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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영역 폐지로 경쟁 촉발(금융개혁)
입력1997-01-10 00:00:00
수정
1997.01.10 00:00:00
이형주 기자
◎채권시장 활성화 통해 저금리 유도/부실기관 도태·흡수합병 등 불가피정부는 금융개혁위원회의 기본적인 금융개혁방향을 그동안 공급자(금융기관) 위주로 형성된 우리 금융산업의 구조적 성격을 「수요자 위주」로 전환토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금개위의 과제는 단기적으로는 기업 위주의 금융관행 정착 및 제도개선,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산업 전반의 효율성 제고와 이를 통한 기업 경영환경의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시키는 방안은 결국 기업이 싼 값으로 쉽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리인하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식되는 것이 지준율 추가인하다. 지준율 인하를 통해 은행들의 지준적립부담을 완화시켜주면 그만큼 은행들은 대출여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지준율인하에 따른 통화팽창압력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느냐에 있다. 통안증권을 발행할 경우 한은의 통화관리비용이 커져 또 다른 통화팽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한국은행의 간접통화관리방식으로의 이행방침에도 역행하게 된다. 그렇다고 총액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지원이 줄어든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경험한 바 있듯이 지준율인하만으로는 금리인하가 보장되지 못한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 금융권 내의 자금이 수요를 찾아 원활히 움직여야만 실질적인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보고 금융기관 업무영역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업무영역 폐지로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발시키고 이를 통해 수요자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리스, 할부, 카드 등 여신전문기관의 업무영역 폐지와 주요금융기관의 업무통합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체로 금융기관 업무영역조정은 은행, 보험, 증권 등 3대 금융기관의 경우 핵심적인 고유업무를 제외한 부수업무에서의 상호진출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경우 그동안 회사채 인수는 가능했으나 주간사업무는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증권사들의 자금여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간사 자격마저 제한됐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은행에 회사채 주간사업무를 허용하면 이는 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시장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험사의 경우 기업어음 할인, 보험금 신탁, 지급보증 허용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보험사에 대한 기업어음 할인과 지급보증업무 허용은 곧 바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그만큼 원활히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에는 MMF업무를 허용해 단기금융업무를 확충해줌으로써 자금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밖에 은행신탁에 대한 자산운용제한 완화 내지는 철폐, 그리고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카드·리스·할부금융·창투 등 여신전문금융기관들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재경원이 마련중인 여신전문금융기관 통합방안은 신용카드업과 할부금융업을 소매여신금융업으로, 리스·창업투자·신기술금융을 도매여신금융업으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금융기관의 영역파괴는 결국 우량금융기관만이 살아남는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켜 금융기관간 치열한 생존경쟁을 촉발하게 마련이다. 그동안 안주해온 법적·제도적 울타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부실금융기관의 도태나 흡수합병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겨냥하는 금융개혁은 이런 점에서 일차적으로 소규모 여신전문 금융기관이 과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당위적인 과정이면서도 신용금고 하나 도산시켜보지 못한 우리의 금융체질이 과연 이같은 궁극적인 경쟁과 도태의 부담을 안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가 권위적 잣대로 강제할 경우 또다른 파행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상석>
◎김병주 교수 금개위 설치 주도 “눈길”/“2금융권연구” 전문가/부위원장직 유력할듯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회견을 통해 전격 발표한 금융개혁위원회 설치에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병주 서강대교수(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가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있다. 금융산업의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금융통으로 유명한 김교수는 경복고와 서울상대 출신이며 금개위 구상을 총괄지휘중인 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에게는 고교와 대학교의 직계 동문선배로 이번 금개위의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교수는 70년대 중반 서강대교수를 맡으면서 소위 「서강학파」가 주도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70년대이후 투자금융회사를 비롯한 리스 종금 등 제2금융권연구에 깊은 관심을 쏟아왔다는 것.
한편 이번에 청와대가 금개위 사무국을 KDI내에 설치하고 3월말까지 단기과제로 리스 카드 할부금융 등 여신전문기관의 구조개편안부터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전후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개위 운영의 실무를 담당케된 KDI 이덕훈 박사는 김교수의 추천으로 청와대의 낙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박사는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80년대초부터 리스 종금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의 발전방안에 대해 김교수와 함께 연구작업을 진행해 온 장본인이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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