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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수장 검시관

돼지를 수장시켜 익사한 시신을 연구하는 법의학자

돼지의 사체는 인간 시신의 좋은 대용물이다. 크기가 사람만하고, 털이 없으며, 내장 속 박테리아들도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인간과 돼지는 부상이나 사망 후 부패 양상이 유사하다. 법의학 병리학자들이 돼지 사체를 부패시켜 인간 시신의 부패 양상을 추론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육상이 아닌 물속에서 익사한 시신은 이것이 불가능했다. 동일한 환경을 조성하기도, 실시간 관찰도 어려운 탓이다. 때문에 살해, 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바다에 빠른 시신이 발견될 경우 검시관들은 사망시기조차 알아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던 지난 2000년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법의학 연구자 게일 앤더슨 박사가 최초로 수중 시신의 부패 상황을 돼지로 재연했다. 해저에 돼지 사체를 갖다놓고 새우, 게 등의 해양생물이 사체를 먹어치우는 상황을 면밀히 기록한 것.

이후 2006년 그녀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앞바다에 수중실험실 ‘비너스(Venus)’를 설치했다. 원격조종 무인잠수정으로 돼지 사체를 카메라 앞에 내려놓으면 부패 상황이 인터넷(venus.uvic.ca)으로 실시간 업로드된다. 이 영상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다.

연구팀은 지금껏 22마리의 돼지 사체를 연구해 시신의 부패 상태만으로 모래바닥에 있었는지 돌바닥에 있었는지, 민물에 빠진 것인지 바다에 빠진 것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신의 상처가 칼에 의한 것인지 해양생물에 의한 것인지도 파악 가능하다. 실제로 2007년 사람의 발이 밴쿠버 해안에 떠내려 오자 경찰이나 사람들은 토막 살인을 떠올렸지만 앤더슨 박사의 연구 결과, 해양생물에 의해 잘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1. 데이터 고속도로
중량 2톤의 데이터 허브 스테이션과 수중 실험장이 직경 3.8㎝의 전력 및 데이터 전송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스테이션은 케이블을 통해 촬영된 영상과 사진 등의 데이터를 받아 인터넷에 무선 업로드한다.

2. 레디~ 액션!
비너스는 빛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100m 이상의 해저에 설치돼 있다. 때문에 부패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4개의 조명이 매 15분마다 수분간 빛을 비춰준다. 조명을 계속 켜놓으면 해양생물을 내쫓을 수 있고, 부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런 방법을 취했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원격으로 위치 및 초점 제어가 가능하다.



3. 더블 체크
실험은 한 번에 두 마리의 돼지 사체를 이용하는데 해양생물이 끌어가지 못하도록 플랫폼계류시킨다. 또한 이중 한 마리는 아예 철창 속에 넣어 놓는다. 실험 중 배고픈 상어가 나타나 사체를 먹어치운 후 만든 대응책이다.

4. 플랫폼
플랫폼의 바닥은 플라스틱 망사로 되어 있다. 돼지 사체를 먹은 해양생물과 그동안 쌓인 토사를 놓아둔 채 사체 잔여물과 뼈만 회수하기 위한 조치다.

5. 사체 운반
원격조종 무인잠수정 ‘로포스(Ropos)’를 이용해 돼지 사체와 사체가 놓인 플랫폼을 수중실험장의 카메라 앞에 내려놓는다. 이후 정교한 로봇 팔로 플랫폼의 웹캠과 센서를 연결한다. 실험이 끝나면 로포스가 다시 들어가 모든 연결을 해제하고 돼지와 플랫폼을 회수한다.

6. 수중 환경감시
다수의 센서로 수온, 염도, 산소농도 등이 측정된다. 이 모든 요인이 돼지 사체의 부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계류 (繫留) 일정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밧줄 등으로 매어 놓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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