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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지질학

DOKDO GEOLOGY<br>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땅

대한민국 영토 중 중요하지 않은 땅은 단 한 뙈기도 없다. 그중에서도 독도는 유달리 애틋한 땅이다.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뭉클함이 밀려온다. 잊을 만하면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 탓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실효적 지배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연구는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독도의 탄생

독도 화산체를 형성시킨 화산활동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독도의 응회암층 내에 다량 함유돼 있는 현무암질 암편들의 연대가 약 460만년 전임을 감안하면 독도 해산의 화산 활동은 적어도 신생기 플라이오세(533.3~58.8만년 전) 초기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독도의 화산암류 중 응회암층과 번갈아 나타나는 조면안산암 용암의 연대는 약 270~60만년 전이며, 이들의 틈을 따라 흘러들어가 굳어진 화성암 암맥의 연대는 230만 년 전으로 측정됐다. 이는 현재 해수면 위에 분포된 독도 화산암류가 대략 30만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덧붙여 이들 암석을 고지자기 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모두 마투야마 역자극기의 전기(259~19만년 전)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앞선 연대 측정 결과와 함께 고려해보면 이들의 지질 시대는 모두 제4기(258.8만 년 전 이후)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플라이오세와 제4기 플라이스토세 중기 사이, 즉 약 460~60만년 전에 조면안산암과 응회암류의 분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외에 독서 서도 북서부에 위치한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예정지의 해저 시추코어에서 채취된 조면암의 연대가 약 160만년 전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독도에서 측정된 가장 젊은 연대로서 독도 화산체의 화산활동이 최소한 이 시기까지 지속되었음을 암시한다.

독도의 지질 특성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독도는 울릉도 동남쪽 87.4㎞ 지점에 위치한다. 높이 98.6m, 둘레 2.8㎞의 동도와 높이 168.5m, 둘레 2.6㎞의 서도, 그리고 약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뤄져 있으며 총면적은 0.188㎢다.

지질학적으로 표현하면 독도는 수심 약 2,000m의 해저 화산활동에 의해 솟아오른 직경 약 24㎞의 원탁형 화산체의 최정상부에 해당한다. 비바람과 파도에 끊임없이 침식돼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거친 지형을 갖게 됐지만 동해의 형성과 지구조 환경에 대한 중요한 지질학적 증거들을 간직하고 있다.

해수면 위에 노출돼 있는 독도 화산체에는 신생대 제4기에 반복적으로 발생한 용암 분출, 그리고 화산 쇄설류 분출에 의해 형성된 조면안산암 용암류 및 응회암층이 번갈아 분포돼 있으며 이들 사이를 후기 관입암류가 관통하고 있다.

일명 ‘독도층군’이라 불리는 이 화산암류들은 하부로부터 조면안산암 I, 동도 응회암, 서도응회암, 조면안산암 II, 얼굴바위 응회암, 조면안산암 III, 천장굴 각력암, 조면암, 염기성 암맥 등의 화산암층으로 구성된다. 일부 해안에는 해빈 자갈 퇴적층과 중력에 의해 생성된 토양퇴적층인 붕적층이 분포한다.

이중 응회암층들 사이에 분포하는 조면안산암은 외견상 거의 동일한 구성광물과 조직을 보인다. 동도 응회암은 주로 암갈색의 괴상 각력암 또는 응회 각력암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백색의 부석층과 박층의 사암층 또는 이암층이 렌즈상으로 협재돼 있는 것이 타 응회암층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서도 응회암의 경우 황갈색의 괴상 또는 층상의 응회각력암 및 화산력 응회암으로 이뤄진 하부 응회암층과 담회색의 응회암 또는 화산력 응회암으로 구성된 상부 응회암층으로 분류된다. 또 얼굴바위 응회암은 주로 판상의 층형을 보이는 스코리아성 응회각력암 또는 화산력응회암으로 구성되고, 적갈색의 기질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독도의 지형은 경사가 급하고 험준하여 접근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다른 말로 단층과 절리가 매우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바로 이 단층을 따라 깊은 골짜기들이 형성돼 있으며, 침식 및 삭박(削剝) 작용이 집중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단층들은 전반적으로 70도 이상의 높은 경사를 이루는 정단층이며, 단층면은 대부분 판상의 형태를 이룬다. 해수면 위에 노출된 독도 화산체의 면적이 워낙 협소하기 때문에 직접 확인은 불가하지만 이 단층들과 조면암맥들은 독도 화산체의 환상단열과 환상암맥의 일부분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독도의 샘물과 균열

독도는 화산암으로 이뤄진 섬이지만 서도에는 샘물이 나오는 곳도 있다. 이곳을 ‘물골’이라 부른다. 물골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과거 독도 주변에서 고기를 잡던 어민들의 비상 식수로서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 조면암 지역에 위치한 물골에는 두 방향의 냉각 절리가 발달돼 있는데 물골은 이 2개의 절리가 발달된 지점이 침식됨으로써 형성된 동굴이라 할 수 있다.

물골 지하수의 원천은 빗물이다. 빗물이 계곡과 조면안산암 내 절리를 따라 하류로 흐르다가 물골 쪽으로 이동해 유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골 지하수의 하루 유출량은 당초 0.5~1㎥로 추정돼 왔지만 2008년부터 3년간 5회에 걸쳐 측정한 하루 유출량은 최저 1.12㎥, 최고 7.02㎥였다. 양적으로 볼 때 꽤 많은 양의 지하수가 생산되는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갈매기 배설물에 오염돼 식수로는 부적합한 상태다.



독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에 자연히 많은 균열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동도와 서도에 있는 모든 균열을 조사한 뒤 낙석에 의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점 3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곳에 계측기를 설치, 균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동도의 등대와 경비대 건물 같은 주요 구조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건물 하부의 기초암반에 경사계를 설치, 지반 움직임도 계측 중이다. 이 측정 자료들은 통신망을 통해 원격지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5월부터 작년까지 모니터링한 결과로는 균열이 1㎜ 이내이며, 경사 역시 0.1도 이내의 변화만 측정돼 안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암반 붕괴는 사전 조짐 없이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멈춰선 안 된다.



독도는 변하고 있다?!

독도의 암반은 강한 파도와 해풍의 영향을 받아 육지보다 빠르게 침식, 풍화 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지형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지형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므로 지속적으로 관련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에 원격탐사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과거의 원격탐사 기술은 항공사진과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자료를 판독하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고해상도 인공위성이 발사되고, 초분광 카메라가 개발되는 등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질연은 2000년, 2005년, 2010년에 촬영한 항공사진과 2005년, 2009년, 2011년의 위성 영상을 분석해 동도 몽돌해변의 변화 등을 확인했다. 위성 영상 자료의 식생분석을 통해 산출된 상대적 활력도를 바탕으로 동·서도 경사면의 토층 침식 발생지 또한 예측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로는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면적 대비표고차가 큰 독도의 지형적 특성상 위에서 내리찍는 항공촬영과 위성영상에서는 확인이 불가한 이른바 ‘폐색영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침식과 풍화작용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해수면과 인접한 경사면의 경우 대부분 폐색영역에 포함돼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질연은 지난해부터 초분광 카메라를 활용, 동도와 서도 내측면의 침식 및 풍화 정도를 지상에서 촬영함으로써 독도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우리 땅 독도, 지질관측으로 지킨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최근 독도의 체계적인 지질 관측을 위해 지진계 설치하고, 독도의 3차원 지형 모델 구축을 완료했다. 지질연 지진재해연구실은 동해안 지진과 독도 주변의 미소 지진 탐지를 위해 독도 지진관측소를 동도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가속도 센서 1개와 광대역 속도 센서 1개로 이뤄진 이 관측소는 동해 지역의 지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동해 지역에는 울릉도 관측소 밖에 없어 주변 지진의 위치 파악과 진원지의 방향 규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지질연은 향후 기상청 등의 지진 관측 기관과 자료를 공유해 국가적으로 독도 주변의 지진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독도를 포함한 동해 지역의 심부지각 구조 규명에도 이 자료를 활용할 예정이다.

지질연은 또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독도의 3D 상세 지형 모델도 구축했다. 덕분에 해상 침식, 암반 균열, 산사태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독도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번에 제작된 3D 지형 모델은 구글어스나 브이월드 같은 기존 3D 지도 서비스보다 상세해 수치표고모델(DEM)의 구축도 가능하다는 게 지질연의 설명이다.

지질연은 이 3D 지형 모델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새로운 무인항공기 탐사시스템을 통해 더욱 정확한 물리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자력, 방사능 센서, 전자탐사 장비 등을 멀티콥터에 탑재해 사실상 지상에서의 탐사가 불가했던 독도의 지반 상태 변화를 효율적으로 관측하겠다는 복안이다. 지금껏 독도는 지형이 험하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 많아 일반적인 탐사만으로는 종합적 관측이 힘들었다.

응회암 (凝灰岩, Tuff) 모래입자 크기의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
안산암 (安山岩, andesite) 담회색, 갈색, 회색 등의 색을 띄는 중성의 화산암.
고지자기 연대측정법 (paleomagnetic dating)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의 변화를 이용해 용암의 시료와 자화방향을 분석함으로써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
마투야마 역자극기 Matuyama Reversed Polarity Chron.
조면암 (粗面岩, Trachyte) 화산작용 시에 분출되어 형성되는 화성암의 한 종류로 주로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용암이 분출될 때 형성되는 비현정질의 화산암.
각력암 (角礫岩, breccia) 사질 또는 역질의 기질과 직경 2㎜ 이상의 각이 진 쇄설물로 구성된 퇴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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