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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엔 무엇을 할 것인가?

[우재룡의 한국형 은퇴준비]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서는 장수시대가 열렸다. 은퇴 뒤 경제활동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자극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사회봉사나 취미여가와 같은 활동이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재룡 한국형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일반적으로 은퇴 후 활동은 연령, 경제적 상황, 재무상태, 가족과의 관계, 삶의 목적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상당수의 은퇴자들이 활기찬 사회활동을 찾아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 시절 공부만 하라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살아왔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일에 푹 빠져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년의 은퇴자들은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매우 두려워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를 알아내기 어려워한다. 그 결과 은퇴 후 경제활동과 취미생활과 같은 사회활동에서 필요로 하는 자질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남을 배려하는 태도, 직장 동료가 아닌 다양한 계층과의 교류, 자기 삶의 목적 수립과 실천계획 작성,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가진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우리 국민들의 은퇴준비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노후자금 마련보다 더 취약한 것이 바로 일과 취미여가와 같은 사회활동이다. 노후자금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충분하게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퇴 후 사회활동은 그 방법 자체를 생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은퇴는 50대 초반부터 시작된다. 최근 기업들의 정년퇴직 연령이 60세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년을 채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여건은 열악하다. 기대수명이 80대 초반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50대에 퇴직하면 30년 이상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퇴직 후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 하며, 자아를 실현하고 즐기기 위한 취미여가와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과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보내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가?

은퇴 후 일을 할지 안 할지, 또 일을 안 한다면 무엇을 하며 보낼지 각자 세워 놓은 계획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못 찾고 방황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 또는 돈이 모든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하면서 지나치게 돈에 의존하며 살기도 한다. 행복한 은퇴생활은 일과 여가, 현재와 과거에 대한 균형 잡힌 생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노후 인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의 조건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해서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어니 젤린스키는 “은퇴자가 추구해야 할 재미있는 일이란, 지위·권력·수입·승진과 같은 요소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나아가 가장 좋은 직업은 보수 없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한다. 이런 즐거운 일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자신이 현역시절에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정년퇴직 이후의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이라기보다 인생의 보람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삶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은퇴자들에게 은퇴 후 일자리를 소개하고 보급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시빅 벤처 Civic Ventures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은퇴자의 53%가 봉사활동을 하는 중요한 동기로 ‘만족감’을 꼽았다.

이러한 사회봉사형 시니어의 대표모델로는, 미국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를 들 수 있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 설립한 카터센터에서 지구촌 곳곳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뛰었다. 또 손수 망치와 톱을 들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치며, 한 사람의 평범한 일꾼으로 대중 앞에 서기도 했다. 결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지탄에서 벗어나, 은퇴 후 가장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최근 미국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직종으로 교육, 건강, 정부, 환경 그리고 비영리 단체 분야가 꼽혔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교사보다는, 교사를 지원하면서 교과서를 개발하고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특히 성인대상 교육기관이나 단체들이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다음으로 건강 분야에서는 홈 건강 관리자(Home Health Aides), 비영리단체 분야에서는 자선단체 종사자,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직원 등이 유망한 직종으로 언급되고 있다.

노후 인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의 두 번째 조건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을 찾는 것이다. 성장은 나이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인생에서 성장은 계속되고, 또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욕구는 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노화는 오르막길과 같아서 학습이나 새로운 업무를 통해 계속 기어를 넣으면 심신이 건강하게 유지되지만, 기어를 중립에 놓아두는 사람은 급속도로 노화한다고 한다. 따라서 인생의 발전을 끊임없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그만큼 젊음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의 대표적 유형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즐기며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 대표이사를 지낸 어떤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몸담아 온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 서양화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그림은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회갑을 앞둔 나이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고 휴일도 따로 없는 일상이 반복됐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고라고 말한다.

이처럼 필요하다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학교에서 배움을 쌓으면 새로운 직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항상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일과를 반복하다 보면 더 이상 발전이 없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정신적인 충전을 통해 삶이 활기차게 변하고,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은퇴자들이 대거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 듀크, 코넬대학 등에서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라고 하여, 지역사회의 시니어커뮤니티와 대학이 만난 새로운 은퇴촌까지 생겨나고 있다.

세 번째로 사람들과 계속 교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남자들은 그동안 가진 관계들이 주로 일을 위주로 한 관계였다. 따라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던 직장을 떠나면, 외딴섬에 갇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계속 일하면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혹은 새로운 일을 통해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미시간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은퇴 이후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강도 재산도 아닌, 바로 사회적 유대관계라고 한다.

행복한 인생 2막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회적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은퇴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활동이 하고 싶은 일과 결합된다면 행복한 인생 2막이 완성된다.

정년퇴직 이후의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이라기보다 인생의 보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재룡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펀드평가대표이사, 동양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한국형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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