야하는 일이어서 잦은 재제작은 만만치 않은 추가 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옵니다. 2011년 이수된 50인승 위그선 또한 이처럼 수차례의 재제작을 거친 산물이에요.”

다행히 2009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기술력과 미래 가능성을 인정, 2년간 약 40억원이라는 자금을 지원했다. 지원 규모가 상당히 큰 데다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다는 배경에 힘입어 군산 자유무역지역에 정부 소유 부지도 임대 받을 수 있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이 윙쉽테크놀러지 성장의 씨앗이 되어준 셈이다.



올해 말 상용 운항 개시

오랜 기간의 역경을 기술력과 신념으로 버텨낸 강 대표와 연구진에게 50인승 위그선은 그야말로 피와 땀의 결정체다. 그러나 시련 없이는 성공도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2012년 4월 이 위그선이 화마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명조끼와 비상용 조명탄을 실어뒀는데 조명탄이 오발됐는지 구명조끼에서 불길이 일어나 위그선을 집어삼켰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금이 500억원 가까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던 데다 상용화를 앞두고 기쁨에 차있던 시기여서 당시의 사고는 지금도 연구진들에게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강 대표 휘하의 윙쉽테크놀러지 전 임직원은 이를 악물었다. 상용화 시점을 계획보다 6개월가량 연기하면서 위그선을 새로 제작해냈다.

현재 윙쉽테크놀러지의 위그선은 수면 50㎝ 정도 위에 떠서 운항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위그선은 수면과 가깝게 운항하면서 수면과 위그선 바닥 사이의 공기를 쿠션삼아 저항을 줄이고 가속하는 메커니즘을 갖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수면 1㎜ 위에서 운항할 때 최고의 효율을 보이지만 실제 수면의 흐름을 감안하면 50㎝ 정도가 최적의 운항 높이입니다.”

이 위그선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로 올해 말 군산 비응항에서 위도 또는 어청도까지 상업 운항을 개시한다는 목표 하에 연구팀은 막바지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기 보다 안전

강 대표에 의하면 운항사업 진출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선 회사를 모기업인 윙쉽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군산의 윙쉽중공업과 운항회사인 오션익스프레스 등 3개사로 구성했다. 그리고 운항사업 면허 취득을 위해 위그선 접안시설을 군산과 제주에 갖췄으며, 영국 로이드 선급과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단계부터 조립, 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강 대표는 위그선이 항공기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초기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고성능 레이더부터 전방의 선박이나 해상물체를 감시하기 위한 자동식별 장치, 안개나 야간 운항에 대비한 적외선 감시 장비까지 첨단 안전장치가 총망라돼 있다.

특히 항공기는 이륙 시 동체가 뒤로 기울어지면서 탑승객에게 불안감을 주는 반면 위그선은 거의 수면과 평행하게 운행하기 때문에 물에 뜬 채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도 창밖을 내다봐야 겨우 눈치 챌 정도라고 한다. 수면 가까이 붙어서 운항하는 만큼 추락 위험이 없음은 물론 파도에 선박이 출렁이지 않으므로 장시간 타더라도 뱃멀미에 고통 받을 일이 없다.

“막연히 위그선이 낯설다는 이유로, 또는 어떤 메커니즘인지를 잘 몰라서 불안감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위그선은 분명 항공기보다 안전한 운송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군용, 레저용 시장 진출

올해는 윙쉽테크놀러지에 특히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는 해다. 하반기에 자체적인 상업 운항을 시작하는 것 외에도 방위사업청과 군용 수면비행선박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실제로 위그선의 군사적 효용성은 매우 위력적이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바다에서는 수평선 너머에 있는 30~40㎞ 앞의 물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시각적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파도의 방해로 인해 레이더도 산란되기 쉽다. 하지만 고속을 자랑하는 위그선에게 이 정도 거리는 순식간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해외수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삼성물산과 손잡고 50여곳의 클라이언트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해상강국인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까지 수송용, 여객용, 레저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참고로 위그선은 하나의 툴을 제공할 뿐 내·외부를 개조하면 즉각 군용이나 레저용, 여객용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강 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예상 외로 레저용 분야에서의 러브콜이 뜨겁다.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고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대당 1,000억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슈퍼요트’ 협회와 백만장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의 슈퍼요트 협회장이 우리 위그선을 보고 ‘이게 바로 슈퍼요트’라며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중동의 한 부호는 위그선의 외피를 순금으로 덮어 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도 했어요.”



사치 아닌 경제적 운송수단

강 대표는 위그선 상용화 초기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혁신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고객이 될 것으로 본다. 이후 조금식 다양한 분야와 계층으로 수요층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위그선을 부의 과시를 위한 사치품이라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고속선과 비교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선박으로서는 가장 효율적 운항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한다면 3년 내에 구입비 회수도 가능하다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사치가 아니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차세대 운송수단이에요.”

올해 말 상용 운항에 성공할 경우 윙쉽테크놀러지의 다음 목표는 위그선의 탑승객 규모를 350인승까지 스케일업 하는 것이다. 또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화물수송용 위그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당초 수송가능량을 100톤으로 정했지만 아직은 그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다고 판단, 일단 40톤급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이미 기본 설계는 마무리됐어요. 향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용 모델을 개발할 것입니다. 첫 계약을 맺은 군용 수면비행선박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현재 구상하고 있는 다른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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