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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 경기가 점차 개선되겠지만 회복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으로 진단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른 위기가 온다면 그 루트(경로)는 종전과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 이후 은행 부문은 몸집을 줄였지만 뮤추얼 펀드 등 비은행 부문은 점점 커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여기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이 총재는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강연에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재정 건전화,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디레버리징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하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 10대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자금이 19조달러에 이르는데 이들이 포트폴리오를 1%만 조정해도 2,000억달러가 왔다 갔다 한다"며 "신흥국 시장에는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단기 과제로 '대외 리스크 대비'를 꼽은 뒤 "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spillover effect)에 대응하려면 기초 경제여건을 개선하고 경제의 내성과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 강연자로 나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질서가 확립돼야 한다"며 "금융회사가 평판과 윤리를 중시하고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나가야 국가경쟁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은 규제법규 등 물리적 수단에 의해서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한국 금융은 이익도 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 동아시아 보험 부문 대표는 주제강연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또다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커브 시프트(curve shift) 국면에 진입했다"며 "성숙기에 접어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금융회사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개회사에서 "유동성 위기와 정보기술(IT) 업체의 공격으로 금융산업이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금융산업의 새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를 비롯한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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