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일 중국의 제조업 경기 지표 부진에 급락했다. 특히 중국 경기에 민감한 철강·화학·기계·조선 관련주들이 크게 떨어졌다. 화장품·악기 등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업종 및 종목별 주가 차별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 중국 경기 지표의 일시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것은 중국 정부의 일관된 내수 진작 정책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미니부양책을 통해 경기 경착륙은 막고 있지만 고성장보다는 내수 진작을 통한 균형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비 관련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28.57포인트(1.38%) 하락한 2,044.21포인트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05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2일 이후 처음이다. 기관이 3,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장 막판 사자로 돌아서며 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개인은 3,844억원을 사들였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불어온 동반 악재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가 불거졌다. 또 HSBC가 이날 발표한 중국 8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0.3을 기록해 시장전망치(51.5)를 밑돌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두 가지 변수 중 우리나라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의 부진한 PMI지표로 보고 있다. 또 앞으로 투자 관점에서 중국 PMI지표 부진의 의미를 잘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미국 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는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던 변수"라며 "실제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지수는 회의록 공개 이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의 경우도 외국인이 장 막판 매수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결국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자금이 선진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으로는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 쪽에서도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지금 당장 초저금리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보다는 중국이 이날 코스피 급락을 이끈 주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상승 동력은 최경환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라며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은 중국 PMI가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중국 제조업 경기 지표에 민감한 철강·화학·기계·조선 관련주들이 크게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계 업종은 전날 대비 2.36% 하락했으며 철강금속(-1.70%), 화학(-0.63%) 등도 약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중국 경기에 민감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3.73% 급락했으며 롯데케미칼(-1.51%), 포스코(-1.13%) 등도 1% 이상 하락했다.
중국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련주들이 전부 하락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코스피지수 하락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이날도 2.56% 상승한 2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7월 이후 42%나 올랐다. 또 알톤스포츠(1.30%), 삼익악기(002450)(0.54%), 한국콜마홀딩스(024720)(0.35%) 등도 강세를 보였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 팀장은 "중국 경제 지표의 일시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 진작이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도 "중국 PMI 지표는 우리나라의 철강·화학·기계 관련주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만 화장품이나 악기 등 소비 관련주들은 일시적인 PMI 지표가 아닌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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