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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분야 크라우드 펀딩이 나아갈 길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천체를 명명권을 갖게 되면 천체의 이름을 피자체인점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매각을 막을 방법도 없다.

지난 2012년 10월, 스위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에서 지구 크기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계의 관례에 따라 이 행성을 항성의 이름과 알파벳을 조합해 ‘알파 센타우리 Bb’라 명명했다.

올해 봄 신생기업 우윙구(Uwingu)는 이처럼 복잡하지 않고 외우기 쉬운 천체 이름을 발굴하자며 대중들을 대상으로 크레이터의 작명 캠페인을 실시했다. 화성의 상세 지도 제작을 위한 연구자금 마련을 위해 명칭 제출자에게 4.99달러, 투표 참가자에게도 99센트를 받았다.

그런데 이를 지켜본 국제천문연맹(IAU)이 강력히 반발했다. IAU는 1919년부터 천체의 명칭 결정권을 가진 단체로, 우윙구의 캠페인이 IAU의 공식 명명 절차와 관계가 없는 만큼 콘테스트 결과가 실제 크레이터 명칭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우윙구가 이번 캠페인에 접목한 크라우드 펀딩은 분명 과학연구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이나 억만장자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끌지 못한 발명가와 연구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무수한 창의적 발명품들이 세상에 나왔다. 특히 다수의 일반인이 과학분야의 투자자가 된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흥미를 고양시킬 도구로도 손색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과학 예산이 줄어들면서 상당수의 과학자들도 연구비 마련을 위해 인디고고(Indiegogo.com), 엑스페리먼트(experiment.com) 등 대형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및 과학전문 소셜펀딩 사이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익스페리먼트에서만 지금껏 150건에 달하는 연구프로젝트들이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우윙구 역시 나름 업적이 있다. 빛 공해 관련 단체인 국제다크스카이협회(IDA) 등에 5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평상시에도 대중과 과학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윙구는 공공기관도, 비영리단체도 아니다.



이윤창출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 이 회사가 공모한 이름이 천체의 공식 명칭이 될 경우 자칫 그 명칭을 수익사업에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에 거액을 받고 팔아버릴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수십 년간 IAU가 천체 명명권을 놓고 강경한 자세를 취해온 것도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IAU의 표준 명명법은 혼동의 소지도 적다. 지난 6년 동안에만 과학계는 1,790개 이상의 태양계 밖 행성을 발견했다. 현재 새로 발견된 행성이 맞는지 확인 중인 것도 수천 개가 넘는다. 태양계에서도 올 가을부터 명왕성, 세레스 소행성 등에 대한 첫 탐사결과가 밀려들 예정이다. 천체를 명명하는 기준이 흔들리면 혼란만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고 우윙구의 활동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IAU도 지난해 외계 지적생명체를 탐사하는 비영리기구 ‘세티(SETI)’와 함께 명왕성의 위성 2개의 이름을 짓는 등 대중과 어울릴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IAU가 우윙구 같은 기업과 손잡고 대중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도 있다. IAU와 우윙구는 적이 아닌 동지며, 우주과학 발전에도 둘의 힘이 모두 필요하다.

16 소행성의 명칭은 알파벳 기준으로 최대 16자를 초과할 수 없다.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신생업체나 개인발명가가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다수 대중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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