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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선수가 아니라 실력있는 선수 후원

KB금융그룹의 색다른 스포츠 후원 전략

KB금융그룹의 남다른 스포츠후원 전략이 업계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 스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유망주를 미리 발굴하고 비인기종목을 장기적으로 후원하는 전략으로 스포츠 마케팅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김연아, 손연재, 박인비 등 KB금융이 지원한 선수들이 모두 글로벌스타로 성장해 국가브랜드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골프 팬이라면 지난 6월에 진행 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부터 박인비 선수에게서 한 가지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선수의 모자와 상의에 선명하게 KB금융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전 대회까지만 해도 박 선수는 메인스폰서가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골프공과 용품을 후원하는 서브 스폰서인 일본 업체 스릭슨의 로고가 찍힌 모자를 착용해왔다. 하지만 5월초 KB금융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세계 랭킹 1위 박 선수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김진영 KB금융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세계 랭킹 1위인 한국 선수가 외국 기업의 로고를 단다는 건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박인비 선수가 키우고 있는 세계 정상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의 효과를 감지하고 스포츠를 활용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장 ‘상품성’이 높은 스타 선수를 기용해 단기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가능성 높은 유망주와 비인기종목에 투자해 차별화된 성공 모델을 내놓고 있다. LPGA 통산 7승에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 선수를 ‘유망주’로 분류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 풍조 속에서, ‘상품성’ 검증이 되지 않은 ‘유망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선이 박 선수에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수억 원을 지불해야 하는 메인스폰서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말한다. “아무리 외모가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저희가 후원을 결정짓는 첫 번째 판단 기준은 실력입니다. 가능성 있는 선수가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고 성공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내면서 그 성공 스토리를 고객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저희의 전략입니다.” 그는 박인비 선수 후원으로 10배 이상의 미디어 노출 효과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인비 선수의 외모에 대해서도 “실제로 보니 훨씬 예쁘다”면서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니 웃으면서 하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이 ‘유망주 육성’ 전략을 고려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던 박찬호 선수와 계약을 맺을 만큼 KB금융은 스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이 박찬호 선수 뒤를 쫓아가는 광고는 지금도 기억 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야구의 인기가 줄고 박찬호 선수도 부상 등으로 성적이 저하되면서 KB금융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때 KB금융은 몇 명의 스타에 의존하는 후원 전략으론 갑작스런 부상, 성적 부진, 스캔들 등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팀장은 말한다. “(박찬호 후원이) 효과는 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엄청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유망주를 후원하면서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KB금융의 유망주와 비인기 종목 육성 전략은 2006년에 첫 번째 성공을 거두게 된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유망주였던 김연아를 발견한 것이다. 김 팀장은 말한다. “김연아 선수한테 ‘3등만 하고 오라’고 했는데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해버린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승승장구였고요.” KB금융은 후원계약과 광고계약을 통해 김연아 선수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엄청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누렸다.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희망 손연재 선수도 마찬가지다. KB금융과 후원계약을 체결한 2009년 당시만 해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중학교 3학년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손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고 꾸준한 후원 활동을 계속했다. 그 결과 손연재 선수는 올해 한국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월드컵시리즈 은메달을 획득했고 지난 6월 7일에는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국제무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KB금융의 컬링 대표팀 후원은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사례로 꼽힌다.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했던 컬링 대표팀은 KB금융과 후원계약을 맺은 후 2012 세계 여자 컬링 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확실한 인기가 있거나 자사 브랜드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들만 후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KB금융은 그런 선수들이 스타가 되기 전에 미리 발굴하고, 비인기종목까지 같이 키워나간다는 전략을 가져갔죠. 단기적인 수익만 노리는 게 아니고 한국 스포츠 전체에 이바지하는 사회공헌적인 측면도 강조하고 있어 업계 내에서 상당히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

국가브랜드에도 기여한다는 면에서 KB금융의 스포츠후원은 그 의미가 크다. 유망주 또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후원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게 마련이다.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곤 한다. 반면 KB금융의 지원을 받는 선수들은 훈련지 물색이나 훈련비 지원, 부상 치료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환경을 제공받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상태에서 훈련에 몰두할 수 있다. 뛰어난 경기력은 자연히 국제대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져 한국의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게 된다.

박인비 선수의 소속사인 IB스포츠의 이수정 부장은 박 선수가 한국을 대표할 만한 기업과 의미 있는 계약을 하기를 기다려 온 것이 사실이라며, KB금융처럼 유망 선수에 선투자하는 후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코칭 스태프와 최적의 환경에서 기량을 쌓아가는 선수들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만큼 선수에 선투자하는 것이 필수겠죠. 후원사 지원은 선수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후원으로 얻는 심리적인 안정은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태환 선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기업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 후원으로 얻는 물질적 이득보단 정신적 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자신을 믿고 후원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들이 의욕과 열정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박세리 선수의 경우도 2011년에 KDB산은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한동안 메인스폰서가 없어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저를 대한민국의 딸로서 우리나라가 든든하게 후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업의 후원을 통해 선수는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게 되고,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다시 후원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이미지 향상으로 선순환구조를 이루게 한다. 몇몇 스타 선수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유망선수들을 후원하는 KB금융의 스포츠후원 전략이 각광받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김진영 팀장은 KB금융의 스포츠후원 전략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둘째, 가능성은 있지만 경제적인 지원이 없어서 성적이 안 좋은 분야에 집중하려 합니다. 저희의 도움으로 성공한다면 은행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3,000만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으로서,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행복을 제공하자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KB 금융그룹 스포츠 마케팅 현황
종목 : 골프, 야구, 농구, 축구, 사격,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컬링, 리듬체조, 바둑
선수후원 :
골프 : 박인비, 양용은, 양희영, 정재은, 안송이
피겨스케이팅 : 김연아, 김진서, 김해진
리듬체조 : 손연재.
국가대표팀후원 : 여자골프,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컬링

선 수 단 운 영 : 여자농구, 사격
대회 주최 및 후원 : KB금융STAR챔피언십,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골프대회,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프로야구, KB국민카드 남자프로농구,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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