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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지금이 최대 고비 ”

[INTERVIEW] 벳쇼 코로 주한 일본대사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14일 설비투자에 대한 감세와 총리 주도 국가전략특구 신설을 골자로 하는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에 이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아베 신조 총리의 극약처방은 성공할 것인가? 포춘코리아가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일본경제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오르내리고 있지만 작년 말 시점보다 주가가 훨씬 높은 수준인 것도 사실입니다.”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는 최근 들어 일본의 국채금리 상승, 무역적자 폭 확대 등으로 일본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이렇게 한마디로 진단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추진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국민에게 널리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베노믹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일본 경제가 과거 20년 동안 시달려 왔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폭적인 금융완화의 결과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우려에 대해선 일본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사의 말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책이 필요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환율 문제 역시 의도한 것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극복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대사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을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경제에 대한 의욕 저하,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문제까지 겹친 상황에 나온 일본의 결단으로 평가했다. “과거 20년 동안 일본 정부는 재정적, 금융적으로 노력해 왔으나 결정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취할 수 없었다”며 아베노믹스가 필수불가결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6개월 전 아베 내각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일본 국민들은 강력한 경제정책에 70% 가까운 지지율로 힘을 실어줬다. 각종 경제 지표에서도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났다. 증시도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며 아베노믹스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시장은 이런 상황이 각국의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벳쇼 코로 대사는 “분명히 일본인은 밝은 경제 전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느냐는 성장전략을 포함한 향후의 정책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주목을 받는 상황이죠”라며 단기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시장에 돈이 풀렸지만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풀려 실물 경기가 살아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가 그의 말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화폐전쟁’의 저자로 유명해진 쑹훙빙(宋鴻兵) 중국 환추(環球) 재경연구원장은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국채의 95%를 자국 은행과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고, 에너지원인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경제 구조상 머지않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벳쇼 일본 대사도 “원전의 가동이 정지된 상황에서 수입에너지에 거의 기대고 있어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요. 여기에 엔저까지 가해져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엔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고 강조했다.

벳쇼 대사는 말한다. “일본의 복지정책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정책은 정체되었습니다. 복지비용의 부담문제에 대해서 작년에 큰 논의가 일어났습니다. 민주당과 자민당은 복지지출은 유지하면서 필요한 비용을 위해 세금을 올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세수를 늘리고 확고한 복지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에 대한 일본 국민의 공감대가 매우 높아진 것이죠.”

그러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6개월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다소 하락했다. 벳쇼 대사는 “최근 지지율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아베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선 경제에 대한 자국민들의 긍정적인 기대가 중요한데,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과연 정부의 기대처럼 시장이 따라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벳쇼 대사의 말대로 아베 정권 출범 당시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8,600선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3차 양적 완화가 시작된 이후 6월 현재 1만3,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고점이었던 5월과 비교해보면 20% 정도 폭락했고 지난 13일 하루에 6%나 내리는 등 불안한 모습도 계속해서 감지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증시 하락이 대세로 굳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국채 금리는 5월 말 0.98%까지 올랐다가 6월 들어 0.8%대에 머물러 있다. 4월에는 0.3%대였다. 그렇다면 증시·국채·외환 시장에서 별 효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양적완화는 계속 이뤄질 수 있을까?

기자가 “국채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계속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벳쇼 대사는“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곧)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대사가 보기에 아베노믹스가 언제까지 계속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아베 총리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아베노믹스가 ‘아베겟돈’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이고, 국민들도 이 정책을 지지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에 금융위기가 닥쳤을 땐 그 어떤 나라도 재정적자가 GDP대비 100%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일본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240%를 넘어선다. 시장에 돈이 풀리고 설비 투자에 대해 감세를 한다고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까? 벳쇼 대사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을 0.8%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세계통화기금(IMF)이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낮춘 것에 비추어 보면 놀라운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와 ‘디플레이션 극복’이란 양날의 검(劍)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겠지만, 실패는 한국 경제를 포함해 글로벌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실패를 말할 수 없다. 아베노믹스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 경제계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와 ‘디플레이션 극복’이란 양날의 검(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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