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는 정확한 기업 분석을 통해 소신껏 투자 의견을 제시하고, 투자자들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는 문화가 정착될 때 국내 주식시장도 선진 금융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습니다."
오성진(사진) 써치엠글로벌 대표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코스닥시장을 뒤흔든 내츄럴엔도텍(168330)의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후진적 풍토에 따끔한 쓴소리를 던졌다. 오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제대로 된 기업 분석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아예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낼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를 때는 앞다퉈 '매수' 의견을 내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침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관행이 되풀이되면서 증권사 리포트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 전체를 반추해 증권업계를 향해 내놓은 이 일침은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쓰디쓴 고언인 동시에 일종의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오 대표는 지난 1988년 대신증권(003540)에 입사해 대신경제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후 삼성전자(005930) 등을 분석하는 스타 애널리스트로 성장했다. 이후 현대증권(003450) 투자전략팀장과 자산관리(WM)컨설팅센터장 등을 거쳐 지난 2013년까지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20여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지난 2월에는 글로벌 경제 및 해외기업 등을 분석해 기관투자가들에게 맞춤형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 회사 써치엠글로벌을 창업했다. 해외 투자만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곳은 써치엠글로벌이 유일하다.
애널리스트 후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에 그는 계속해서 쓴 소리를 이어갔다. 오 대표는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보면 사실상 '매수' 추천에 가까운 내용을 써놓고도 정작 투자의견은 내지 않는(Not Rate)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애널리스트가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존재감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에서는 매수 의견들만 넘쳐날 뿐 매도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3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들도 이젠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애널리스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투자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의 이익보다 투자자를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불편하더라도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힌 투자자들 모두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때 국내 주식시장도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오 대표는 "정확하고 올바른 분석 없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듯 리서치는 증권사의 기본이자 핵심적인 영역이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면 관련 인력을 줄였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뽑는 '천수답'식의 인력 운용을 반복해오고 있다"며 "리서치 업무를 단지 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가 국내 유일의 해외 투자 전문 독립 리서치 회사인 써치엠글로벌을 창업한 것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계기로 해외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강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해외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풍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노하우(know-how)'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노웨어(know-where)'의 능력까지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비해 고객 맞춤형 투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독립 리서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써치엠글로벌은 현재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에게만 정보를 제공하지만, 앞으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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