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사들의 인수합병(M&A)이 줄을 잇고 있지만 주가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M&A는 호재로 인식되지만 실제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M&A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합병 목적이나 방법 등 세심하게 따져본 다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은 4.11% 오른 8만8,700원에 마감됐다. 지난주 독일의 노바LED를 인수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9일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 업체 노바LED를 1,73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벤처투자가 각각 50%, 40%, 10%의 지분을 보유한다. 시장에서는 제일모직이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노바LED는 유기전자 분야 전문기업으로 OLED 분야에서 5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삼성디스플레이에 유기재료를 납품하고 있다"며 "제일모직은 이번 인수를 통해 OLED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T도 9일 KT캐피탈의 투자사업부분(BC카드)을 분할해 흡수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가는 변동이 없었지만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T 측은 그룹 내 통신과 금융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고 KT캐피탈은 여신금융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씨카드의 자회사 편입은 KT에 긍정적"이라며 "모바일 카드 등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촉진하는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비씨카드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KT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M&A가 호재로 작용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호재로 인식되지 않거나 반짝 효과에 머무는 경우도 다반사다.
7일 하이트진로가 지역소주를 생산하는 보배에 대한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가는 인수합병 발표 이후 4거래일 만에 약 6%가량 하락했다. 하이트진로그룹 차원에서는 소주 사업 통합을 통해 물류비용 감소와 생산설비 활용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 것.
보배의 지난해 매출액이 164억원, 순이익은 9억원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영세한데다 하이트진로 자체의 2ㆍ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9일 SM C&C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하루 효과에 불과했다. 주가는 당일 6%대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날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3% 넘게 하락했다.
비티씨정보통신도 7일 장 마감 이후 IT 서비스 업체인 일근인프라와의 합병계약 체결건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약 8%가량 하락하고 있는 것.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M&A는 이론적으로는 인수하는 쪽이나 인수 당하는 측에서 모두 좋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이상적인 상황만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자의 입장에서 산업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단기 재무 상황 개선을 노린 인수합병도 많다"며 "인수합병의 목적이나 방식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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