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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정밀 중 현지법인 쌍태전자/중기 세계로 간다
입력1997-01-06 00:00:00
수정
1997.01.06 00:00:00
박동석 기자
◎중 최대 전자단지 ‘야망’/올 매출 2억400만불… 중 첨단산업 100대 기업/하얼빈 11만8,000㎡ 배추밭서 이룬 기적/설립 2년만에 260만불 배당 신기록 수립「세계로 가는 중소기업」 중소기업들이 인력난 고임금 등으로 갈수록 척박해지는 국내의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앞다투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의 투자전략이나 경영방식 등에 따라 단기간에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는 성과를 올리는가하면 적응에 실패하고 조기에 철수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본지는 신년특집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뛰고있는 중소기업들을 직접 찾아보고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도자기와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태일정밀, 진웅 등 3개 업체의 투자배경과 현지화전략, 그리고 앞으로 계획 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샹타이뗀즈』
하오 5시께. 벌써 짙은 어둠에 싸여있는 하얼빈공항에 내려 택시기사에게 샹타이뗀즈로 가자고 주문했다. 샹타이뗀즈는 태일정밀(대표 정강환)이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시에 합작으로 세운 쌍태전자의 중국 현지이름이다.
『셰셰』
택시기사는 고맙다는 말과함께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스노우체인도 달지 않은 채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을 정말 능숙하게 달렸다. 하얼빈시내로 진입하기 전까지 길 옆으로 죽 늘어선 백양목이 동토의 정서를 전해주고 있었다.
공항에서 1시간여를 달리자 하얼빈 시내의 다른 건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건물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정문 앞에는 「쌍태전자실업유한공사」라는 거대한 간판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밤인데도 울타리안은 공장건물과 사무동건물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환한 형광등불빛으로 대낮같이 밝았다.
쌍태전자는 우선 엄청난 규모로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얼빈시내에서는 쌍태전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중국어를 한 마디 못하더라도 쌍태전자는 아무런 어려움없이 찾아갈 수 있다. 하얼빈공항에서 택시기사에게 샹타이뗀즈로 가자고 하는 것은 김포공항에서 시청이나 서울역에 가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쌍태전자는 하얼빈시 태평구에 11만8천㎡의 부지를 차지하고 들어서있다. 5층짜리 공장건물만 13개동이다.
여기서는 4천여명의 직원들이 개인용컴퓨터, 컴퓨터 보조기업장치인 HDD, FDD와 이들의 핵심부품인 디스크, 헤드, 모니터, VTR부품, 수정진동자등을 생산하고 있다.
쌍태전자가 정식 설립된 때는 지난 93년 8월3일. 한국과 중국, 이스라일등 3개국의 4개사가 합자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세계적인 종합전자부품회사를 탄생시켰다. 자본금은 현재 6천6백만달러. 태일정밀은 80.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내 외상투자기업 가운데 투자규모로 61위에 랭크되어 있는 쌍태전자는 지난 94년 중국 통계국의 첨단산업 1백대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설립 2년만에 2백60만달러를 배당해 중국투자기업중 최단시일내에 배당을 실시하는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올해 매출은 2억4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설립 초기인 93년의 매출 1천2백만달러에 비하면 20배에 가까운 규모다. 쌍태전자의 외형은 설립 이듬해인 지난 94년 4천2백만달러, 95년 1억1천2백만달러등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오고 있다.
주종영 쌍태전자 총경리(사장)은 『투자가 완료되는 97년이후에는 종업원규모 2만명, 매출규모 10억달러를 이루는 중국 최대의 전자단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태전자의 모체는 지난 91년 6월17일 태일정밀이 45만달러를 단독 투자해 설립한 현지법인 하얼빈 태일정밀유한공사다. 당시만 해도 현재의 회사부지는 무, 배추밭에 지나지 않았다. 하얼빈시민들이 쌍태전자를 일컬어 「배추밭의 기적」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쌍태전자는 하얼빈시 뿐만아니라 흑룡강성 시골사람들에게까지도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힌다. 매주 월요일 쌍태전자 정문앞에는 수백명의 입사지원자들이 몰려온다.
수정진동자를 생산하고 있는 6동 공장건물. 이 곳에서는 약 2백명의 중국인 근로자들이 일을하고 있다. 이 건물 5층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보면 「만만디」이미지를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다. 1평방미터당 0.03마이크로의 먼지도 허용치 않을 만큼 완벽한 크린룸안에서 중국 처녀들은 눈만 내놓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조립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영근 수정진동자사업부 이사는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해줘 고맙다』고 말하고 한족들의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10월부터 월 1백만개의 수정진동자를 생산하고 있으나 설비설치가 완전히 끝나게 되면 월 5백50만개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6동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는 쌍태전자의 주력제품인 컴퓨터헤드를 만드는 11동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서는 5백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올해 초 입사했다는 정설영(18)양은 잠깐 일손을 멈추고 『중국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첨단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데 대해 큼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컴퓨터헤드는 월 1백만개. 전량 일본 후지쯔로 수출된다.
이홍희 생산1부장은 『쌍태전자가 만드는 컴퓨터헤드가 동남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후지쯔가 인정한 상태』라고 말하고 이젠 후쁜쯔의 품질검사도 받지 않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고 불결한 것으로 소문난 중국인들과 씨름하며 배추밭을 터전으로 성공의 텃밭을 일군 쌍태전자의 비밀병기는 치밀한 사업계획과 현지인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인 것 같았다.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중국 여성들을 위해 쌍태전자가 만들어 놓은 강당노래방에서 만난 비서실 김춘화과장은 말했다.
『쌍태전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또 회사가 매일매일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뻐요』
쌍태전자는 최근 흑룡강성에서 용두기업으로 선정됐다. 용두기업은 큰 기업으로 주변 작은 기업들과 중국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업에게 성에서 주는 명예. 쌍태전자는 안중근의사가 중국과 한국인들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적 도시 하얼빈에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하얼빈=박동석>
◎인터뷰/주종영 쌍태전자 사장/품질관리위해 청결경진대회 개최/가라오케등 열어 직원사기 고양 노력
주종영 쌍태전자사장(48)은 지난 94년 2월 정식 부임했다. 그는 정강환 태일정밀 사장과 함께 지난 90년 동경에서 JAL기를 타고 하얼빈으로 날아와 투자환경을 조사하는등 쌍태전자를 설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겪은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죠』 주사장은 그러나 이젠 회사가 탄쁜한 기반을 잡고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어 보람이 더 크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낮선 곳에서 직원들 관리가 가장 힘들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한국의 인건비와 땅값등이 너무 비싸 중국진출을 결심했을 때 하얼빈을 생각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기반닦기가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조선족이라도 같은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하면 꼭 사고가 터졌다. 또 공부 좀 하고 똑똑하다고 해서 현지인들을 깔보고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멸시하면 문제가 발생했다. 인간적인 갈등이다.
-조선족 사기사건이 터져 상황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조선족 사기사건으로 이곳 분위기도 많이 험악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그 사건으로 알게 모르게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직원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있다면.
▲사실 직원들 관리문제로 불면증에 시달린 적도 많다. 특히 연휴때면 시골로 내려간 직원들이 대도시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돈을 더 많이 주는 유흥업소등으로 빠져 안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골머리를 앓았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모멘트를 줘야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예컨대 가라오케, 무도대회등을 개최하고 조별, 건물별 탁구시합도 열었다. 이런 일은 중국기업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지만 직원들이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쌍태전자의 성공 비결.
▲무슨 일이든 계획대로 열심히 일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중국 정부로부터 신용을 얻기 까지 우리는 온갖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대처했다. 또 중국을 이해하기위해 노력했다. 청결과는 거리가 먼 중국 근로자들의 습성을 고치기 위해 청결도 경진대회를 개최해 상을 주는등 정밀도가 생명인 각종 제품의 품질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도 주효했다.
주사장은 부임후 지금까지 하얼빈주변의 관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지금도 중국관련서적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읽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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