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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채수종 산업1부(기자의 눈)
입력1996-12-07 00:00:00
수정
1996.12.07 00:00:00
채수종 기자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벌이는 갈등은 「서바이벌 게임」(생존게임)을 보는 듯 어지럽기만 하다.재계는 개정안에 포함된 복수노조 허용이 실현되면 곧바로 우리경제가 마비되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리해고제 도입이 곧 노동운동의 종말로 연결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 보자. 노사 모두 이번 싸움의 궁극적 목표로 제시하는 선진국노사의 경우 대부분 복수노조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우리의 노와 사는 선진국과 똑같은 문제를 놓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노사모두의 집단이기주의와 상호불신을 그 요인으로 본다. 유리한 것은 허용돼야 하고 불리한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노동법 개정안은 과거의 노동법과 비교해 볼 때 노사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두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즉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양측은 서로 불리한 것만 주장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노사가 대립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깊어진 불신의 벽도 사태를 난국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리해고제는 총파업으로라도 막겠다는 노동계의 함성과 복수노조는 절대불가라는 「총수의 고함」속에는 정부의 고뇌와 국민적 기대에 대한 어떤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새 노동법의 순기능보다 역기능만 부각시키면서 상대는 무시하고, 강수만 찾으면서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하는 노와 사.
모두 반대하는 법이라면 새 노동법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인지, 또 우리정부의 능력이 그 정도 수준에 불과한 것인지 노·사·정 모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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