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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갈 길 가는 싸이월드와 SK컴즈 선택과 집중으로 재도약 노린다


국내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새 출발을 선언했다. 기존 싸이월드의 운영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와 결별하고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독립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SK컴즈는 무수한 매각설을 뒤로하고 SK텔레콤에 편입돼 떨어진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검색어가 있다. 바로 ‘ 싸이월드 백업’ 이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싸이홈’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면서 기존 싸이월드에 저장돼있던 자료를 백업하려는 사용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싸이월드의 변신은 비단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IT업계 전반에서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싸이월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을 펼칠 수 있을지 각종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싸이월드의 전면 개편과 더불어 SK컴즈의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SK컴즈가 SK텔레콤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과연 SK컴즈와 싸이월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싸이월드의 흥망성쇠
‘도토리와 싸이월드’. 2000년대 초반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은 이 두 단어를 빼곤 설명할 수 없다. 국내 1세대 SNS인 싸이월드는 한때 가입자 3,500만 명을 보유했던 명실공히 국내 1등 SNS 플랫폼이었다. ‘최초’라는 단어 역시 싸이월드의 대표적인 수식어다.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아이템 구매에 사용됐던 ‘도토리’는 가상화폐라는 개념을 상용화한 최초의 서비스였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라는 개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산업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잠시 싸이월드의 역사를 살펴보자. 싸이월드의 시작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이스트( KA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던 이동형(현 나우프로필 대표) 씨가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싸이월드를 개발했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초창기 싸이월드 핵심 기획자로 근무했던 이람 캠프모바일 대표는 말한다. “초창기 싸이월드는 대다수 사용자가 알고 있는 미니홈피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주로 클럽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했죠. 하지만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등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죠. 2000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커뮤니티 포털의 모습을 갖췄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어요.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싸이월드가 내놓은 해결책은 바로 ‘ 개인 홈페이지’ 였다. 공동의 공간이 아닌 사이버상에서 또 다른 나만의 공간을 제공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즉각 이동형 대표는 이람 당시 기획팀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미니홈피’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익히 알려진 ‘도토리(결제 수단인 가상 화폐)’ , ‘ 미니홈피’ , ‘ 미니미(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가상 아바타)’, ‘미니룸’ 등이었다. 이는 싸이월드의 기본 뼈대로서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싸이월드를 눈여겨보던 SK컴즈는 지난 2003년 싸이월드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합병에 투입된 비용은 75억 원에 불과했다. SK컴즈가 싸이월드를 통해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싸이월드의 유명세는 비단 국내시장에 그치지 않았다. 해외 주요 매체에선 싸이월드를 한국의 ‘마이스페이스(MySpace, 페이스북과 함께 초기 미국 SNS 시장을 이끈 플랫폼)’ 라 부르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텐센트 역시 싸이월드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했다. 2000년대 초반, 안정적인 수익모델 마련에 고심하던 텐센트는 싸이월드의 모델에 주목했다. 무료로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신, 서비스 사용에 필요한 부가상품으로 이익을 얻는 싸이월드를 모방해 QQ공간, Q존을 오픈하고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QQ플랫폼을 성장시킨 텐센트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 모바일’ 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싸이월드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라인이 탄생하기 한참 전일뿐더러 페이스북, 트위터의 모바일 서비스보다도 2년 이상 앞선 시점이었다. 무엇이 싸이월드를 몰락하게 했던 것일까? 과거 싸이월드에서 근무했던 개발자 A 씨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모바일에서도 PC 버전에 집착했다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어요. 싸이월드의 최대 강점은 미니홈피와 미니미를 사용자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를 모바일에서 제대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죠. PC 버전의 사용자 환경(UI·User Interface)을 기대했던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추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톡, 라인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메신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출현은 싸이월드를 더욱 고립시켰다. 한때 국내 1등 SNS였던 싸이월드는 전체 SNS 점유율 4%대의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결국, 싸이월드는 분사를 결정했다. 초기 벤처 정신으로 돌아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컴즈의 성장, 그리고 추락
싸이월드의 추락은 서비스를 운영해온 SK컴즈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표면적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SK컴즈는 2011년부터 지난 2015년 2분기까지 무려 15분기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터지며 기업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희망퇴직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상황은 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때 싸이월드는 SK컴즈의 유일무이한 효자였다. 포털업체 ‘넷츠고’와 ‘라이코스’의 합병으로 탄생한 SK컴즈는 싸이월드 인수 후 날개를 단 듯 성장을 계속했다. 도토리로 하루 매출 3억 원을 올리기도 했고,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대표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당시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SK컴즈의 싸이월드 인수를 놓고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싸이월드의 성과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SK컴즈의 싸이월드 인수가 ‘신의 한 수’였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국내 1위 통신기업인 SK텔레콤과의 관계였다. 향후 통신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히려 SK컴즈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털업계 관계자 B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 카카오톡 서비스가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때였을 겁니다. 당시 통신업계에선 카카오톡의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 에 대해 데이터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음성통화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을 우려했던 통신업계가 내세운 강력한 조치였죠. 이때 SK컴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과 경쟁하기 위해선 자사가 운영 중인 모바일 메신저 네이트온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서비스해야 하는데, 지배 구조상 할아버지격인 SK텔레콤의 눈치가 보였던 겁니다. 결국 플랫폼 고도화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SK컴즈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SK컴즈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가 관심을 드러냈다.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SK컴즈의 모회사인 SK플래닛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SK컴즈의 보유 지분 매각이 필요했다. IHQ 역시 독자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속 연예인을 홍보할 채널 마련이 시급했다. 네이트는 이러한 IHQ의 전략에 있어 좋은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SK컴즈는 SK텔레콤의 품에 안겼다. 이젠 ‘손자 회사’가 아닌 ‘자회사’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반드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에 선 것이다.


제2의 도약 노리는 싸이월드- SK컴즈
싸이월드는 지난해 1월 SK컴즈로부터 분리됐다. 직원 29명이 지분을 인수해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싸이월드는 변화에 속도를 붙여왔다. 우선 수년 동안 사실상 방치돼온 싸이월드의 모바일화(化)를 완료했다. 이름도 싸이월드에서 ‘싸이홈’으로 바꿨다. 기존 미니홈피는 블로그 기능과 통합해 한 개의 홈으로 구현했다. 싸이월드 김주연 서비스 그룹장은 말한다. “싸이홈의 기본 방향은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추억의 매개체입니다.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접하기 전에 나 자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싸이홈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개방형이면서도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SNS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거죠.”

초기 반응은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서비스 방향성을 설명하는 ‘추억’이라는 단어에 사용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큰 틀에선 기존 싸이월드의 핵심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며 “개편이 마무리되면 서비스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싸이홈의 해외 시장 진출의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이미 SK컴즈 시절 해외시장 공략에 실패한 만큼,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제대로 된 도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윤영민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말한다. “카카오톡과 라인이 해외시장에서 길을 찾듯이, 싸이홈도 궁극적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과 승부를 봐야 합니다. 이미 싸이월드는 시장뿐 아니라 관련 학계에서도 기존 사이버 공간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한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습니다. 한때 추락을 경험하긴 했지만, 다시 재도약하려 한다면 그 힘은 바로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싸이월드의 당면과제가 서비스 개편이라면, SK컴즈의 당면과제는 바로 실적 개선이다.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SK컴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14억 원, 영업 손실은 53억 원이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160억 원에 육박했다. 당장 16분기 연속 적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SK텔레콤이 SK컴즈 인수의 목적으로 내세운 ‘시너지 효과’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미래 핵심동력으로 내세운 ‘사물인터넷(IoT)’과 ‘플랫폼 사업’에서 과연 SK컴즈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SK컴즈는 온전히 스스로 힘으로 일어설 수밖에 없다”며 “네이트, 싸이메라(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등 SK컴즈가 운영해온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 만이 SK컴즈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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