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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적합업종] < 2 > 혼란 부추기는 모호한 규정

진입 자제 권고 기준 불명확해… 두부·판유리 등 '끝없는 잡음'

품목별 내용도 서로 달라 모니터링 자체도 불가능

"공신력 있는 기준부터 마련을"


2011년 처음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복층·강화유리 품목은 지난달 말 적합업종 지정 연장이 결정됐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소 유리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판유리협회에서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협회측은 동반성장위원회가 LG하우시스의 '확장자제 규정' 위반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11년 당시 권고사항은 복층유리와 강화유리의 위탁생산업체(OEM) 수를 현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이 규정대로라면 당시 9개 OEM 업체와 협력하고 있던 LG하우시스의 협력사가 3년간 22곳으로 늘어났으니 '확장자제' 권고를 위반한 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필요시 협력관계 확대 가능하나 협력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의 확장을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LG하우시스는 이 단서조항에 따라 직접 투자하지 않은 OEM을 13곳 늘렸다. 그러나 재지정 협상에 나선 협회는 "당시 권고사항은 OEM 자체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LG하우시스가 OEM 수를 원상복구하도록 동반위가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동반위는 협회와 LG하우시스의 동의를 받고 실무위원회에 처분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실무위에서는 LG하우시스가 권고사항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OEM업체 수를 22곳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조건으로 확장자제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적합업종 권고사항 자체가 모호해 대기업의 위반 여부를 가름하기 어려운 사례는 유리 품목 외에도 두부와 문구소매 등 수두룩하다. 풀무원·CJ 등 식품 대기업과 중기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두부 역시 공신력 있는 통계 조차 없어 위반 사실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 2012년에는 동반위가 두부 적합업종 합의 기준으로 삼고 있던 AC닐슨 자료를 인용해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 3사의 판매액 점유율이 줄었다'고 발표했다가 AC닐슨이 '실제 수치와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합의 이후에도 AC닐슨 통계를 대체할만한 공신력 있는 기준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적합업종 제도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면 모호한 권고 내용부터 구체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진입자제나 확장자제의 의미가 생산 라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생산량이나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내용 자체가 모호하고 품목별로 서로 달라 모니터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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