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
당초 인간의 발과 발목은 유연한 나무를 타기 위한 도구였기에 작은 뼈들로 이뤄져 있다. 이렇듯 뼈가 너무 많은 탓에 분리되거나 뒤틀릴 가능성도 높다. 또한 정강이뼈와 발목이 직립보행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측면으로는 안전하게 딛을 수 없다. 덕분에(?) 발목을 삐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숙명이 됐다.
2 면역체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구충 같은 기생충들이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 이런 기생충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인체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선진국에서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 환자수가 급증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기생충 감염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면역체계가 무해한 것에 과민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3 신진대사
초기 인류에게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욕망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됐지만 식량이 풍부해진 지금은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진화라는 녀석이 언제쯤 이런 환경변화에 맞춰 인체 신진대사를 바꿔놓을까. 아마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 고대문명에서 처음 소를 사육한 이후 그 문명을 구성하던 시민들의 90%가 우유의 젖당을 소화시킬 능력을 갖는데만 무려 9,000년이 걸렸다.
4 골반
여성의 골반은 사실상 아기의 머리가 통과하기에는 너무 좁다. 때문에 인간은 영장류 중 출산 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종이 됐다. 그렇다고 골반이 더 넓어져도 문제다. 직립보행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나마 다행은 진화가 인류에게 난산에 대처할 사회적 방법을 습득토록 했다는 점이다. 조산사 등의 출산 도우미들이 출산을 돕도록 하는 문화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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