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전부 던질 각오로 일한 게 성공비결 사람 중심의 경영이 나의 혁신전략 ”

[INTERVIEW] 조유미 퍼블리시스웰콤·레오버넷코리아 대표

국내 유력 광고대행사 중 처음으로 여성 대표가 탄생했다. 세계 최대 광고그룹인 퍼블리시스옴니콤그룹 내의 퍼블리시스웰콤, 레오버넷코리아의 조유미 대표로부터 글로벌 광고 트렌드와 그녀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올 7월, 글로벌 광고그룹인 퍼블리시스그룹과 옴니콤그룹이 합병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퍼블리시스는 레오버넷, 사치&사치, 다지타스 LBi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옴니콤은 BBDO, DDB, TBWA, 인터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자산규모 약 40조 원에 연간 매출액만 25조 원에 달하며 미국 광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세계 최대 광고그룹이 탄생한 것이다. 이 퍼블리시스 옴니콤 그룹이 한국 시장을 맡을 적임자로 입사 10년 차의 조유미 대표를 선택했다.

조유미 대표는 작년 초 퍼블리시스의 자회사인 레오버넷 코리아 대표에 임명됐다. 그 후 1년 6개월 만에 퍼블리시스웰콤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퍼블리시스웰콤은 퍼블리시스가 2008년 국내 토종광고기업인 웰콤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두 기업의 사명을 합쳐 탄생한 기업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레오버넷 사무실에서 만난 조유미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직설적인 답변을 했다. 그녀는 국내 20대 광고기업의 첫 여성 수장이 된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사람과 일에 대한 진심과 유연성이 내 장점”이라고 답했다. 그 장점을 언제 인정받았는지 물었다.

“과거 구글이 한국에 진출할 때 PT과정에서 조직으로부터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열심히 일하는 건 인정받았지만 뭐랄까 내가 상사이지만 상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직원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상위 6개 기업의 PT를 제치고 손발을 써가며 한 내 PT가 본사 임원들에게 합격점을 받아 구글의 한국 파트너사가 됐을 때 직원들이, 우리 조직이 나를 인정해 주더라”고 조 대표는 말했다. “정말 진심을 다했다. 국내파에 영어도 잘 하지 못했지만 PT하는 2~3시간 동안 내 모든 걸 던지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나중에 본사 임원이 와서 우리 PT가 제일 멋지고 재미 있었다고 말해줬다. 후에 그 임원이 자신들의 직원들에게도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이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설명은 해야겠기에 ‘글로벌 기업이 국내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선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국내에선 나처럼 콩글리쉬를 한다.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운을 뗐는데 다들 정말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PT에 진심을 담았고 약해도 유연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했더니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조직에서 인정받은 것이 정말 기뻤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받았는데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는 애매한 세대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지만 내가 자란 환경은 아날로그적이다. 디지털 안에선 아날로그적 인간이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표가 된 후 달라진 점에 대해선 “생활 태도가 달라졌다”고 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솔직한 편이다. 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조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광고는 사람이 생산해 낸다. 모든 일에 대해 반응하고 사람을 매니징 하는 일이다 보니 태도가 달라지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기자가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해 내는 것이 기본인 광고를 책임지는 CEO가 정작 자신은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고 말하자 “어떤 면에선 그런 부담을 버텨내는 사람이 CEO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성 대표가 처음이고 또 광고업이 상당히 피곤하고 거친 일인데…”라고 기자가 운을 떼자 그녀는 “그렇다. 사실 남성 CEO가 더 적합하다. 하지만 인간에겐 다양한 성향이 있다”며 4가지 성향을 설명했다. 그녀 말에 따르면 “남성스런 남자, 여성스런 여자, 남성스런 여자, 여성스런 남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중 그녀는 “나는 남성스런 여자”라고 밝히며 “이따금 직원이나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거나 술을 마시다가 아침 해를 볼 때 짜릿하고 즐겁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조 대표가 밝혔듯 광고업계는 거칠다. 이직률도 높다. 하지만 그녀가 취임한 뒤로 사내 만족도는 84%, 이직률은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화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녀는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하자’ ‘안에서라도 행복하자’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고 했다.” 조 대표는 그녀 뒤의 창가에 앉아 일하는 직원들을 가리키며 “레오버넷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긴 이유는 직원들을 위해서다. 당초 예산을 초과했지만 더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오버넷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신축한 시그니처 타워에 입주해 있다. 특이한 점은 창가, 이른바 전망 좋은 자리에 직원들을 앉히고 조 대표의 집무실은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고 전망이 좋은 자리에 직원들을 앉히고 임원들과 나는 최대한 공간을 좁히자는 게 입주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조유미 대표는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한 가지를 더 꼽았다. 조 대표는 “같이 모이기에 힘썼다. 흔히 이쪽 친구들은 자기네 클라이언트 소속끼리만 다닌다. 단합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는데 처음엔 두려웠다. 직원들이 싫어 할까봐…”라며 조심스러웠던 당시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또 “단합이라고 우르르 몰려가서 체육활동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사진 찍고 오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랜덤으로 팀을 만들어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 조별 미션 중 만든 영상에 ‘일이 아니면 왜 협동하지 않을까’란 문구가 있었다. 내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소름이 돋았고 정말 기뻤다”며 “그때 진심으로 살면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고 나서 양손을 모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진심을 믿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광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유미 대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 대표는 “한국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는 세계 시장에선 놀라운 사례다. 하지만 모기업의 생각이 건전하고 바르다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또 서로의 조직과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너지가 나지 않겠나. 실제로 우리나라는 정말로 실력 있는 기업이 리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측면을 말해 달라고 하자 조 대표는 “모기업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경직되면 자칫 창의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애플을 예로 들며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제품의 광고와 홍보업무를 한 회사와 꾸준히 거래하고 있다. 난 이것도 인하우스 에이전시 개념이라고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하고 있지 않은가. 톱 매니지먼트가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며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성공에는 경영자의 광고 에이전시에 대한 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사이 한국 광고 시장의 이슈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물론 다른 산업처럼 우리 광고업계도 상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진짜 이슈는 따로 있다”고 말한 뒤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곤 “인재가 없다”며 탄식했다. “젊고 똑똑한 친구들은 클라이언트 사이트로 간다. 우리는 갑, 을이 아니라 병이란 인식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이 쪽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글로벌 광고 트렌드에 대해서도 잠시 귀띔해 줬다. “작년에 칸 광고제에 갔을 땐 키워드가 혁신이었지만 올해 가보니 스토리텔링이더라. 인간에 대한 이모션 즉 스토리텔링 파워가 광고시장에서 핵심이 된 것이다.”

광고업계에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웬만한 산업 현장에서 모두 배우려는 빅데이터다. 조 대표는 “빅데이터 시대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눈 앞에 있더라도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패턴이 같다고 해서 마음이 같은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우선 컨슈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책보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그 입장이 되려고 한다. 숫자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한다. 시장을 흔드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아이디어다. 결국 인사이트가 답이다.”

이어 레오버넷과 퍼블리시스웰콤의 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광고시장이 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뉴미디어 영역의 마케팅을 해온 우리에겐 기회다. 전통적 방식의 광고는 50%이고 나머지는 디지털 마케팅이 차지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본이고 다양한 매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며 자신했다.

답하기 다소 곤란한 질문을 했다. 퍼블리시스웰콤과 레오버넷 코리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이었다. 조 대표는 난감해 했지만 이내 자신 있게 말했다.“웰콤은 한국의 전통적인 대행사다. 퍼블리시스가 웰콤을 인수했다고 웰콤의 색깔을 지우는 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웰콤의 색깔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조직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레오버넷은 젊고 혁신적이어서 피플 퍼스트를 증명할 수 있는 회사다. 퍼블리시스웰콤 역시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양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레오버넷은 젊고 혁신적이어서 ‘피플 퍼스트’를 증명할 수 있는 회사다. 퍼블리시스웰콤 역시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