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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탐구 ¦ LF

옴니채널·편집숍으로 실적 ‘쑥쑥’<br>브랜드파워 강화는 여전한 과제

LF는 지난해 4월 LG패션이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했다. 1995년 반도패션에서 LG패션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두 번째 개명(改名)이었다. 주목할 것은 과거 이름에서 ‘LG’뿐 아니라 ‘패션’도 떼어냈다는 점이다. 패션기업 그 이상을 꿈꾸는 LF의 비전이 담긴 결단이다. LF의 다음 과제는 브랜드 파워 강화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구본걸 LF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브랜드 파워 강화’를 핵심 메시지로 담았다. 그는 사명을 바꾼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순한 의류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브랜드 강화는 구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로 줄곧 강조해온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LF는 의류기업에서 생활문화기업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비전을 품은 ‘라이프 인 퓨처(Life in Future)’의 줄임말이다. 2014년 3월 당시 LG패션이 LF로의 사명 변경을 발표하자 업계 일각에선 ‘LG그룹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경영에 부담스러워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공시자료를 보면 이런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당시 LG패션이 LG그룹에 지급한 로열티는 19억 원으로 매출액의 0.1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1조 4,0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기업이 19억 원이 부담스러워 사명을 바꾼다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낮다.

그보다는 구본걸 회장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로 떨어져 나온 뒤 회사를 경영하면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구 회장은 2007년 계열 분리 당시 7,000억 원대였던 매출을 2013년 1조 4,00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6년 만에 매출 규모를 2배로 늘린 것이다.

구 회장은 해외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일례로 중국 3대 패션기업인 빠오시냐오 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LF의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를 필두로 라푸마, TNGT를 중국시장에 선보였다. 헤지스는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중저가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출시 초기부터 대형쇼핑몰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펼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LF 관계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타미힐피거를 제칠 만큼 헤지스의 인기가 상당하다”며 “리스크가 큰 직접 진출 방식 대신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장 진입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본걸 회장은 ‘특정 업종이 아닌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수시로 이야기해왔다.

새로운 사명에서 패션을 뗀 것도 그 때문이다. 사명을 변경한 지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LF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을까. 우선 LF는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결합한 쇼핑환경)’ 강화를 통해 수요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예로 온라인쇼핑몰인 LF몰(lfmall.co.kr)의 성장을 들 수 있다. 지난해 LF몰은 무려 300%대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LF몰 모바일 앱은 리뉴얼을 통해 매출을 5배나 늘렸다. 이로써 LF몰 모바일 앱이 LF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만에 5%에서 10%로 늘었다.

LF몰은 LF의 34개 브랜드를 고객 취향에 맞춰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용자 편의성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매주 월요일에는 1주일간의 ‘추천 코디법’을 제안하는 등 패션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소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 큐레이션 서비스는 전체 주간 매출의 10%대 초반에 불과했던 월요일 매출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컨템포러리 브랜드(최신 경향의 패션 콘셉트를 반영한 브랜드)’를 재구성한 편집숍도 LF의 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LF는 최근 소비자들이 패션뿐 아니라 가격에도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한곳에서 판매하는 편집숍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라움 RAUM, 어라운드더코너 Around The Corner, 라움에디션 Raum Edition이 대표적이다. ‘라움’은 수입 여성 브랜드 편집숍에서 최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다. 편집숍 내부에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퍼블리크’를 입점시켜 매장 방문객들이 핸드메이드 커피와 빵을 즐기며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어라운드더코너’는 홍대, 가로수길, 코엑스 등에 위치해 있으며 젊은 층의 개성과 문화를 적극 반영한 편집숍이다.

젊은 디자이너 및 크리에이터 들을 인큐베이팅하기도 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운영한다. 이곳 역시 매장 내에 베이커리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입점시켜 젊은 고객층에게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라움 에디션’은 전 세계 패셔니스타에게 각광받는 액세서리, 가방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벤시몽, 리뽀, 콜한 등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는 신발·의류 브랜드 제품도 갖춰놓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둔 편집숍은 패션업계의 트렌드”라며 “LF로서는 의류에 한정되지 않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공략할 수 있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패션기업에서 생활문화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LF에게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외식사업(LF푸드), 유통사업(LF네트웍스) 등 생활문화 사업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사업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정체성 변화를 선언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많다.

한 증권사 패션담당 애널리스트는 “LF가 생활문화기업을 선언했지만 그 외 뚜렷한 변화나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업 홈페이지에서도 패션에 관한 소개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감안하면 여전히 패션기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패션 부문의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내수시장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LF는 선방했다. 헤지스, 라푸마 등 대표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F는 확실한 1등 브랜드, 메가 브랜드가 없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재무환경이나 사업환경에서도 별다른 리스크가 없다”고 분석했다.

LF는 지난해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를 일본에 진출시켰다.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로는 첫 일본 진출이다. LF는 향후 5년 내에 헤지스를 국내외 매출 1조 원짜리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헤지스는 2007년 중국시장에 진출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 패션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습관과 기호를 반영하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LF가 패션을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책임지려면 좀 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스토리텔링하는 등 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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