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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서] '후진국식 대응' 확 뜯어고쳐라

세월호 사태서 김영란 법까지… 사건터지면 여론 무마 급급

장기비전·현실 고려 않고 "소나기 피하자" 과잉처리

오히려 정책 신뢰만 잃어



대한민국호(號)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지만 돌발사태나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은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규모에 걸맞은 신뢰가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이다. 사회 전반을 뒤흔든 세월호 사태,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 제정 등의 처리방식을 보면 섬세하고 유기적인 대응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는 당장 눈앞의 성난 여론을 무마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다. 그러다 보니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식의 아마추어리즘으로 흘러 우리 사회의 토대 자체를 더 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 정부가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퇴직공직자의 관련 기관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조치는 이런 일처리 방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는 특히 2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해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하는 등 퇴직공직자의 취업을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민관유착을 막겠다는 명분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수한 관료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사장시키게 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는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실제 퇴직공무원들이 차지하던 자리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가 꿰차면서 다른 차원의 후유증을 낳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해경이 해체되면서 서해상에서 횡포를 부리는 중국 어선이 늘어난 일이나, 금융사 정보유출 사고를 계기로 금융지주 계열사 간에 정보활용을 차단하다시피 해 '빅데이터' 흐름에 역행하게끔 한 조치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적용대상을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임직원까지 확대하면서 과잉금지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작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일처리는 여론에 휩쓸려 과격한 대응책을 내놓게 되고 장기 비전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이어져 정책 수용도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연쇄적으로 공무원 사기 저하가 불가피하다. 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치권에 휘둘리기 쉬워 굉장히 사소한 이슈에 대해서도 정책의 물줄기가 바뀌어버리는 경우마저 나온다"며 "이럴수록 공무원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제대로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혁명 등을 거치면서 사회의식이 성숙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지 않아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하는 등 민간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정책 수용도가 높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몇 차례 안전사고에서 경험했듯이 물적 토대가 부족해 대형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자본을 탄탄하게 쌓기 위해 행정부 개혁과 동시에 교육투자 등 개인과 집단의 신뢰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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