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전자업계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내 전자업체들은 베트남을 중국의 뒤를 잇는 '제2의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약 112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금액(124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올해 수출목표(165억 달러) 달성은 물론 200억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비약적인 수출증가세는 베트남이 20년 만에 무역흑자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박닝성에 전세계 8개 휴대폰 공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연산 1억2,000만대의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곳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박닝성 투자는 기존 15억 달러를 포함해 총 25억 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타이응웬성에도 20억 달러를 투자해 2015년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휴대폰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박닝성에 이어 타이응웬성 공장까지 본격 가동될 경우 베트남에서만 2억4,00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하게 돼 베트남이 중국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베트남에 3억달러를 투자해 기존 하이퐁과 홍이엔에 분산돼있던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하이퐁으로 통합,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달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이 공장에서는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생산, 현지 내수시장을 책임질 계획이다. 아직은 가전제품에 국한돼있지만 LG전자는 향후 이 곳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초 베트남을 찾아 하이퐁 통합 생산기지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현지시장을 꼼꼼히 둘러보며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자업체들의 베트남 투자가 눈에 띄게 늘면서 부품 계열사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전기는 타이응웬성에 전자부품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기기용 기판과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들 예정이다. 삼성SDI 베트남법인도 박닝성 배터리공장의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현재 베트남에는 노키아, 인텔, HP, IBM, 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있다.
이처럼 국내외 전자업계가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것은 우선 제조원가 경쟁력에서의 우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연구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휴대폰 제조가공비는 한국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기업 유치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한 몫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공장설립 후 4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받았고, 12년간 법인세율 5%, 그 이후에는 10%를 적용 받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신흥시장에 진출한 6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기업들은 아시아 진출 우선대상국으로 베트남을 첫 손에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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