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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가 흔들린다] 기금 바닥불구 재정난 해소 깜깜
입력1999-04-30 00:00:00
수정
1999.04.30 00:00:00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흔들리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자부담 증가라는 짐을 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ADB의 최대고민은 재정악화다. 외환위기를 겪은 역내국가들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금고가 바닥날 지경이다. ADB 집행부가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32차 연차총회에서 자본금과 기금증액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회원국간 이해가 엇갈리고 빈부격차도 커 증자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미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난제가 깔려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금의 금리인상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회원국들의 반발이 커 이마저도 합의가 쉽지 않다.
◇재정구조 악화=ADB의 지난 98년 경영실적은 4억7,300만달러 이익. 평년작이다. 그러나 내용이 나빠지고 있다. 자본금과 기금규모에 비해 자산(대출)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인도네시아 등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에 대한 대출이 증가, 자본 적정비율을 악화시킨 것이다.
때문에 ADB 자체의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역외 회원국들은 자산증가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ADB가 돈을 빌리는 차입 코스트도 높아졌다. ADB 고위관계자는 『66년 창설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구조가 나빠지는데도 중국·베트남 등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들의 대출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반대방향으로 가는 미국과 일본=재무구조가 악화하는 데 대한 ADB 집행부의 대응방안은 자본금과 기금 증액. 아시아개발기금(ADF) 8차 증자와 일반자본금 5차 증자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ADB의 양대산맥인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 증자에 적극적인 반면 미국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황. 회원국간 합의가 없는 한 증자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영향력 증대=미·일의 미묘한 대립 속에 ADB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돈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97년 이후 일본이 ADB에 지원한 자금만도 한화 4조원에 달한다. 누구도 돈을 내기 힘들 때, 더욱이 일본 국내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들은 온갖 명분을 붙여 돈을 냈다. 「아시아통화위기 지원제도」「일본특별편드(JAPAN SPECIAL FUND)」가 그것. 외화를 원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채권 지급보증부터 금리차 보전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인도네시아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리보+3%로 자금을 조달했을 때 이자를 대신 지급했다. 인도네시아가 부담한 금리는 단지 연 1%. 금리차 6~7%는 75억엔을 낸 일본이 부담했다. 앞으로도 200억엔을 더 지원할 계획이다. 남의 이자까지 대신 지급하는 일본의 궁극적인 목표는 엔블록화. 300억달러 규모의 미야자와 플랜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에 미국·유럽 등 역외국가들이 내놓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ADB 사유화」라며 일본을 견제하고 있다.
◇또하나의 복병, 중국=하지만 금리인상마저 쉽지 않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민소득이 낮은데도 불국하고 연 1%짜리 특별융자를 받지 않고 리보에 0.4%를 더한 일반자금 금리를 스스로 택해 ADB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들며 금리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ADB의 두번째 대출지원국으로 총대출금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네번째로 ADB에 빚을 많이 진 나라다.
중국에 대한 대출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ADB도 「믿고 돈을 줄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대출을 늘릴 계획이다. 때문에 조만간 중국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대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ADB의 고민이 있다. 외환위기와 같은 사정이 없는 특정국가에 대한 원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본 출신의 ADB 관계자는 『중국은 ADB의 수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도 불똥이 튄다=일본과 미국·유럽 국가간의 미묘한 대립으로 자본금 증액이 물 건너갈 경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게 기존 대출금에 대한 금리인상이다. 이 경우 외환위기 때 ADB 일반자금 40억달러를 만기 7년, 금리 리보+0.4% 수준으로 빌린 우리의 금리부담도 늘어난다. ADB는 금리인상을 추진할 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조기 상환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좋은 조건의 해외차입을 조기 상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잇는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도 조기상환 불가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마닐라=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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