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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설비과잉 중국서 살아남으려면


지난 3ㆍ4분기 중국 경제 성적표가 최근 공개됐다. 예상대로 상반기보다 다소 회복된 7.7%의 성장률이다. 4분기 만의 상승세에 다소 숨을 돌리는 듯 하지만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도된 둔화였다는 리커창 총리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내수 중심 경제로 가겠다는 신지도부의 정책 비전은 펀더멘털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이다. 투자와 수출로 성장하던 시기의 저금리와 저임금, 저평가(환율), 그리고 이를 위해 존재하던 각종 통제장치가 이제 정확히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제조업 한계원가서 근근이 버텨

세밀하게 디자인된 수많은 정책이 동원돼야 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책 리스크는 커 보인다. 올해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인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자칫 휘청거릴 가능성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착륙 시나리오의 도화선이 될 우려가 가장 큰 것은 금융 부문이다. 금융 문제가 현실화됐을 때의 폭발력은 엄청나지만 정책당국이 리스크를 인지했다면 절반은 해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림자금융과 지방정부 채무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가 종합적 처방을 내리고 있는 만큼 사전해결 수순을 밟아가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설비과잉 몸살을 앓고 있는 제조업이다. 중국 제조업의 평균 설비 과잉률은 28%에 이른다. 철강의 과잉설비능력은 전체의 28%에 달하는 2억톤에 육박하며 조선은 25%, 자동차는 12%의 설비가 남아 돈다. 전통산업뿐 아니라 태양광ㆍ풍력발전 등 신흥산업 설비도 30~40%가 멈춰 있는 실정이다.

과잉설비가 심화되면서 중국 제조업은 치열한 내부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중국 인사는 이를 참혹하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철강업종 전체의 이익률은 0.04%였다. 제로 마진이었던 것이다. 임금 등 생산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 때문에 대부분 제조업에서 한계원가 수준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경의 한 자동차 업체 간부는 경쟁이 심한 중소형의 보급형 차종은 대당 3만위안(약 500만원)씩 손실을 보고 판다고 실토했다.



현지 사업모델에 변화 빠른 대응 필요

자동차와 철강ㆍ조선ㆍ가전 등 대부분 업종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 제조업의 과잉설비 몸살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외국자본 기업이 자리 잡았던 세그먼트(세부 시장)도 로컬기업의 추격으로 무너져간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 대부분의 원부자재 조달선을 중국 현지업체로 바꾸고 로컬 유통업체와 제휴로 판매역량을 강화하는 등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에는 완제품을 조립 생산했으나 이제 고급 중간재의 수출거점으로 중국의 활용도를 전환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 브랜드 파워로 고급차 판매 선두에 서 경쟁사보다 두 배 높은 이익을 거두는 폭스바겐사. 유럽에서 생산되는 고급 모델 차량의 중간 조립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포드자동차. 고급강판 생산 기술을 이전한 합작사를 통해 중국 진출 일본계 기업에 전량 판매하는 신일본제철. 공급과잉 구조와 급변하는 중국 사업환경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시켜나간 외자기업 사례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민첩한 대응과 진정한 글로벌 전략으로 중국 제조업 치킨게임의 승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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