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의 ‘3·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비금융법인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11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15조 1,000억원 부족) 이후 가장 컸다. 2·4분기 (7조 1,000억원 부족)에서 자금사정이 더 나빠졌다.
기업들의 자금 잉여·부족 여부는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하거나 채권에 투자하는 ‘자금 운용액’에서 돈을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자금 조달액’을 빼서 산출한다. 지난 분기 자금운용액은 8조 8,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자금조달액은 20조 6,000억원이었다.
이는 내수 부진, 원·엔 환율 하락,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기업의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이혜진 한은 자금순환팀 과장은 “매출이 줄어들고 추석을 맞아 상여금이 지급되면서 기업의 소득이 줄어들었고 이것이 결국 자금 부족 규모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가계는 여름 휴가철, 추석 등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을 늘려 자금잉여규모가 3개 분기 만에 처음 줄었다. 지난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규모는 19조 4,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했던 전 분기(29조 6,000억원) 보다 10조 2,000억원 줄었다. 가계의 자금잉여규모는 소비 지출이 부진해 지난해 4·4분기 이후 계속 증가해왔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3분기 중 주택 매매량이 많았고, 여름 휴가철과 추석이 끼어 있어 가계의 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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