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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셰일가스가 구세주 될까?

WORLD ECONOMY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은 양날의 검이다. 셰일가스는 분명 미국의 소비와 운송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달러화 패권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한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드디어 약효를 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많은 언론에선 그중에서도 미국 경기회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셰일가스의 역할을 꼽고 있다. 경쟁력이 없어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이 값싼 에너지 비용 때문에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셰일가스로 인한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가 과연 가능할까? 한국 기름값이 1리터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반 토막이 난다고 해서 중국으로 떠나버린 한국 기업이 다시 돌아오고 제조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 산업구조가 3차산업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 나라에서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업계에 젊은이들이 다시 취업을 할까?

‘이번에는 다르다’는 대답은 매번 틀린다. 제조업은 한번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전통 제조산업은 장치산업이다. 기계를 돌리는 사람이 2교대를 하느냐 3교대를 하느냐에 따라 고정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1인당 소득 5만 달러대 나라에서 365일 3교대로 일해야 하는 제조업종은 살아남기 어렵다. 기술이나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의 문제다.

셰일가스 양산은 미국 소비자 물가를 낮추고 소비를 늘리는 요인은 되겠지만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노동비용은 유럽에 비해 20% 이상, 에너지비용은 절반 이상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전통산업은 계속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문제는 원가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력산업인 IT는 에너지 때문에 생산을 못하고 원가를 못 맞추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주력산업인 자동차는 명품이냐 아니냐가 문제다. 생산단가 싸움에서는 이미 일본과 한국에 패했다. 브랜드의 문제이고 고급화의 문제란 얘기다. 셰일가스 양산은 미국의 소비와 운송산업에겐 분명 대박이고, 가스산업에겐 혁신이다. 하지만 제조업에겐 글쎄다.

금융 관점에서 셰일가스를 보면 어떨까? 미국의 셰일가스는 양날의 검이다. 셰일가스의 개발과 대량보급에 물을 쓰지 않는 새로운 공법이 나오면 미국 달러 패권이 급속히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달러를 강세로 만들기 위해 석유·전쟁·금융 세 가지를 조합해 사용한다. 세계를 총칼로 억압하는 식민지가 아닌 ‘달러 식민지’로 만든 영악한 미국이다. 달러의 금 태환 정지 이후 종이 조각이 될 뻔한 달러를 살리기 위해 중동 산유국들을 모아 OPEC를 결성하게 했고, 전 세계 석유대금 결제를 달러로 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달러는 석유 가격이 상승하거나 소비가 증가하면 패권이 강화된다. 전 세계 어디서든 전쟁이 나면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모이는 구조다. 미국이 180개국 이상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전 세계 모든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금융 측면에서 해석하면 바로 달러가치 안정 때문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만약 셰일가스의 대량보급으로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석유수입을 줄이면 석유가격은 속락하게 된다. 석유대금 결제 화폐인 달러의 패권이 미국 때문에 약해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셰일가스의 상용화는 미국과 캐나다가 앞섰지만, 매장량에선 중국이 세계 최대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매장량은 미국의 1.7배로, 전 세계 매장량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셰일가스 개발에는 물을 쓰는 수압파쇄법이 이용되고 있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 기업과 합작으로 셰일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물이다. 중국 셰일가스의 대량 매장지역은 서부지역이다. 만약 물이 없어 개발되지 못하는 중국 서부지역에서 셰일가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중국은 세계 5대 산유국이지만 필요한 석유의 5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중국이 셰일가스를 개발해 석유수입을 5분의 1만 줄인다면 국제 석유가격은 속락하고 달러 수요도 그 만큼 줄어들어 영향력이 약해진다.

지금 중국은 발해만 앞바다의 바닷물을 서부지역 사막까지 끌어들이려는 해수서조(海水西調)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옛날 중국에선 680km 경항대운하 건설에 수백 년이 걸렸지만, 현대의 기술력이면 5~10년이면 끝낼 수 있다. 서부지역으로 담수화된 바닷물을 공급하면 사막과 고원지역을 녹지로 탈바꿈시키고 태양광발전의 최대 기지로 만들 수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의 가스공급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서방세계의 대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푸틴은 중국을 방문해 2018년부터 30년간 매년 38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도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천연가스 개발을 가속화 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가스 전쟁 덕분에 선진 기술을 앉아서 확보하는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다.

중국 서부지역에서 셰일가스의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면 이는 중국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되는 동시에 달러패권의 몰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에너지와 금융시장에 중국발 쓰나미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셰일가스의 대량보급과 신기술의 등장은 달러 패권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는 ‘위험한 양날의 검’인 것이다.

*리쇼어링 전략: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 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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