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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 앞에서 주춤 엔저 숨 고르기 왜?

미·중 경기회복세 부진에 일 당국 속도조절도 영향


지난달 주요20개국(G20)의 엔저 용인 이후 당장이라도 '1달러=100엔'을 뚫고 내려갈 기세를 보이던 엔화 가치가 100엔의 벽 앞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달러당 99.89엔을 기록하며 4년 만의 100엔 돌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던 엔ㆍ달러 환율은 이번주 들어 다시 달러당 97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97.35엔에 머물렀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과 국제사회의 엔저 용인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달러당 100엔의 벽 앞에서 발목이 잡힌 데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 정부의 속도조절 의도가 맞물린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기가 부담스러워졌다. 1일 나온 미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월 대비 2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최근 발표된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예상치를 밑도는 등 미국의 경기회복은 당초 시장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가 미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달러화 풀기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가 방출되면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과 글로벌 경기의 둔화 우려가 달러당 100엔 돌파를 가로막고 있다"며 "부진한 경제지표로 인해 달러화 약세와 연계되는 연준의 양적완화는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는 점도 엔화의 추가 하락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엔화 수요를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예상을 밑도는 1ㆍ4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한 지난달 15일 엔화 가치는 전거래일의 98엔대에서 96엔대로 급등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100엔 목전까지 갔던 엔저가 주춤해진 데는 지난달 23일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경기요인 외에 일본 정부의 의중에 초점을 맞추는 분석도 적잖이 제기된다. 정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기관들이 공격적인 엔화 매도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중순 재무성과의 회동에 참석한 한 외국계 은행 딜러의 말을 인용, 재무성 관료가 "지금 당장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는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는 말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엔화가 급락한 지난달 22일에는 외환시장에서 "정부가 엔화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돈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엔화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못지않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엔저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라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의 엔저를 원치 않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슨 수석애널리스트는 "엔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95엔까지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3개월 뒤 엔화 전망을 달러당 105엔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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