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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자!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을 로봇이 뭉개 버린다면?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왠지 유적이 훼손되는 듯한 감정이 들 것이다. 그런데 민간 우주항공 기업들에 의한 민간 우주탐사와 민간 우주여행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구글 루나 X프라이즈에는 아폴로프로그램이 달에 남긴 흔적들을 고해상도(HD)로 방송하는 팀에게 4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사실 인간은 특별한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것은 막 다루는 경향이 있다. 조심하고자 노력할 때조차 그렇다. 올 여름 미 의회에 아폴로 11호의 착륙지점을 보존하기 위한 법안이 제출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법안의 궁극적 목표는 아폴로 11호 착륙지점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는 것.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은 특정 국가의 영토 내닐에 있어야 하지만 1967년 체결돼 101개국이 비준한 ‘외기권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의하면 어떤 국가도 달을 자국 영토로 선언할 수 없다. 또한 이 법은 오직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의 흔적만을 다룰 뿐 다른 달 탐사 흔적들은 배재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부실한 법안의 통과를 위해 옥신각신하는 대신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 학계의 달 탄생 모델에 따르면 45억년 전 달은 지구의 일부였다. 지구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달 전체가 역사적·과학적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가능하다면 ‘유네스코 외계 유산’을 새로 만들어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한다면 세계 각국은 달을 평화적·과학적 목적으로 관측·탐사하기 위한 협정을 만들 것이다. 물론 이와 동일한 목표로 유엔의 ‘달 조약(Moon Treaty)’이 1979년 체결됐지만 이 조약은 냉전시대의 암운에 휘말려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단 15개국이 비준했고, 그나마 이들 중 우주탐사 능력을 가진 국가는 전무했다.

새로운 달 조약이 만들어질 경우 인류가 주권 없는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 유일한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남극이다.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현재 50여 개국의 가입국들은 남극 대륙 전체를 ‘과학연구와 전 인류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남극 조약은 불과 14개항에 불과하며, 의무도 그리 무겁지 않다. 그럼에도 50년 이상의 세월동안 잘 지켜지고 있다.



단지 달 조약에는 남극조약과는 다른 몇 가지 특수조항의 추가가 필요해 보인다. 일례로 남극조약 가입국들은 남극에서의 자원 채굴을 자발적으로 포기했으나 달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핵연료로 이용 가능한 ‘헬륨3’를 비롯해 달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이야 말로 달 탐사 및 우주항공기술 발전의 최대 유인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난개발이 아니라면 몇몇 중요한 크레이터 등을 제외하고는 초기의 자원개발을 막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같은 결정은 차후 달을 넘어 다른 외계 천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매우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 지구의 위성인 달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존재라면 다른 행성을 정복(?)할 자격도 없다.

인간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막 다루는 경향이 있다. 조심하려 노력할 때조차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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