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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바뀌는 경기-국내] 재정 조기집행에 고용 호전·물가도 안정세… 봄기운 돈다

■ 경기회복 탄력 붙나<br>공공·건설부문 중심 일자리 늘기 시작… 소비심리도 청신호<br>"유럽위기 등 복병 많다" 확대 해석 경계도


우리 경제에 봄기운이 비친다. 생산ㆍ소비 등 실물지표가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꽁꽁 얼어붙었던 경제주체의 심리도 살짝 살아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비 한 마리가 찾아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자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여기저기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우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조기에 재정집행을 한 것이 고무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면 공공ㆍ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고용이 호전되면 가계 소비 여력이 높아진다. 마침 물가 상승까지 진정된다면 금상첨화다. 소비자는 더 지갑을 열게 되고 기업은 그만큼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기 위해 생산ㆍ출하 물량을 늘리려 할 것이다.

지난 2월의 모습이 이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유럽발 재정위기로 잔뜩 움츠렸던 우리 경제에도 모처럼 봄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우선 정부가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60%를 쓰겠다며 예산을 연초부터 쏟아부었고 이것이 각종 토목ㆍ건설공사 발주량을 늘렸다. 건설 부문의 생산ㆍ고용에 호재가 된 것이다. 정부 예산은 사회복지 부문에도 집중 투입됐는데 이것도 사회복지사 등의 고용을 늘렸다. 재정 효과가 발휘된 덕분인지 2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44만여명이나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2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3.1%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또 윤달 효과로 평년보다 2월의 날짜가 하루 늘었고 설 명절도 1월에 앞당겨 쇠게 되면서 기업과 매장은 지난해 2월보다 올해 2월 들어 실질적으로 모두 3일의 영업일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영업일이 늘면 생산과 판매도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을 모아보면 가계로서는 소비심리가, 기업ㆍ점포는 생산ㆍ판매 심리가 고무될 수밖에 없다. 실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자료를 보면 경제의 3대축 중 투자를 제외한 생산과 소비가 모두 청신호를 보였다. 무엇보다 수출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소비(내수) 호전이 반갑다. 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2.6%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탔다. 특히 비내구재(음식료품ㆍ화장품ㆍ문구ㆍ서적 등 주로 1년 미만 사용품)와 준내구재(옷ㆍ운동용품 등 주로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저가품) 시장에서 봄바람이 살랑거렸다. 비내구재의 경우 2월 판매 증가율이 전월보다 무려 7.1% 늘었으며 준내구재도 4.9%의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가 늘면 생산도 늘기 마련. 2월의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0% 증가했는데 1월의 증가율(1.1%)보다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광공업 생산증가율도 전월 대비 0.8% 상승했는데 이는 반도체와 금속가공 부문의 호조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업은 운수ㆍ금융ㆍ보험ㆍ부동산ㆍ임대업 등의 활력에 힘입어 2월 생산 증가율이 전월 대비 0.9% 늘었다.

2월 설비투자는 감소세(전월 대비 -5.4%)를 탔다. 하지만 이 중 기계수주(전월 대비 13.3% 증가)와 건설투자(불변 기성액 기준 전월 대비 10.7% 증가)가 호전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 개선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많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가 잘 나온 데는 지난해 지표가 좋지 않았던 것에 따른 상대적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다"며 "앞으로 경기회복에 탄력이 붙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도 "2월의 긍정적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지속될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유럽ㆍ중국ㆍ브라질 등의 선행경기지표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흐름이 바닥권을 보이고 있고 따라서 회복세는 시기와 속도의 문제일 뿐이라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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