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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플랜B’를 준비하라

[WORLD ECONOMY]

미국이 양적 완화를 끝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양적 완화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세상에 없던 것, 지도에 없는 길만이 답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주가도 상승한다. 우리 기업들은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이 2015년까지 지속할 것이라던 양적 완화에 대해 출구전략을 언급하자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경제회복 기미가 감감한 유럽은 청년실업률이 계속 치솟는 복합불황 상태에 놓여 있다.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엔저를 만들고 주가를 폭등시켜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일본도 암초에 부딪혔다. 금리가 속등하고 주가는 떨어져 환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 선진 경제권이 다시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이 무한대의 통화공급,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개혁, 공격적인 재정정책이라는 3개의 화살을 다 쏘았지만 다시 좌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정 돈을 풀고도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인구고령화에 있다. 인구고령화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역상관 관계다.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일본 같은 나라에게 나타나는 저소비와 저생산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다. 일본의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반면 인도, 브라질처럼 노동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일본 노동인구는 매년 0.9%씩 감소해 2030년에는 17%나 줄어들 전망이다. 1981년 이후 일본 물가와 노동인구 증가율을 보면 그 추세는 정확히 일치한다. 노동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2008년 이후, 일본의 경기침체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은 돈을 푼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펀더멘탈의 문제다. 풀어놓은 돈이 실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에서 버블만 키웠다면 그 후유증은 결국 일본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최근 주가 폭락과 일본을 탈출하고 있는 스마트 머니를 보면 엔저로 만든 증시의 불꽃놀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유럽에선 깊은 침체의 그림자가 보이고 남유럽 국가들은 최악의 실업률로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경제성장이 희미하고 중국경제는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실적을 보면 세계 실물경기의 진짜 얼굴을 알 수 있다. 연초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중국의 5월 수출이 1% 증가에 그쳤다. 중국 당국의 핫머니 규제 영향이 있었지만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 감소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수출 통계로 보면 미국과 유럽경기가 다시 하강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이 최근 몇 달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건 금융산업만의 잔치다. 어떻게 보더라도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상승이다. 그래서 금융에서 거품이 터질 때 조정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도한 화폐 증발로 만든 미국의 금융 호황에 이미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버냉키 이전에 연준을 책임졌던 전직 의장들은 “계속적인 통화 증발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기보다 더 무서운 건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나타나는 2차 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요란스럽게 위기를 극복한다고 떠들어댔다. G20국가들이 떼로 모여 회의하고 정책을 공조한다고 했지만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고 과도하게 늘렸던 빚을 줄인 나라는 없었다. 미국을 필두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국의 개인과 기업 부채를 은행이 떠 안고, 은행의 부채를 정부가 떠 안아주는 것이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이는 표에 목숨 거는 임기 4~5년짜리 정치인들이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의 주머니를 턴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제 다시 무한정 찍어 돌린 돈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 금융 시장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경기가 회복 되어도 문제고, 안되면 더 큰 문제다. 경기가 회복돼서, 혹은 과도한 통화를 단속하기 위해서 통화를 줄이면 미국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끝내고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전 세계 주식, 채권을 비롯한 모든 금융자산 가격의 재조정이 온다는 의미를 가진다.

금융강국 미국의 통화 방출, 금리인하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호황을 가져왔지만 반대로 통화 방출 중단, 금리상승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속락과 미국으로의 자금 집중을 가져온다. 국제적인 신용 수축은 기축 통화국으로 자본이 다시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그간의 역사이자 경험이다. 미국금리의 상승은 주식과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겠지만, 그보다 먼저 신흥시장에 나가 있는 달러가 주가 하락에 대비해 미국으로, 그리고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이래 저래 기축통화국 미국은 꽃놀이 패를 쥐고 있고, 신흥시장은 터지게 되어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이제 시기만이 남았다. 지금은 유동성의 달콤한 마약에서 깨어나 유동성 수축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할 때다. 소위 ‘미국 따라하기’로 각국 중앙은행장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며 경쟁했지만 이젠 정반대 현상이 나올 수 있다. 금융기관과 연기금들은 최근 몇 년간의 금리 하락기 동안 채권에서 대박을 냈다. 그러나 이젠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고 그러면 채권시장은 재앙을 맞는다. 고객과 국민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과 연기금이 제일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금리상승, 신용 수축에 대한 리스크 관리다.

경기회복이든, 과도한 유동성의 단속이든 간에 미국이 양적 완화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황 아니면 인플레이션 둘 중 하나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보통 증시에선 유동성 장세 다음으로 실적 장세가 오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번 유동성 장세 다음에는 실적 장세가 아주 선별적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이 공급과잉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것, 지도에 없는 길만이 답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주가도 상승한다.

중국 도시가스주, 일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주, 그리고 중국 신에너지주와 환경관련주, 미국과 중국의 전기자동차 테슬라와 비야디의 주가 폭등을 보면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이 대규모로 신도시와 아파트를 건설하자 대박 난 것이 중국의 도시가스회사이고 온라인게임 후진국 일본에서 빅히트한 온라인게임회사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다. 중국정부의 지원정책으로 태양광, 풍력발전주가 급등했고 북경의 스모그로 환경보호주가 속등했다. 굴뚝산업 전문투자가 워런 버핏마저 투자하게 한 중국의 전기자동차회사가 비야디이고 지금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전기차업체가 테슬라다. 그 나라에 없던 산업을 새로이 만들어 주도하거나, 세상에 없던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플랜B’란 얘기다.

경기회복이든, 과도한 유동성 단속이든 간에 미국이 양적 완화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황 아니면 인플레이션 둘 중 하나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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