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저녁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20세기 & 현대미술' 경매장에서 처음으로 박수가 터졌다. 8분여 40회를 훌쩍 넘긴 입찰 릴레이 끝에 정해진 가격은 예상 낙찰가 상한선의 무려 4.5배 수준. 최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한국 단색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했다. 이날 7번째로 등장한 김환기 화백의 작품 '블루 마운틴(Montagne Bleue)'은 16억6,000만원(1,150만 홍콩달러·HKD)에 낙찰됐다. 예상 낙찰가인 250만 홍콩달러는 이미 경매 초반에 넘어섰다.
이날 홍콩 그랜드하야트호텔에서 열린 크리스티 저녁 경매(Evening Sale)가 사실상 다음날 본 경매의 전야제 격이라는 점에서 여러 관계자의 기대감도 높았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다. 특히 김환기의 작품에 대한 40여회의 입찰과정과 높은 낙찰가를 볼 때 내일 예정된 서울옥션과 K옥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보인 한국 작품 8점은 모두 경매에서 낙찰됐다. 김환기의 또다른 작품 'Montagne'도 3억4,600만원(240만 HKD)로 예상 낙찰가의 2배 수준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더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31일 오후 1시 진행된 한국 K옥션으로도 이어졌다. K옥션은 지난 3월 첫 홍콩경매에 이어 31일 박서보·정상화·하종현·윤형근의 80호 이상 대작 13점을 중심으로 추상작가들의 작품 69점과 대표적인 구상작가들의 작품 10점 그리고 해외 작품 11점 등 총 103점을 경매에 내놓았다. 출품된 작품은 추정가 평균 기준으로 약 120억원 규모다.
길게 이어지는 입찰경쟁까지는 아니어도 유찰되는 작품 없이 예상가격을 넘어섰다. 박수근의 '목련'이 17억1,500만원 수준(1,200만 홍콩달러)에 거래됐고, 김환기의 '무제' '10-Ⅷ-69 #107'이 각각 7억4,000만원과 4억9,000만원 상당(520만, 34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우환의 '수풍' '조응'은 각각 11억4,000만원(800만 HKD)과 10억7,000만원(750만 HKD)을 기록했다.
서울옥션도 이날 오후 6시에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홍콩 경매를 같은 호텔에서 열었다. 총 100점, 100억 원 규모로, 인기 있는 단색화는 물론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고른 비중으로 포함됐다. 근대 작가로는 김환기·남관의 작품이 출품되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정상화·박서보·윤형근 등 단색화 작품에 이강소·이승조·오수환의 작품, 보다 젊은 세대 작가로는 김동유·이동기·권기수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또 2008년 홍콩 경매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도자기 '백자청화송하인물위기문호'를 비롯한 한국 고미술품 19여점, 예상최저가 기준 30억 원 규모의 작품도 홍콩 미술시장에 나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