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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 톡! 톡!] 차명훈 디바인랩 대표

젊은 해커들의 스타트업 도전<br>비트코인으로 금융혁신 꾀한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아이디어’와‘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젊은 창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은 지금껏 쓰러져간 수많은 벤처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능성만 믿고 큰 금액의 투자를 감행하진 않는다. 성과물을 보인 스타트업에게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 돈을 쓴다.

그러나 이 같은 통설을 깨버린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비트코인 플랫폼‘ 코인원’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디바인랩’이다. 디바인랩은 서비스 플랫폼 출시 한 달 만에 가능성 하나만으로 국내 굴지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2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받았다. 그렇다면 업계가 인정한 디바인랩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디바인랩의 차명훈(27)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강총명 kou524@gmail.com


지난 12월 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디바인 랩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은 다소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다. 10여 대의 컴퓨터에서 나오는 불빛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누가 봐도 IT벤처의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차명훈 대표의 첫인상 역시 청년 사업가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저 공부 잘하는 멀끔한 명문대생의 모습이었다.

차 대표의 이력 역시 첫인상과 유사하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차 대표는 젊은 해커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포항공대 보안연구 동아리 ‘플러스 PLUS’ 회장직을 맡아 글로벌 굴지의 해킹 대회인 데프콘 DEFCON과 코드게이트 CODEGATE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최정예 사이버보안 교육코스의 강사로도 활동하며 젊은 해커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해커 출신인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IT 학도였던 차 대표는 학창시절,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BitCoin’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 형태를 갖고 있지 않은 가상 화폐다. 비트코인의 시작은 명확하지 않지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벌어들이는 과정은 흔히 ‘채굴’이라고 불린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수학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우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트코인의 수학 문제는 일종의 ‘암호학’과 연결돼 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 개인용 PC를 하루종일 가동해도 대략 5~6년이 걸릴 만큼 난도가 엄청나다. 이러한 까닭에 중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전문 채굴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채굴과정을 통해 캐낸 비트코인은 사용자 개인과 개인이 직접 주고받는 ‘P2P’방식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송금에 따른 수수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업계에선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차 대표도 이처럼 다양한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파산이었다. 마운트곡스는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비트코인 거래소였다. 하지만 마운트곡스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009년 해킹으로 5,000억 원 상당의 고객 자산을 도둑맞아 회생불능 상태에 빠져 결국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차 대표는 말한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주식거래소나 은행 같은 금융기관의 일종입니다. 당연히 보안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마운트곡스는 이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며 고객의 자산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 사건 때문에 비트코인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됐어요. 그리고 제가 강점을 갖고 있는 해킹 기술을 비트코인에 접목하면 분명 금융 혁신을 이룰 수 것이라 확신하게 됐죠.”

차 대표는 곧바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각종 IT 경진대회 수상 경력이 화려한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엔지니어 2명이 차명훈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이들 모두 대학 시절 개발자 동아리 및 네트워크에서 활동한 지인들이었다. 무엇보다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효율적인 팀워크를 발휘해 빠른 기술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차 대표는 지난해 디바인랩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올해 초부터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준비했고 프로토타입이 준비된 6월부터는 투자유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거래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입증된 상태다. 해외에선 비트코인 결제 가맹점이 7만5,000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트코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역시 약 3,5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기준 글로벌 인터넷 업계에 대한 투자 금액 2,780억 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차 대표는 해외에서 성장성이 입증된 만큼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니라 꽤 일목요연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글로벌 결제다. 현재는 환전수수료와 카드수수료 등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상당한 수수료를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부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소액결제다. 현재 신용카드로는 1,000원 미만의 결제가 불가능하지만, 비트코인으론 1원 미만까지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이용해 소액 콘텐츠 결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비트코인이 좀 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확신을 갖고 투자처를 찾고 있던 차 대표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바로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였다. 차 대표는 “2년 전 SNS 기반 평판분석 스타트업에서 잠시 일하며 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며 “비전과 진정성을 믿어준 임 대표가 신속하게 2억 원 지원을 결정해 주었다”고 말했다.

든든한 지원과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탄생한 디바인랩의 비트코인 플랫폼이 바로 ‘코인원 Coinone’이다. 현재 코인원을 운영 중인 디바인랩은 지난해 말 비트코인 결제 솔루션 ‘코인원 페이’를 출시하며 비트코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차 대표는 비트코인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도와 보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운트곡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확고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차 대표는 모든 개발 과정에서 이중 삼중으로 보안 장치를 마련 중이다.

코인원은 보안과 더불어 가장 편리한 유저인터페이스(UI) 구축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UI도 비트코인 비즈니스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인원은 최신 웹기술과 아키텍처를 사용해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준의 UI를 웹에서 구현하고,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주문과 체결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거칠 것이 없었던 디바인랩의 사업 진행에도 한 가지 장애물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은행의 협조를 얻는 일이다. 차 대표는 말한다. “현재 거래소에서 오고 간 비트코인은 은행 가상계좌를 통해 입금처리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특성상 은행이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처음에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었죠. 이는 국내 핀테크(Fin Tech, 금융과 IT기술의 융합형 사업)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혁신을 위해선 국내 금융계가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디바인랩의 매출은 제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조급해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까진 매출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다소 놀라운 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결제 비트코인 거래소의 거래수수료는 0%입니다. 이는 비트코인 시장의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죠. 지금은 시장 확대와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그때부터 결제 부문에서 조금씩 수익을 창출해 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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