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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뚜렷한 기업이 장수한다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조직의 가치가 살아 있어야 한다. 조직의 가치는 직원들의 정신을 정화하고 행동과 판단에 기준을 제공한다. 조직의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고 이를 직원이 공유하는 조직이라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장수(長壽)하는 사람은 정신과 몸이 모두 건강한 덕분이 아닐까. 정신과 몸은 깊은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 정신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정신이 아프다. 그렇다면 기업이 장수(長壽)하려면 기업의 정신이 건강하고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직원이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조직의 정신이 병들면 직원이 아프고 직원이 아프면 조직의 정신도 허약해지기 마련이다.

건강한 사람은 타고난 건강도 중요하지만, 평소 건강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건강 상태는 평소에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외부 리스크’보다 ‘내부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반드시 경영자가 조직의 건강을 직접 챙겨야 한다.

최근 내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조롱거리가 된 기업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단 그동안 쌓여온 조직의 건강하지 못한 약한 부분이 외부의 작은 유혹과 충격에 여지없이 무너진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경영자가 자신의 조직을 막연하게 믿고 있다면, 건강하지 못한 내부 리스크를 방치한 대가를 톡톡히 지불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내부 리스크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직의 정신’은 어떻게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우선 조직의 가치가 살아 있어야 한다. 조직의 가치는 직원들의 정신을 정화하고 행동과 판단에 기준을 제공한다. 조직의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고 이를 직원이 공유하는 조직이라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신의 조직을 항상 의식하며 생활한다. 그리고 학습된 의식은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갑자기 변해 판단의 기준이 흔들리고 직원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자칫 부적절한 판단이나 어이없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물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조직의 몫이 되고 만다. 따라서 경영자의 마음만 편안해지는 ‘벽걸이용가치’는 잘못하면 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꼼수로 오해받을 수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적 배송업체인 페덱스 FedEx는 P.S.P.(People, Service, Profit)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회사의 이익은 고객 만족에서 비롯되며 고객만족은 직원들의 헌신으로 달성된다는 논리가 이 철학 속에 스며 있다. 페덱스는 직원을 존중하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가치를 믿고 있다. 때문에 모든 직원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정직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페덱스는 지난 1981년부터 GFT(Guaranteed Fair Treatment)라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만약 상사의 지시나 평가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거나 근무 중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되면 직원이 직접 회사에 조사를 요청하고 재심의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처럼 직원들이 회사의 원칙과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공정(公正)이라는 기업 정신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간부들도 진정한 리더십이란 직원을 지배하기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다.

다음으로 ‘직원의 건강’은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직원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 많은 장기(臟器)가 우리의 몸을 구성하듯, 조직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들의 건강은 곧 조직의 건강이다. 또 이러한 직원의 건강은 리더십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경영자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건강은 확연히 달라진다.

조직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경영자는 종종 그 권력 때문에 스스로 중독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독극형 리더십(Toxic Leadership)’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직원들의 소통은 단절되고 침묵하게 된다. 또한 경영자의 권력에 복종하게 되고 그 복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직원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선 ‘공격성 전이(Displaced Aggression)’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제공한 강자에겐 도전하지 못하면서 주변의 약자에게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조직 내부는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의 갈등은 외형상으로는 직원 간, 혹은 집단 간 경쟁으로 잘못 해석되어 방치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조직 내부의 갈등은 반드시 조정되고 해소되어야 한다. 내부 갈등이 심할수록 외부갈등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져 조직 스스로 무너져 자멸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미국에서 설립된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A)’는 성장을 거듭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에 이어 미국 3위에 올랐던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설립자인 찰스 왕 Charles B. Wang은 중국 상해에서 출생한 이민자 출신이었다. 그는 대형 컴퓨터 소프트웨어 하나로 연간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경영자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 인수합병(M&A)에 연이어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마법의 손’이라고 불렀다. 한때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의 99%와 거래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CA의 성공 뒤에는 건강하지 못한 진실도 있었다. CA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직원들은 공포와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왕 회장은 정기적인 감원으로 공포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했으며 50건에 달하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수 대상 기업 직원들의 급여를 일방적으로 대폭 삭감하고 이를 거부하면 퇴사를 명령했다.

기술과 특허권만을 취하고 직원들은 무참히 버린 셈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직원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모두 회사의 비리에 침묵했고 이해관계가 발생하면 생존을 위해 격렬한 갈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도 회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내 분위기는 결국 CA의 무모한 회계부정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CA의 대대적인 회계부정이 내부 직원과 고객에 의해 폭로되었고 세상은 CA의 추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CA는 하루아침에 가장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왕 회장 또한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후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CA는 결국 경영자의 독극형 리더십과 병든 직원들의 무관심으로 탐욕스러운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직의 건강은 결국 경영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소탐대실의 과오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조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 중심의 제도 마련과 리더십에 집중해야 한다. 경찰보다 ‘카톡’이 더 무서워진 세상이다. 누구든 건강하지 못한 일을 은밀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는 일보다 조직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경영자야말로 진정으로 지혜로운 리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제구 교수는…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상무이사) 겸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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