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어느 기업에 침입하려는 산업스파이가 입구의 CCTV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자신의얼굴이나 체구가 식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만으로도 경비원들이 출동하는 바람에 산업스파이는 침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능형 CCTV'가 스스로 산업스파이의 수상한 행동을 포착해준 덕분이다. 이처럼 사람의 습관과 행동을 이해하는 '감성적 기술'이 앞으로 점점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25일 출시한 '스마트 CCTV'에 조만간 방문자 수 집계, 행동패턴 분석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CCTV는 사람이 따로 모니터링하면서 직접 현장에 이상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지만 스마트 CCTV는 알아서 이상행동을 잡아내 관리자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누군가 CCTV의 카메라 각도를 돌려놓는다거나 렌즈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우, 쓰레기 투기 금지구역에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등의 경우를 잡아낼 수 있다. 또 기업의 출입제한구역에 허가받지 않은 인물이 침입하는 등의 행동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CCTV가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 5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실종아동 종합 정보시스템' 구축 계획에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실종아동의 인상착의와 옷차림을 통합관제센터에서 저장해뒀다가 순찰차나 길거리의 CCTV에 포착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는 식이다. 양영수 LG유플러스 솔루션사업개발팀 차장은 "이 같은 지능형 감시시스템은 아직 100% 완전한 기술은 아니지만 점차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약 280만대에 달하는 전국의 CCTV가 점차 지능형 CCTV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을 이해하는 '감성적 기술'이 CCTV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출시한 모바일 교육 플랫폼 'T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에 조만간 직접 개발한 '자동평가엔진'을 도입할 예정이다. 자동평가엔진은 어학 교육용으로 쓰이는 기술로 이용자의 발음이나 억양 등을 분석, 수정해준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F' 를 'P'로, 'V'를 'B'로 발음했을 경우 지적해주고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울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SK텔레콤의 자동평가엔진은 기존에 이용하던 외국기업의 기술에 비해 한국인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문법 오류도 자동평가엔진이 척척 잡아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한국어를 잘 아는 원어민 교사와 공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이은숙 SK텔레콤 기반기술연구소 부장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과 음성인식ㆍ내용인식 등의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마이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아마존 쇼핑몰에서 한 번 구경만 했을 뿐인 상품도 나중에 세일할 경우 세일정보를 전송받는다거나 구글 검색이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검색 결과가 제시되는 것도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진 일들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람의 몸 상태와 기분까지 파악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