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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은행점포 최대 20%가 적자…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발목

■ 오버뱅킹 저주오나<br>"빨리 빨리" 국민성향 맞추려고 ATM 등 확충<br>금융사 수수료 수입 줄어 ROA·ROE 급감<br>"지점 수보다 위치가 중요" 점포 재조정 시급

잠실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아파트 상가 광고판에 시중은행들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간판까지 한꺼번에 붙어 있다. 강남 주요 거리뿐 아니라 최근 재건축한 대단지 상가에는 이처럼 1·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한꺼번에 밀집, 오버뱅킹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서울남부터미널 인근의 국민은행 서초중앙지점은 근처 100m 이내에 은행 점포만 4개가 더 있다. 우리ㆍ신한ㆍ하나는 물론이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이쪽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웬만한 강남 지역에서는 주요 은행에 한국씨티ㆍSC 같은 외국계 은행까지 근접거리 안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한동안은 산업은행까지 공격적으로 수를 늘렸다. 강남에서는 "새 은행 점포 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버뱅킹이 금융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의 오버뱅킹은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의 역습이라는 해석이 많다. 빠른 일처리를 원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향에 맞춰 금융사들은 인터넷과 자동화기기(ATM)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급격히 늘려왔다. 여기에 저금리ㆍ저성장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와 인력은 시급히 재배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다만 구조조정 이후 파생할 부동산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OAㆍROE 급감=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영업점에 있다고 분석한다. 은행 구조조정을 앞둔 지난 1998년 '은행의 적정 점포 수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지동현 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점포 수의 증대가 ROA 하락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암묵적으로 자기자본이 점포에 배분되고 있기 때문에 ROE와 점포 수는 일정한 관계를 보이며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점포 수를 줄이면 ROE가 올라간다고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권을 포함해 전 금융사들의 수익성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올해 1ㆍ4분기 ROA는 0.47%, ROE는 6.17%에 불과하다. 2000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은행권의 이들 수익지표는 카드사태의 후유증을 겪었던 2003년 숫자가 좋지 않았을 뿐 2005년부터 2007년 은행의 ROA는 1%를 넘었고 ROE도 15%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ROA는 0.5% 안팎으로 ROE도 6%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을 더 내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상호금융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수익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대표적 상호금융사인 신협은 지난해 ROA가 0.31%, ROE는 3.71%에 불과하다. 증권사도 저수익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던 저축은행은 2012회계연도(2012년 7월~2013년 6월)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수익성이 최악이라는 얘기다.

◇인터넷뱅킹에 저금리ㆍ저성장 3각파도=경기침체로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과거 몇 년 새 인터넷ㆍ모바일뱅킹의 이용 증가라는 변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ㆍ저성장이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5,920만명(개인+법인)이었던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수는 올해 3월 기준으로 8,939만명에 이른다.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하는 일평균 금액 수도 올 1ㆍ4분기 기준으로 33조원에 달한다. 인터넷뱅킹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업무처리에서 인터넷뱅킹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1ㆍ4분기 중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를 놓고 봤을 때 창구거래의 비중은 12.3%밖에 안 된다. 반면 인터넷뱅킹은 33.9%이고 여기에 텔레뱅킹(13.4%)을 더하면 무려 47.3%에 이른다. 전체의 절반 가까운 거래가 원격거래로 이뤄지는 셈이다. ATM은 39.8% 수준이다.

상황은 이런데 점포 수는 과거 대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최근에는 소형 점포로 쪼개 설립되는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이는 이중으로 금융사의 발목을 잡는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인터넷뱅킹 등은 수수료가 싸 일단 증권사나 은행이 수수료 수입을 많이 올릴 수 없게 한다"며 "이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암묵적으로 막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오나=이미 증권업계는 오버뱅킹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대신ㆍ한화ㆍ미래에셋ㆍSKㆍ동양ㆍ삼성 등이 200개에 가까운 지점을 없앨 계획이다. 상당수 증권사에서도 임직원의 10% 안팎을 줄이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지점 축소는 상업용 부동산에 나쁜 영향을 준다. 임차 점포는 내놓게 되고 소유 지점은 팔아야 하는 탓이다.

이는 점포 구조조정을 시작한 은행이나 앞으로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상호금융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장 당국은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남는 인력을 처리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지점과 인력 재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은 지점 수보다 위치가 중요한 것"이라며 "길목이나 이용고객이 많은 곳에 지점이 배치될 수 있도록 재조정을 빨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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