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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6가러시아타운·마포 연남동화교촌/서울 새 이방인촌 형성
입력1996-11-30 00:00:00
수정
1996.11.30 00:00:00
◎「큰손」 보따리 장수 북적/러어간판 즐비… 백50여 전문상가 성업/을지로6가/마포 연남동3백40여가구 중국음식점 등 영업마포구 연남동과 을지로6가 일대가 이태원에 이어 서울의 또다른 이방인타운으로 탄생, 새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연남동에는 70년대 소공동 화교촌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차이나타운으로 떠오르고 을지로 6가는 「보따라 장사」를 하려고 입국한 금발의 러시아인들로 북적댄다.
29일 하오 2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대화호텔 뒷골목. 두툼한 가죽코트를 걸치고 큼직한 지갑을 쥔 러시아인들이 「미르」 「체르카」 등 각종 러시아어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분주하게 다니는 모습이 어렵잖게 보인다.
중구 을지로6가에 러시아인을 상대로 하는 전문상권이 생긴 것은 88올림픽과 양국 수교이후. 가죽코트와 속옷 등 생필품을 대량 구매, 러시아 전역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너온 금발의 보따리 장수들이 이곳을 찾아들었던 것. 밤낮 없이 가죽의류 등 생활용품을 사려는 러시아인이 몰려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상가가 속속 문을 열였다. 90년대초 10여곳에 불과하던 전문상가가 최근 1∼2년새 1백여곳이 개업, 1백50여개로 늘어났다.
『러시아인들의 구매력을 대단합니다. 지갑속에 돈묶음띠가 그대로 있는 1백달러 신권 다발이 보이기도 하고 하루에 10만달러까지 물건을 사는 큰손들도 더러 있습니다.』
중국에 가죽의류 공장을 운영하면서 올해 직판점을 연 H사의 서량호사장은 『가죽의류 10벌정도 주문은 기본이고 1백벌까지 사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방인들의 씀씀이에 혀를 내둘렀다. 상인들은 을지로6가 일대에서 하루 유통되는 돈이 대략 50만∼70만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인들로 북적대다보니 갈비탕집과 안경점, 시계방에도 러시아어간판이 내걸리고 최근들어 러시아전문상가로 재건축하거나 업종전환을 서두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을지로6가가 러시아인들의 쇼핑으로 밤낮 없이 북적대는 바람에 금방 이방지대임을 알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연남동 화교촌은 겉보기에는 일반 거리와 다름없는 듯하다. 70년대 태평로 소공동 차아나타운처럼 중국점포가 줄지어 늘어서 있지않고 주거지역에 뜨문뜨문 묻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남동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화교는 모두 3백43가구 5백60명에 달한다.
연남동에 화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 것은 명동에 있던 한성화교중고교가 연희동으로 옮겨 오면서 부터. 서울의 화교촌은 소공동에 자리잡았으나 90년대들어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철거되면서 화교들은 해외이주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었다.
중국음식점 중국원의 왕종과지배인은 『학교가 옮겨온데다 땅값이 싸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화교타운이 형성된 것같다』고 말했다.
화교들이 조금씩 자리잡으면서 화교운영 업소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집단적으로 몰려있지는 않지만 정통중국요리집 등 음식점 10여곳과 의류포장센터 3곳, 중국 여행사 2곳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화교가 운영하는 한의원과 중국식 노래방이 등장했고 동양화실과 화교신용협동조합도 생겼다.<권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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