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HN CASSIDY
유가 하락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CEO 더그 파커 Doug Parker는 몇 주 전 "회사가 2014년 42억 달러 수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자랑스럽고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지난해는 최고의 한 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델타는 아메리칸 항공보다도 많은 45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유나이티드 항공도 2013년보다 89%나 상승한 19억 7,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항공사의 수익률 개선은 주주와 직원들-오랫동안 기다려 온 임금 인상이 지금 진행 중이다-에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어떨까? 항공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으니 항공권 가격도 떨어질까? 어림없는 소리다.
필자는 최근 4월 가족여행을 떠나기 위해 런던행 항공권을 알아봤다. 뉴욕발 직항편 중 가장 저렴한 표가 1인당 1,250달러, 4인 가족 합계 약 5,000달러였다.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당황한 필자는 플로리다 남부나 뉴올리언스로 목적지를 바꿀까 생각했다. 그러나 마이애미행 항공권 최저가도 600달러에 살짝 못 미쳤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었다. 뉴올리언스행 최저가는 약 500달러였다. 심지어 저가항공이라는 제트블루 Jetblue도 600달러에 육박했다. 세상에!
이 같은 가격에 분노한 사람은 필자만이 아니었다. 몇 년 전, 항공유 가격이 1갤런(약 3.8리터)당 3달러를 돌파하자 항공사들은 재빨리 항공권 가격을 올렸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1.7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그때 붙은 추가 요금(surcharge)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교통부에서 발표한 통계도 항공권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고 있다. 비행기 승객을 위한 소비자 단체 플라이어스라이츠닷컴 FlyersRights.com의 회장 폴 허드슨 Paul Hudson은 "지난 6개월간 유가가 꾸준히 떨어졌다"며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마땅히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데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현실은 왜 그렇지 못할까? 항공사들이 헤지 전략을 썼다가 오히려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항공유를 구매하게 됐다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델타와 유나이티드는 연료 구매 시 풋옵션과 콜옵션을 통한 헤지 전략을 일부 사용한다. 이 경우 미리 정한 가격에 연료를 살 권리를 얻지만, 권리 행사는 의무가 아니다. 헤지를 사용하지 않는 데 비용이 들 수는 있어도, 그 때문에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놓쳐야 할 정도는 아니다.
델타는 올해 최대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공료를 인하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을 비롯한 일부 항공사는 애당초 헤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유가 하락은 고스란히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 아메리칸항공의 CEO가 애널리스트들에게 "2015년 또 한 번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항공권 가격이 그대로인 이유는, 상당수 주요 항로에서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할 만한 경쟁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좌석 수 감축, 경쟁자 간 합병, 코드 셰어(공동운항) 협약 등이 이뤄지면서 항공료를 굳이 낮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조성됐다. 뉴욕-런던 노선을 예로 들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최소 예닐곱 개의 항공사가 취항했고 할인 경쟁이 자주 벌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영국항공(British Airlways)-아메리칸항공, 델타-버진 Virgin,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3개사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여행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3개 거대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은 거의 같다. 그리고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은 그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추가 요금도 한몫했다. 미 상원 법사위 소속 찰스 슈머 Charles Schumer 의원(민주당ㆍ뉴욕)은 고공 행진하는 항공요금에 대한 연방 차원의 조사를 요청했다. 항공사 홈페이지나 익스피디아 Expedia, 오르비츠 Orbitz에서 비행기 표를 직접 구매한다고 해서 가격이 할인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구글의 ITA 소프트웨어 *역주: 항공권 비교검색 사이트로 아메리칸항공의 뉴옥 JFK-런던 히스로공항 노선을 검색하면 '항공사 부과 추가 요금'으로 1인당 458달러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버진항공은 1인당 450달러가 붙어 있다. 그렇다면 항공유 가격이 몇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추가 요금이 붙는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
최소한 파커를 비롯한 항공사 CEO들이 워싱턴에 와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항공사간 합병과 코드 셰어를 승인해 현상황에 일조한 법무부 헛똑똑이들(bright sparks)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다른 소비자 단체 트래블러스 유나이티드 Travelers United의 회장 찰리 리오차 Charlie Leocha는 "대형 항공사 간 합병으로 경쟁이 구조적으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항공사가 3개로 줄면서 시장은 무시한 채 높은 가격과 낮은 좌석 수를 유지하는 특권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故) 앨프리드 E. 칸 Alfred E. Kahn이 규제 완화와 경쟁을 위해 투쟁에 나선 70년대 후반 이전만 해도, 항공업계에선 높은 가격과 제한된 선택권이 흔한 일이었다. 현재는 그때만큼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항공사에겐 분명 합리적인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졌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건 관계 당국의 몫이다. 지금 항공권 가격이 안 떨어진다면, 도대체 언제나 가능하겠는가?
필자 존 캐시디는 포춘 기고가 겹 뉴요커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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